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바다로 떠나는 어린 연어의 긴 여정을 응원하며

입력 2018-04-1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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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석 해양수산부 차관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의 도무지 알 수 없는 그들만의 신비한 이유처럼…” 가수 강산에가 부른 이 노래는 1998년 발표 당시부터 지금까지 희망과 응원의 노래로 대중에게 사랑받아 왔다. 나 또한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모천으로 돌아가기 위해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절로 힘을 얻곤 했다.

우리나라는 미국, 러시아, 일본, 캐나다 등과 함께 연어가 산란하는 하천을 가진 나라(모천 기원국)로, 1960년대부터 연어 자원을 방류하는 사업을 시작하여 연어 자원 보호에 앞장서 왔다. 방류 사업을 시작하던 초기에만 해도 우리나라 하천에서는 연어가 거의 잡히지 않았다. 회귀성 강한 연어가 북태평양 등 머나먼 바다로 떠났다가 우리나라 동해안 하천으로 다시 돌아오는 여정이 결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1967년 우리 정부는 연어 자원을 늘리기 위해 연어 산업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경남 밀양강, 경북 강구 오십천, 강원 삼척 오십천 등 국내 하천을 대상으로 적지조사를 실시하였다. 이후 최종 적지로 선정된 삼척 오십천에 1968년 연어 부화장 시설을 마련하였고, 국내 하천에서 95마리의 어미 연어를 포획하여 알을 받아 수정시킨 뒤 어린 연어를 얻어 1970년 30만5000마리의 연어를 방류한 이래 50주년이 되는 올해까지 총 4억5000만 마리를 방류하였다.

방류 효과를 모니터링한 결과, 1960년대에는 연어 연간 포획량이 95마리에 불과했으나 지난 3년간(2014~2016년) 매년 약 10만 마리의 어미 연어가 잡힐 정도로 자원량이 증가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우리나라 연안에 산란하기 위해 돌아오는 연어는 ‘Chum salmon’이라는 품종으로, 우리가 주로 횟감이나 초밥용으로 먹는 노르웨이산 대서양 연어와는 다른 종류라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그 연어에는 더 특별한 가치가 있다. 바로, 바이오산업의 소재와 생태관광 자원으로서의 활용 가치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2011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내수면생명자원센터로부터 연구용 시료를 받은 한 국내 제약사가 연구를 통해 부가가치가 높은 피부재생용 의약품과 화장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며 처음으로 바이오산업 소재로서의 활용 가능성을 열었다. 연어의 생식세포에서 추출한 세포재생물질은 조직재생주사제, 점안제, 필러 등 미용 제품의 원료로 이용되며 해당 기업은 이를 통해 한 해 200억 원이 넘는 판매 수익을 올리며 115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매년 가을이면 강원 양양군 남대천에서 우리나라 하천으로 돌아오는 연어를 만날 수 있는 연어 축제가 열린다. 해마다 약 17만 명의 관광객이 남대천을 찾고 있으며 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무려 141억 원 규모에 이른다고 하니 연어의 몸값이 가히 금값이라 할 만하다. 앞으로도 해양수산부는 연어 자원량을 더욱 늘리기 위해 어린 연어 방류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방류 후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한 연구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우리나라가 연어 자원 방류 사업을 시작한 지 50주년이 되는 기념비적인 해인 올해 정호승 시인의 시 ‘연어’의 한 구절을 떠올려본다. “거친 폭포를 뛰어넘어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고통이 없었다면, 나는 단지 한 마리 물고기에 불과했을 것이다.” 험한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우리도 지금 여기에 머무르지 말고 항상 미래로의 도약을 준비할 수 있기를, 또한 머지않아 우리나라 연안 여기저기에서 힘차게 튀어오르는 연어들의 모습을 더 자주 만나게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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