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의 인문경영] 萬事興通이라야 만사형통 된다

입력 2018-04-0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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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經營)이란 무엇인가. 한 글자로 줄인다면 흥(興)이 아닐까 한다. 흥을 일으켜 조직 성과와 개인 성장을 함께 도모하도록 한다는 점에서다. 흥(興) 자엔 하나의 큰 쟁반을 여러 손이 들어 올리는 모습이 담겨 있다. 어진 자를 천거하고 공적이 있는 자를 들어 올린다는 의미에서 비롯되었다. 인재를 제대로 들어 올려야 조직의 흥이 올라간다.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많은 리더들이 조직의 사기와 몰입도를 높이는 것에 대해 고민한다. 진기묘기가 없을까 고심한다. 막상 시도해 봐도 별무신기여서 낙망했다는 고백도 많다. 이때 내가 슬며시 제시하는 단어가 흥이다. 만사형통하려면 만사흥통하라는 의미에서다. 인재를 제대로 쓰면 회식, 회합 없이도, 목 놓아 호통 치지 않아도 흥은 절로 오르게 돼 있다.

반대로 인재를 제대로 쓰지 못하면 온갖 선진 복지제도에 감언이설(甘言利說) 소통을 시도해도 흥은 나지 않는다. 공정한 인사 없이 부드러운 소통을 통해 올리는 사기(士氣)는 사기(詐欺)이다. 용인(用人)은 조직의 가장 확실한 소통근간이다. 나머지는 가지일 뿐이다. 어떤 사람이 인정받는가. 이는 군주제의 신분제 사회에서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리더십을 이야기하는 오늘날에나 다르지 않다.

공자는 “바른 사람을 굽은 사람보다 높은 자리에 두면 백성은 따르고, 그 반대로 굽은 사람을 바른 사람 위에 두면 백성은 불복하게 돼 있다”[擧直錯諸枉, 則民服, 擧枉錯諸直, 則民不服]라고 말한다. 노나라 군주인 노애공(魯哀公)이 한 “어떻게 하면 백성들이 따르냐”라는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이다.

법가사상의 집대성자 한비자(韓非子)는 다음의 사례를 소개한다. 월나라 왕 구천(句踐)이 외출을 했다가 당당히 뽐내는 듯한 두꺼비를 보고 수레 위에서 경례를 하였다. 시종이 어처구니가 없어 그 이유를 물었다. 왕은 기개가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다음 해부터 스스로 제 목을 베어 왕에게 바치겠다는 자가 한 해에 10명이 넘었다. “두꺼비조차 기세가 있어 보이면 왕께서 예를 갖추시는데 하물며 용기가 있는 사람은 얼마나 극진히 대하시겠는가” 하며 앞다퉈 용감하게 행동하더란 이야기다. 한비자는 이를 구조화할 수 있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첫째, 공정한 인사제도, 즉 상벌의 공정한 집행이다. 기분 내키는 대로 상을 주거나 형벌을 사면하지 말라. 공로가 있으면 비록 관계가 소원하거나 직급이 낮은 신하일지라도 반드시 상을 주며, 분명히 잘못을 저질렀다면 비록 친척이나 총애하는 신하일지라도 마땅히 벌을 주라.

자애로움이 지나치면 법령이 서지 못하고, 위엄이 모자라면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침해하게 된다. 한고조 유방은 선비의 갓에 소변을 볼 정도로 오불관언이었지만 인사고과에 공정했기 때문에 항우를 이기고 천하통일을 할 수 있었다.

둘째, 적재적소 등용이다. 실행하기 어려운 목표를 일방적으로 하달하고 미치지 못한다고 벌을 주거나, 장점을 놓치고 동닿지 않는 직무를 떠맡기면 원망을 품게 된다. 요컨대 사람의 강점, 장점, 재능을 헤아려보고 그에 따라 적재적소에 배치를 할 때 사기가 오른다.

길은 결을 따라 내야 하는 법이다. 진정한 소통은 인기전술이 아니라 인사전략이다. 만사형통하려면 만사흥통, 즉 인사부터 제대로 풀어야 한다. 인재를 제대로 들어 올려야 흥은 올라간다.

최근 청와대는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 인사 후, “누구보다 빛나는 역할을 했다“고 근거를 설명했다. 그는 과거 의원 시절, 피감기관 예산으로 해외출장을 수차례 갔다 오고, 피감 기업인을 대상으로 수백만 원짜리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했다고 한다. 앞으로 공직사회에서 ‘빛나는 역할’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해 실행할지 걱정스럽다. 기개 있는 두꺼비에게 절해 용사를 양성한 월나라 왕의 만사흥통 지혜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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