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돌직구] 남찬우 브런트 대표 "스마트홈 시장의 '무인양품' 될 것"

입력 2018-04-02 10:43수정 2018-04-0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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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찬우 브런트 대표는 “기술을 통해 생활 영역의 불편함을 다듬어 사람들의 삶을 조금 더 편리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브런트)
“컴퓨터 디지털 세계의 발전 속도가 올림픽 육상 선수라면 물리적 세계는 이제 걸음마를 배우는 수준입니다. 디지털 세계가 픽셀 수준까지 고도화돼 있다면 우리의 실생활 곳곳에선 수십 년 전 삶의 방식이 거의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달 28일 서울 양재동 사무실에서 만난 남찬우(43) 브런트 대표는 “기술을 통해 생활 영역의 불편함을 다듬어 사람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편리하게 만들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브런트는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접목한 생활용품을 만드는 회사다. IoT 기술을 중심으로 모바일 앱, 운영서버 등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하드웨어까지 자체 기술력과 서비스망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스마트 플러그, 스마트 코드를 비롯해 블라인드 엔진, 공기청정기 ‘에어젯S’, 거치형 멀티디바이스 ‘파워스테이션’ 등이 브런트가 선보인 대표 제품이다.

스마트홈 디바이스에 대한 남 대표의 통찰력은 2005년부터 네이버와 현대카드에서 UX(사용자경험) 및 디자인 분야의 총괄책임을 지내며 수많은 프로젝트를 성사시켜온 경험에서 나온다. 조금만 다듬으면 사람들의 편의를 크게 개선할 수 있는 테크리빙 영역의 잠재성에 매료된 그는 2016년 실력을 인정받았던 대기업을 나와 창업의 길을 선택했다. 설립 3년차에 접어드는 브런트는 현재 남 대표를 비롯해 R&D와 디자인 부문에서 10여 명의 ‘일당백’ 직원들로 채워졌다.

◇초기 단계인 스마트홈 시장, 잠재성은 무궁무진 = 국내 스마트홈 시장은 미국을 비롯한 선두주자에 비해 아직까지는 초기 단계다. 남 대표는 “국내 시장은 공급 측면에서는 몇몇 대기업이 세탁기, 냉장고 등 대형 백색가전을 중심으로 IoT 스마트홈 시장을 이끌어 나가고 있고, 수요 측면에서는 소수 얼리어댑터들을 중심으로 수용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 시장에서 스마트홈 디바이스는 이미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는 “미국에서는 중소·신생기업들이 각 영역에서 불과 몇만 원부터 고가까지 다양한 IoT 제품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에 발전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며 “이들 디바이스를 서로 연결하는 플랫폼인 AI(인공지능) 비서만 봐도 아마존, 구글, 네이버의 제품이 두루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남 대표는 우리가 집에서 사용하는 제품들의 80%는 수명이 길고 몸집이 큰 백색가전이 아니라 블라인드, 스위치, 전자제품 등 자잘한 생활용품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제 막 시장에 나오기 시작한 스마트홈 디바이스들은 지금은 단순하지만 디자인이나 가격, 기능면에서 굉장한 발전이 이뤄질 잠재성이 무한한 시장”이라며 “브런트는 이런 미래 시장을 선도하는 스마트홈 기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브런트 코드, 파워스테이션, 브런트 플러그, 블라인드엔진 (사진제공=브런트)
◇리빙·전자·IT 경계 넘나드는 브런트의 제품들 = 지난 2년여 동안 브런트가 만든 제품은 코드, 플러그, 공기청정기, 블라인드 엔진, 파워스테이션 등이다. 남 대표는 사람들이 집에서 주로 하는 활동을 ‘리빙(숨 쉬기), 라이팅(조명제어, 채광제어), 전기 사용(플러그, 코드), 보안(도어락), 수면(수면제어), TV나 음악 듣기’식의 빈도 순으로 분석한 후 가장 빈번하게 이용되는 생활용품부터 차례로 시장에 내놨다.

책상 위에 복잡하게 얽힌 멀티탭과 USB 포트, 스마트폰 충전기, 북스탠드를 하나로 합쳐낸 ‘파워스테이션’은 지난해 글로벌 테크 전시회 ‘CES2017’에서 처음 공개돼 많은 주목을 받은 디바이스다. 사용자는 파워스테이션에 연결된 전자기기를 모바일 어시스턴트나 스피커를 통해 음성이나 위젯으로 원격 제어할 수 있다. 남 대표가 스마트폰 AI 비서를 통해 “오케이 구글, 스테이션을 꺼줘”라고 지시하자 파워스테이션에 연결돼 있던 회의실 조명이 꺼졌다.

‘블라인드엔진’은 작은 모터가 달린 하드웨어를 부착하면 기존의 어떤 블라인드도 모바일이나 스피커로 원격 제어할 수 있는 IoT 제품으로 만들어주는 디바이스다. 타이머를 맞춰 정해진 시간에 자동으로 여닫아 채광을 제어할 수도 있다.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이 조그만 제품은 킥스타터에서 ‘대박’을 친 데 이어 현재는 미국 리모콘 1위 업체와 협업을 논의 중이다.

◇“글로벌 생활용품 시장에서 커넥티드 기술 발전시킬 것” = 브런트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제품들을 준비했다. 남 대표는 “국내 스마트홈 시장은 메인 타깃으로 놓고 싸우기엔 좁다”면서 “브런트의 모든 제품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설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브런트의 모든 제품들은 미국, 유럽, 일본, 국내 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인증 절차를 마쳤고 음성도 각국의 언어를 두루 인식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아마존, 구글, 네이버 등 주요 AI 스피커와도 모두 연동이 가능하도록 파트너십을 완료했다.

브런트 제품의 넓은 범용성 덕분에 각국 소비자뿐만 아니라 기업들로부터도 B2B 문의가 연이어 들어오고 있다. 남 대표는 “브런트가 리빙, 전자, IT 영역에 모두 걸쳐 있다 보니 각 영역의 전통 회사와 협업을 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면서 “공식 제품 외에도 변형 제품이나 콜라보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귀띔했다. 최근 국내에선 카카오와 네이버가 브런트의 잠재성을 알아보고 시드 단계에서만 15억 원의 투자를 진행했다.

2016년 설립돼 당해 하반기에 첫 매출을 내기 시작한 브런트는 지난해 약 10억 원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는 100억 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남 대표는 “요즘 이케아나 무인양품 매장에 가면 홈퍼니싱 제품 절반은 전기·전자화가 이뤄졌을 정도로 생활용품과 전자제품의 경계가 많이 허물어져 있다. 그 다음 단계는 소프트웨어와의 접목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브런트는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종합 리빙기업으로 발전하고 싶다”면서 “무인양품 같은 커다란 오프라인 매장을 열 때까지 생활용품 전반에서 커넥티드 기술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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