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株 버블 붕괴 우려에 ‘우수수’…전문가들 “추세 꺾이지 않을 것”

입력 2018-04-19 20:11수정 2018-04-2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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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제약/바이오주들이 동반 급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바이오 버블’이 붕괴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계기로 관련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모습이다. 다만 다수의 증시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수 있겠지만, 성과를 내고 있는 제약ㆍ바이오주의 상승 추세까지 함께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바이오株의 ‘검은 목요일’ = 19일 국내 증시에서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시장을 가리지 않고 제약ㆍ바이오 기업들이 일제히 하락곡선을 그렸다. 코스피시장의 경우 ‘바이오 대장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전 거래일 대비 5.94%, 셀트리온이 6.33% 각각 급락했다. 이들 두 종목이 밀려난 덕에 한때 코스피 5위까지 떨어졌던 현대차의 순위도 다시 3위 자리를 되찾았다.

제약ㆍ바이오 비중이 높은 코스닥시장은 아예 지수 자체가 뒷걸음쳤다. 시가총액 1위 셀트리온헬스케어가 5.80% 하락한 것을 비롯해 신라젠(-2.89%), 메디톡스(-7.37%), 바이로메드(-4.41%), 셀트리온제약(-2.51%), 코오롱티슈진(-2.78%) 등 시가총액 상위에 있는 모든 종목이 약세로 마감했다. 코스닥 제약업종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91% 급락한 1만2602.61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전체 하락종목을 줄 세워봐도 대부분 제약ㆍ바이오 기업이거나 바이오 자회사를 보유해 주가가 올랐던 종목이 많았다. 전체를 통틀어서는 나이벡(-20.00%)의 하락폭이 가장 컸고 △케이피엠테크(-15.52%) △바이온(-15.32%) △코디엠(-15.00%) △에이치엘비생명과학(-12.81%) △랩지노믹스(-12.64%) △셀루메드(-12.06%) △바이오리더스(11.29%) 등이 두 자릿수 낙폭을 그렸다.

◇ 계속된 고평가 논란…‘올 것이 왔다’ = 시장 관계자들은 제약ㆍ바이오주 급락에 크게 놀라지 않는 분위기였다. 오히려 상당기간 고평가 논란이 지속된 만큼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제약업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전날 기준 98.04배로 전년 동기(35배) 대비 2.8배(180.11%) 뛰었다. 코스닥지수 PER이 34.11배로 1년 전(39.87배)보다 14.45% 낮아진 것에 비하면 무척 가파른 상승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의 PER은 9.15%(14.31배→13.31배)로, 삼성전자가 속한 코스피 전기전자업종 PER은 49.29%(19.84배→10.06배) 줄었다.

이에 시장에서는 바이오 업종의 급등 양상이 2000년 초반 ‘IT(정보기술) 버블’과 닮았다는 경고가 나오곤 했다. 급기야 전날에는 ‘바이오 버블’의 붕괴가 임박했다는 취지의 보고서가 발간되면서 바이오 하락의 불씨를 당겼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질적으로 가치가 상승하면서 재평가된 업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비정상적 고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중소형주 시장의 바이오 버블이 시장 건전성을 심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연구원은 바이오주의 고공 행진이 한국에서만 진행됐다는 점도 꼬집었다. KRX헬스케어 지수, 코스닥 제약지수는 지난 1년간 각각 96.5%, 123.3% 급등했지만 나스닥바이오지수(NBI)는 1년간 8.8% 오르는 데 그쳤고, 그나마 올해 들어서는 1.4% 하락했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 정보기술(IT) 버블은 붕괴했지만 IT기술은 인류를 4차 산업혁명으로 이끌었다”면서 “그러나 국내에 한정된 바이오 버블은 붕괴 후 얻는 것보다 폐해가 크다. 파티는 끝나간다"고 경고했다.

◇ “당분간 옥석가리기…추세 꺾이지는 않을 것” = 다만 다수의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이 ‘버블 붕괴’ 수준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정 기간 자연스러운 조정을 거친 이후에는 가시화된 성과를 가진 종목을 위주로 다시 상승 모멘텀을 받을 수 있다고 이들은 조언했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버블이란 실체적인 성과가 없이 그냥 주가만 오르는 것을 말하는데, 국내 바이오 업체 중에는 개발이 어느 정도 진척되고 성과를 낸 사례도 있다”면서 “단기간 많이 올랐고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논란이 있는 만큼 조정을 받겠지만 모든 게 허상이라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 실체가 있는 회사는 다시 주가가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암학회에서 한국 기업의 성과가 구체적으로 발표된 게 없었다는 점이 제약ㆍ바이오주에 대한 차익실현 심리를 자극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하지만 제약/바이오 기업의 추세가 꺾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며 “한국 외에 중국, 대만 등 신흥국에서 바이오산업이 발전하는 구조적인 변화를 생각하면 일시적인 조정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편 관련 업계의 굵직한 글로벌 이벤트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1월에도 JP모건 컨퍼런스를 계기로 차익실현이 있었고, 이번달에도 미국 암학회를 앞둔 선취매가 있었다”라며 “6월 미국 임상종양학회, 8월 미국 당뇨병학회 등 이벤트가 있는 만큼 당분간 공백을 거친 뒤 5월 중순부터 주가가 개선될 여지가 있다”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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