트럼프 vs. 연준, 이들의 입에 아시아 금융시장 운명 달렸다

입력 2018-04-2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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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위안화 평가 절하 비난한 트럼프, 연준과 기싸움 예고한 셈…아시아 위기 대비해야”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작년 11월 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뒤를 지나가고 있다. 워싱턴D.C./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잠재적인 갈등이 아시아 금융시장의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유명 경제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23일(현지시간) 닛케이아시안리뷰에 기고한 글에서 환율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사고방식이 아시아 금융 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16일 트위터 트윗이 그 신호탄이었다고 페섹은 주장했다. 당시 트럼프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동안 러시아와 중국은 통화 평가절하 게임을 하고 있다”며 “이는 용납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일반적으로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강달러를 유발해 중국 위안화 등 아시아 통화 가치 절하 요인으로 작용한다. 문제는 연준이 금리인상 압력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은 4.1%로 17년 만에 최저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말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한 대규모 감세도 연준이 금리 인상이라는 브레이크를 더 강하게 밟을 것이라는 관측의 근거가 되고 있다. 최근 연준이 공개한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앞으로 수개월 안에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에 도달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동시에 연준 위원 15명 중 거의 절반인 7명이 금리인상에 관해 기존에 제시했던 연 3회를 넘어 4회를 예상했다.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 가운데 트럼프가 환율을 걸고넘어지자 트럼프와 연준 간 잠재적인 충돌을 예고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수석 경제자문을 지낸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대학 경제학 교수도 이 같은 진단을 내렸다. 굴스비 교수는 지난 16일 트럼프의 트윗을 보고 “마치 트럼프가 연준을 비난하는 것처럼 느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면 시장은 공황 상태에 빠질 수 있다. 트럼프는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이 현직일 당시에도 대놓고 비판했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는 옐런을 향해 “힐러리 클린턴 캠프를 돕기 위해 정치적으로 행동한다”고 일갈했다. 비경제학자 출신인 파월이 연준 의장에 앉을 수 있었던 이유도 단순히 옐런을 교체하기 위해서였지 파월이 특별히 유능하거나 마음에 들어서는 아니라고 페섹은 진단했다. 파월 의장처럼 비경제학자가 연준 의장에 오른 것은 1978~1979년 재임했던 윌리엄 밀러 전 의장 이후 처음이다. 밀러 전 의장은 급격한 인플레이션, 실업률 상승, 경기침체 등 악재를 유발하며 임기를 마무리했다.

페섹 칼럼니스트는 연준을 포함해 아시아 금융시장 리스크를 3가지로 요약했다. 첫 번째가 트럼프와 중국의 무역 갈등이며 두 번째는 연준의 긴축, 세 번째는 환율을 둘러싼 긴장이다. 그 중 첫 번째 요인은 ‘트럼프 리스크’와 같다. 페섹은 “트럼프가 중국과 무역 전쟁을 불사하면서 한국, 일본과의 무역 불균형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을 겨냥한 철강·알루미늄 부과에서 일본은 면제받지 못했고, 한국은 관세 발효를 앞두고 협상 끝에 면제됐다.

연준의 긴축과 환율 긴장에도 주시해야 한다고 페섹은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동남아시아의 경제 성장은 견고하고, 중국은 정부가 설정한 경제성장률 6.5%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일본도 국내 수요가 회복됐다”면서도 “연준이 빠르게 금리를 올리면 각국이 그려놓은 청사진은 변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에 페섹은 아시아 금융시장이 향후 몇 달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명 뗏목을 점검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며 “트럼프의 트위터에서 생겨나는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장치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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