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환시개입내역 공개하더라도 최소화하라”

입력 2018-04-13 10:55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1년에 한두번씩 3개월이나 반년 시차두고 특정기간동안의 순매수규모 정도만 공개해야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힌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는 우리가 원할 때 원하는 만큼 해야 한다. 이 기회에 영구적이고 안정적인 한·미 통화스와프를 해 달라고 요구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고 조언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1년에 한두 번씩, 3개월 내지 반년의 시차를 두고, 특정 기간의 순매수 규모 정도만 공개할 필요가 있다.”

11일 이투데이와 만난 김소영(51)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직후 급물살을 타고 있는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와 관련해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 이상의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주권 침해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한국한미경제학회장을 지냈고, 기획재정부 국제금융협력부와 한국은행 국제국·외자운용원 등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국내 외환시장에서 손에 꼽히는 전문가라는 점에서 그의 말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김 교수는 협상 과정에서 영구적이고 안정적인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美 적자, 지나친 소비가 원인 아닌지…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후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 배경은 무엇인가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외환시장의 투명성 제고와 선진화’라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하지만 당장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에 기인한 미국의 다양한 경로의 무역 및 환율 압박의 일환으로 발생한 일이다.”

- 이를 두고 우리가 환율주권을 포기했다는 지적도 있는데, 이 같은 지적에 대한 견해는

“환율 정책, 국제 자본이동 문제 등과 관련해서는 전통적으로 미국과 신흥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 간에 첨예한 입장 차이가 있다. 한국과 같은 국가들은 환율 정책 문제는 기본적으로 주권 문제이며, 미국이 간섭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반면, 미국은 다른 국가들의 환율 정책이 미국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그 결과 미국이 무역에서 손해를 보게 되므로 다른 국가들이 정책을 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입장과 관련해서는 다른 국가들의 환율 정책으로 미국이 적자를 본 것인지 미국 자체의 문제, 예를 들면 미국의 소비가 지나치게 많기 때문에 적자를 본 것인지 명확하게 입증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다.”

- 환시 개입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어떤 주기와 범위로 공개하는 것이 합리적인가

“가능하면 적게 공개하는 것이 유리할 뿐 아니라 합리적이라고 본다. 가능하면 6개월이나 1년에 한 번 정도가 합리적이다. 그리고 가능하면 많은 시차를 두고, 예를 들어 최소 3개월이나 6개월 후에 공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정확한 일자, 매수·매도 내역을 공개할 필요없이 특정 기간의 순매수 규모만 공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미국의 주장대로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으로 원화가 저평가돼 미국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이는 지속적인 순매수가 문제가 되는 것이므로 일정 기간의 순매수 규모를 공개하는 정도로 충분하다. 그 이상의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주권 침해에 가깝다. 또 자세한 정보를 공개하는 경우 정부의 외환개입 패턴이 알려짐에 따라 투자자들이 외환개입에 대해 예측하게 될 가능성도 있어 외환시장 개입 효과가 감소하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흑자 지속…환율 하락세 유지될 듯

- 원·달러 환율하락세가 급격해져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다. 환시 개입내역 공개가 환율과 경제에 미칠 여파는

“외환시장 개입이 더 어려워질 뿐 아니라 향후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기대가 감소할 것이다. 미국의 환율 압력을 더욱 체감하게 될 것인데, 현재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있어 결국 환율 하락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약간의 추가 환율 하락이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은 걱정하는 것보다 적다고 생각되나, 지속적으로 하락할 경우 결국 큰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 미국에서 환율보고서가 발표될 예정이다. 30년 전 종합무역법을 들어 우리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정 가능성은 있나. 만약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경우 파장은

“현재 기준으로 보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없다. 다만 30년 전 종합무역법 등을 들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 무역과 환율 등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당장 지정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만약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다면 원화 절상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무역수지가 악화되며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 미·중 간 무역전쟁은 언제쯤 어떻게 결말을 맺을 것으로 보나

“미·중 간 무역전쟁은 악화와 화해 모드를 반복하면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무역전쟁을 통해 약간이라도 이득을 보기 원할 것이지만, 악화하면 양국 모두 어렵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중국이 미국에 비해 무역을 통해 (불공정하게) 이득을 보는 측면이 있다. 그리고 중국 경제가 많이 성장했지만 아직 미국에 비해 파워가 부족하다. 중국이 약간 양보하는 정도가 될 가능성이 있다.”

中 성장했지만, 美 비해 아직 파워 약해

- 미·중 간 무역전쟁 와중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은

“미·중 간 무역전쟁이 심화하지 않는 이상 그렇게 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무역전쟁이 심화하면서 그렇게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다면 한국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한국이 중국으로 수출한 중간재를 이용해 중국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경우가 있어 한국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된다.”

- 요동치는 환율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은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외환시장 개입내역공개 압력 등은 결국 한국의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와 관련이 있다. 다른 말로 하면,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가 줄지 않는 이상 미국은 관세 부과, FTA 협상 등 무역에 대한 직접적인 압력뿐 아니라 환율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압력을 가할 것이다. 또 지속적인 무역수지, 경상수지 흑자는 그 자체로 환율에 절상 압력을 줄 것이다. 근본적으로 무역수지, 경상수지 흑자를 줄이는 것이 방안이 될 수 있다. 투자를 활성화해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것도 방안이다. 당장 환율 절상 압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해외자산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 외환보유액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달러 유동성 위기 시 달러가 필요할 수 있는 민간이 직접 달러를 축적하게 만드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영구적인 통화스와프 요구할 필요

- 기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는 국제 자본 이동이 자유롭다. 때문에 급격한 자본 유출로 인한 달러 유동성 위기 방지를 위해 달러를 외환보유액으로 축적해야 하는 상황이다. 외환보유액을 지속적으로 축적하면 원화가 절하되고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하게 된다. 결국 경상수지 흑자는 국제통화시스템의 문제다. 즉, 국제통화인 달러를 마음대로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미국은 우리가 달러를 소유하고 있으므로 달러에 대한 화폐주조세를 한국으로부터 얻고 있을 뿐 아니라 금융자산 거래에서도 큰 이익을 챙기고 있는 상태다. 이런 전후 맥락을 생략하고 무역적자, 경상수지 적자만 문제시하는 것은 잘못된 논리다. 국제통화시스템 문제가 더 근본적인 것일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는 논리를 미국에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예를 들어 미국이 한국에 영구적이고 안정적으로 통화스와프를 해준다면 한국은 외환보유액을 축적할 필요가 없고 무역흑자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외환시장 개입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면 이런 기회에 영구적이고 안정적인 통화스와프를 해 달라고 요구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외환시장 개입내역을 한 번 공개하기 시작하면 상당 기간 이전 상태로 돌아가기 쉽지 않다. 이전에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자본수지 자유화를 단행한 후 외환위기 등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고, 그 후에야 아주 약간 되돌릴 수 있었다.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는 우리가 원할 때 원하는 만큼 해야 한다. 물론 현재 미국의 압력이 상당해 아예 안 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일단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김소영 교수는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 후 예일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스페인 중앙은행 연구위원과 일리노이 주립대학(Urbana-Champaign) 경제학과 조교수,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한미경제학회와 한국 IEFS학회 학회장을 지냈고 국민경제자문회의와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대한상공회의소, 국제결제은행(BIS),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에서 자문교수와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