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금감원, 하나銀 채용비리 의혹 김정태 관여 '추정'…검찰수사에서 판가름

입력 2018-04-02 12:07수정 2018-04-02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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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ㆍ함영주ㆍ김종준 임원추천 정황 적발... 남녀차별·명문대 우대 채용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을 조사한 금융감독원 특별검사단이 현직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하나은행 전현직 은행장이 지인의 부탁으로 이들 자녀 등을 추천한 정황들을 발각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은행장,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이 추천한 것으로 보이는 지원자들은 불합격 대상이었음에도 최종합격했다.

다만 금감원은 김정태 회장과 연관성에 추정되지만, 김 회장이 직접적으로 채용 비리에 연관되어 있다고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결국 검찰 수사에서 관련 의혹들이 밝혀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특별검사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특검단은 임원 추천에 따른 특혜채용(16건), 남성 특혜 채용(2건), 명문대 출신 특혜 채용(14건) 등 총 32건을 적발했다. 임원 추천에 따른 특혜채용에는 김정태 회장, 함영주 은행장, 김종준 전 은행장 등이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들이 발견됐다.

금감원은 조사를 통해 확보한 하나은행의 채용비리 정황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소지에 대해 확보된 증거자료 등을 지난달 30일 검찰에 수사참고자료로 제공했다.

◇김정태·함영주·김종준 '특혜채용' 연루 정황... 회장실 추천 추정... 합숙면접 ‘0’점인데 최종합격 = 금감원 특검단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3년 공채 당시 ‘김○○(회)’로 추천내용에 기재된 지원자는 서류전형과 실무면접 점수가 합격선이 미달하고 합숙면접에선 태도불량 등으로 0점을 맞았는데도 최종합격했다.

‘김○○’은 2013년 당시 하나금융지주 인사전략팀장 실명이다. 금감원은 그 옆에 ‘(회)’라는 표기가 김정태 회장으로 추정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정태 회장 본인이 부인하고 있는 만큼 추천인을 김 회장이라고 확정지을 수 없다는 것이 금감원 입장이다.

특검단장인 최 부원장보는 "괄호 안에 회라고 적혀있는 부분은 처음부터 최종합격으로 표기돼 추천된 것이 문제고, 사실상 어느 분이 추천한 건지는 알 수 없다"며 "다만 우리가 하나금융 인사부장 등 한테 물어보니 회장실에서 온 걸로 추정된다고 (그쪽에서) 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 부원장보는 “더 큰 문제는 2013년 공채 전형이 모두 4단계(서류‧실무‧합숙‧면접)였는데 이 지원자는 처음부터 최종합격이라고 추천내용에 적혀있었다는 점이다”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금감원이 입증하지 못한 부분은 향후 검찰조사에서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채용비리 정황과 관련해 확보한 증거자료를 검찰에 수사참고자료로 제공하고 향후 수사에 협조할 예정이다.

전현직 은행장들도 지인 자녀 등을 추천했고, 이들 일부는 불합격 대상이었음에도 최종합격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3년 당시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추천한 지원자는 6명이고, 이중 4명이 최종 합격했다. 이 4명은 김종준 전 행장의 아들 친구 2명, 타 금융지주 임원의 지인 자녀 2명이다. 4명 중 3명은 서류전형(2명)이나 면접전형(1명)에서 합격기준에 미달했지만 최종 합격했다. 이들 서류에는 추천자가 ‘짱’으로 표기돼 있었다. 금감원은 ‘짱’이라는 표기가 당시 하나은행장(김종준 전 행장)을 지칭한다고 밝혔다.

함영주 현 행장도 2013년 당시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 대표(부행장)로 있으면서 고교 동창(모 지자체 비서실장)의 자녀를 추천했다. 고교 동창 자녀는 합숙면접 점수가 합격기준에 미달했음에도 임원 면접에 올라 최종 합격했다. 추천내용에는 ‘함○○대표님(◇◇시장비서실장 ▽▽▽)‘라고 적혀있었다. 함영주 현 행장 실명 옆에 있는 괄호에는 지자체와 고교동창 실명이 적혀있는 것으로 보인다. 추천내용에는 “반드시 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적혀있었다.

특검단 구성의 배경이었던 최흥식 전 원장 채용비리는 사실인 것으로 규명됐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추천내용에 ‘최흥식부사장 추천’으로 표기된 지원자는 서류전형 점수(418점)가 합격기준(419점)에 미달했음에도 최종 합격했다. 국회정무실로 표기된 지원자, 청와대 감사관 조카로 표기된 지원자도 불합격권이었지만 최종 합격했다.

◇서류합격자 남녀 4:1비율 사전 계획... 임원면접서도 여성지원자 부당 탈락 = 하나은행은 2013년 공채에서 남녀 서류전형 합격 인원을 차등적으로 정한 뒤 전형을 진행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3년 하반기 채용에서 하나은행은 서류전형 합격자를 남녀 4:1비율로 사전에 계획했다. 실제 채용된 남녀비율은 5.5:1로 더 차등적으로 채용됐다는 것이 금감원 설명이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여성 커트라인이 남성에 비하여 월등하게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2013년 하반기 서류전형에서 여성커트라인은 467점인 반면, 남성은 419점으로 여성이 48점 더 높았다.

여성지원자는 최종면접서도 부당하게 탈락됐다. 하나은행은 최종 임원면접에서 합격권 내의 여성 2명을 탈락시키고 합격권 밖의 남성 2명의 순위를 높여서 합격시켰다.

또한 각 전형단계별로 인사부장, 팀장, 실무책임자가 비공개 회의를 열고 불합격권이었던 명문대와 해외 유명대 출신 지원자 14명의 면접 점수를 조작해 부당 합격시켰다.

최성일 부원장보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건 관련해선, 김 회장이라고 추정할 만한 것은 있지만, 특정할 만 것은 나타나지 않았다”며 “저희 검사반장이 김 회장한테 확인했는데, 김 회장 본인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최 부원장보는 “검사기간 연장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기식 신임 금감원장은 이날 하나은행 채용비리 결과 발표에 대해 “(검사단이) 독립적으로 조사해서 나온 결과인데, 오늘 (채용비리) 조사 결과 발표한다는 보고는 받았고, 그 결과대로 하시라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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