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에린의 벤처칼럼] 재무·회계 난독증(難讀症)을 극복하라

입력 2018-04-10 10:56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많은 경우 벤처는 기술력과 아이디어 중심으로 시작한다. 사실 창업자들은 아이디어를 비즈니스 모델로 구현해 증축하고, 이윤 창출 및 발전 확장하는 부분에 대부분의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하기 때문에 사업 초기 단계에서 회계나 재무에는 신경을 쓰지 못한다. 더욱이 경험이나 인적 여력이 없는 최초 창업자들은 재무와 회계는 관여할 수 없거나 관여하지 않아도 되는 ‘다른 우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단 모델이 만들어지고, 적게라도 이윤이 창출되면, 특히 펀딩이 들어오는 단계로 들어가면 재무와 회계 활동은 창업자가 반드시 신경 써야 할 주요 범주다. 이윤과 펀딩의 기회를 바라보며 시작하는 벤처 창업자는 초기부터 재무와 회계에 대한 이해를 쌓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이해 없이는 현 수익구조로 진행할 때 벤처의 미래가 있는지, 취약 부분이 자금 투여로 개선될 수 있는지, 펀딩 기회가 왔을 때 투자자의 요구가 적정한지 등을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10억 원을 투자하며 ‘15%의 지분 참여와 동시에 자금 유동비율 3년 내 200% 이상’을 요구하면 창업자는 수익 재무구조를 보고 이 요구가 합리적이고 가능한 것인지, 가능하지 않다면 어떤 운영 수치를 어떻게 개선해야 달성 가능할지, 아니면 현실적 방법이 없는지 등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벤처의 재무 상황을 이해하려면 모든 금전적 입출을 기록하는 회계를 알아야 한다. 특히 회계에 대한 이해는 창업자가 어떤 활동에 적절한 자금을 할당하고 있는지 파악해 조치할 수 있는 중요한 토대가 된다. 이런 것을 토대로 벤처활동을 평가하고 분석해야만 투자자의 요구조건이 적절한지, 적절하지 않다면 그 대응책이나 개정 방향은 무엇인지 전략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투자 유치를 추구하는 벤처 창업자에게 기본적 재무와 회계의 지식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투자자들에게는 벤처의 재무 정보가 투자 결정의 가장 큰 요인이기 때문이다. 벤처의 재무 정보는 투자자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도와야 하며, 궁극적으로 벤처 성공에 도움이 되는 합리적 요구를 끌어내는 방향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또한 창업자는 재무 보고가 회사의 정직과 신뢰를 바탕으로 소통하는 데 중요한 도구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주요 정보가 누락되거나 조작된 것이 밝혀져 투자가 취소되는 상황은 투자자의 시간과 노력의 낭비일 뿐 아니라 초기 벤처의 가장 중요한 자산일 수 있는 평판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자신이 운영하는 벤처의 재무 보고가 중립적이고 객관적인지를 평가하는 것도 창업자의 역할이다. 중립성과 객관성을 높이려면 제시하는 재무 지표가 검증 가능하고 다른 것과의 비교가 쉬워야 한다. 투자자는 비슷한 모델을 동시에 고려하는 경우가 많으니 이해하기 쉽고 동의할 수 있는 정보를 제시해야 한다. 특히 창업자는 벤처의 미래 수익구조의 가설 설정에 신뢰도를 극대화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검증이 가능한 벤처의 현 자산, 유동성, 원가 흐름, 시장 상황에 대한 충실하고 합리적인 재무 지표를 제시해야 한다.

바쁜 창업자가 아주 세세하고 복잡한 재무 회계 정보 관리에 관여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재무와 회계는 벤처 창업자가 전적으로 전문가에게 기대야 하는 ‘외계 지식’이 아니며, 벤처를 성공시켜야 하는 처지에서 반드시 장전해야 할 중요한 ‘탄환’이라 할 수 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