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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군산 협력사 “집 팔고 땅 팔면서 구조조정 중…군산을 살려 달라”
입력 2018-04-22 11:36   수정 2018-04-22 11:43
군산GM 협력사 “외환위기 때 보다 어려워” 한 목소리

▲한국GM 노사 임단협 시한이 다가온 가운데 위기 대응책을 모색 중인 군산 지역 한국GM 협력사 전경(사진=이투데이DB)

23일로 연장된 법정관리 결정 시한을 앞두고 한국GM 노사 임단협 교섭이 결렬을 거듭하면서 군산의 GM 협력사들은 속이 타들어가는 심정이다.

20일 방문한 군산시 공단에는 ‘군산을 살리자’, ‘군산은 한국 자동차의 심장’ 등과 같이 기업들의 울부짖는 표어가 걸려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국GM 협력사들은 “IMF 때보다 더 힘들다”며 “군산에 미래가 있느냐”고 입을 모았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전북서부지부에 따르면 한국GM의 군산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군산 지역의 총 생산액 16%가 감소하며 직고용과 1‧2차 협력사 고용을 합해 1만3000여명이 실직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달 군산을 고용위기지역 및 산업위기 대응 특별지역으로 선포했다.

군산 지역 한국GM 1‧2차 협력사는 150여개. 1차 협력사의 10% 내외만이 글로벌 납품 등으로 매출을 다각화해 위기에 대응하고 있는 실정이다. 2차‧3차 협력사의 매출 다각화율은 20~30%에 불과하다. 나머지 대부분의 협력 중소기업들은 줄어든 가동률과 쌓여가는 재고에 속수무책이다.

이날 만난 협력사 대표들은 입을 모아 정상화와 유동성 지원을 호소했다. 20년 전 대우자동차와 함께 처음 군산 땅을 밟았다는 광남정밀 강형규 대표(가명)는 “거래선이 비교적 다각화된 1차 협력사들은 GM이 문을 닫아도 버티지만 한국GM 군산 공장에만 물건이 들어가던 2차‧3차 협력사들은 치명타”라면서 “거의 문을 닫았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보통 차종 단종 계획이 나오면 협력사들은 원부자재 등 사전 재고관리에 들어간다. 그런데 군산 공장의 경우 앞으로 계속 생산될 것이라고 생각해 재고가 수두룩하게 쌓여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한국GM이 떠난다고 하니 협력사들의 재고부담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GM대우의 차체 바디를 공급하고 있다는 주식회사 대광의 최병철 대표는 “가동률이 너무 많이 내려왔다. GM 쪽은 2014년부터 계속 가동률이 내려가면서 2월엔 가동률이 20%까지 내렸다”면서 “우리 공장의 GM 폐쇄 3년 동안 GM 관련 매출이 200억원에서 최근 30억원까지 줄었다. 시간 지나면서 골병이 들어 있다”고 호소했다.

협력업체들은 “근본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달라”고 입을 모았다. 최 대표는 “2‧3차 협력사에 2~3억 지원한다고 해봤자 2달치 월급밖에 안 간다”면서 “기업들에 자금 조금 지원해준다고 해서 죽을 기업이 살아난다고 생각지 않는다. 지원해줘서 연명은 할지 몰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총리도 왔다가고 여당 대표도 왔다가서 모든 게 해결될 것 같았다. 위기지역 선포도 됐다. 그 후에 피부에 와 닿게 달라진 게 없다”며 “언론에 나오는 몇 조 규모의 예산으로 소모성 지원을 해주는 대신 기업에게 직접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강 대표도 “생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예컨대 협력사 10곳 정도로 컨소시엄을 구축해서 군산에 있는 현차나 두산인프라코어 등에서 쉽게 양산할 수 있는 부품을 발굴해 6개월~1년 단기로 납품하면서 재기할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했다. 이어 “그러면 은행권도 기업들이 딱 이 기간만 지원해주면 살아남겠다 싶어 지원을 재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중진공의 긴급경영안전자금 경우 매우 유용한데 전북서부 지역 경우 위기지역 선포 전에 자금이 고갈된 걸로 알고 있다”면서 “정작 위기지역 선포돼서 기업들이 쓰려고 알아보니 없어서 못썼다. 하루속히 예산을 증액시켜 숨통을 틔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중진공 전북서부지부 관계자는 “중진공 소관은 구제금융에 해당하는 긴급경영안전자금인데, 현재 예산의 76%가 소진됐고 추경이 통과되면 추가로 투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종 전환 지원 논의도 오갔다. 이상직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같은 날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GM 노사간 협상 잘 돼서 구조조정할건 하고 정상적으로 공장이 돌아가면서 경제 활성화되는 게 최선이지만 안 될 걸 대비해서 차선을 찾아야 한다”면서 “앞서 GM 철수를 경험한 호주가 GM 공장을 차세대 자동차 생산기지로 전환한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고 협력사들의 업종 전환을 언급했다.

‘업종 전환이 이뤄진다면 자동차 유관 업종이 돼야 한다’는 이 지역 협력사들의 중론이다. 최 대표는 “전라북도에서 주관해서 하고 있는 프로젝트 중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관련 테스트베드가 세워지고 전기차업체가 투자의향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 “글로벌 차업체들이 내연기관 축소해가고 있기 때문에 전기차 생산 지원이 국회에도 상정됐음 좋겠다”고 말했다.

협력사들은 정부에 대한 아쉬움을 솔직히 토로했다. 강 대표는 “이번에 위기 지역을 겪으면서 전북 지역이 정치권으로부터 상당히 소외돼 있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GM도 부평 등지 공장이 잘 돌아가면 군산 하나는 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외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평화기공의 장기식 대표는 “고위 공무원이나 이사장님들 오셨을 때 밀린 세금이나 각종 납부 등을 유예해달라고 부탁드렸고, 검토해보겠다 하셨지만 실무선에서 그게 안 된다”면서 “저희가 나쁜 기업일 수도 있지만 집 팔고 땅 팔면서 구조조정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현재 정부는 한국GM이 법정관리를 피하고 최종 마련한 경영정상화 계획에 착수하면 대량 실직 사태를 피하고 회생을 이뤄낼 수 있다는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다. 정부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GM 본사가 밝힌 한국 GM 지원계획이 시행되면 한국GM은 오는 2020년부터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 전망이다.

23일까지 연장된 한국GM 노사 임단협이 시한 내에 타결되지 않으면 회사는 법정관리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진다. 장 대표는 “법정관리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면서 “현재도 2‧3차 협력사들은 문을 닫았든지 닫으려는 상황인데, 법정관리로 가서 자금이 묶여 도산하는 업체들이 늘어나면 이들이 다시 영업을 재개하기란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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