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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ㆍ철강 관세 협상 ‘선방’ 불구 국내 산업 타격 불가피
입력 2018-03-27 10:51
농축산물 레드라인 지켰지만 자동차 분야 20년간 수출 제약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과 철강 관세 일괄 타결을 놓고 통상 전문가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정부의 발표대로라면 우리는 처음부터 불리한 여건이었음에도 대미 통상 마찰의 불확실성을 조기에 제거했고, 명분과 실리를 챙겨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많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미국의 관심 분야에서 일부 양보하면서 우리의 핵심 민감 분야는 성공적으로 방어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우리 정부가 협상 전부터 ‘레드라인’이라고 설정한 농축산물 시장에서 미국의 추가 개방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수의 통상전문가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방위적인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펴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최소한을 양보해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자동차 분야는 사실상 20년간 수출 제약이 생겨 향후 국내 업체의 피해가 클 것이라는 지적과 유정용 강관의 경우 더 많은 쿼터를 확보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과 미국 양국이 석 달간 진행한 한·미 FTA 개정 협상 결과 미국은 한국산 철강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면제하는 대신 한국산 철강 수출량을 30% 줄이도록 했다. 대미 철강 수출량의 56%를 차지하는 강관류는 물량을 절반으로 축소해야 한다. 철강 업계는 수출액 감소가 최대 9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의 요구를 일부 수용했다. 한·미 양국은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를 20년(2041년까지) 연장하고 한국 안전기준을 못 맞추더라도 미국 안전기준을 충족한 차량 수입을 제작사별 기존 2만5000대에서 5만 대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26일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FTA 개정 및 철강 관세 협상 결과 기자회견에서 “5만 대는 실제 수입량과 무관하며 미국으로부터 제작사별 실제 수입 물량은 모두 1만 대 미만이다”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픽업트럭 관세를 연장한 것은 현재 국내에서 픽업트럭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업체가 없음을 고려했다고 그는 말했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 박사는 “정부 자료만 보면 방어하는 협상이었음에도 우려했던 것들이 다 빠져 있어 다행이라고 볼 수 있다”라며 “철강 쿼터(수입할당)를 정한 것은 아쉽지만 미국이 애초 제한하려 했던 것보다 양호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 안전기준을 충족하는 차량의 수입 확대는 우리가 양보한 것으로 보이나 현 수준인 2만5000대에 이미 미달하는 만큼 국내에 실질적인 피해가 있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인교 인하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정부가 이번 협상을 통해 잃은 것이 없다고 한다면 말의 허점이 있는 것”이라며 “철강 관세가 면제된 것은 다행이지만 쿼터(수입할당)를 받은 것은 산업계 입장에서 상당히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 교수는 또 “픽업트럭의 경우 전 세계 다자 FTA에서 관세 양허를 앞당기는 것은 있어도 후퇴하는 건 들어보기 힘든 사례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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