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도 트럼프 대중국 관세 반대...미국 신발 브랜드 “지식재산권 관세는 미국 소비자 세금”

입력 2018-03-2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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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신발·의류, 대부분 중국서 생산해 수입…관세 부과하면 가격 경쟁력 떨어져

▲중국 장쑤성의 한 섬유 공장에서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발과 의류의 대부분은 해외에서 생산되며 중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AP뉴시스
미국 소매와 신발 제조업체들이 자국 기업을 보호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이 오히려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명 미국 유통업체와 신발 브랜드 100여 곳이 1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에 대한 지식재산권 관세 부과를 다시 생각해보라는 서한을 보냈다고 미 온라인 매체 쿼츠가 전했다. 전날 미국 무역단체들이 중국에 대한 관세는 미국 경제에 해롭다며 관세 철회를 촉구하는 등 산업계에서 계속된 관세 반대 움직임에 목소리를 보탠 것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면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 IT·전자기기를 비롯해 광범위한 소비재 제품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간 600억 달러(약 64조2900억 원)의 관세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정작 보호 대상인 기업들은 관세 부과에 회의적이다. 매트 프리스트 미국신발도소매협회(FDRA) 회장은 나이키와 언더아머, 케즈 등 신발 브랜드를 대표해 보낸 서한에서 “관세는 미국 소비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매우 아이러니한 일”이라면서 “중국의 지식재산권 법을 바꾸는 데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마트와 타깃, 메이시스 등 미국 소매업 25개 주요 기업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가 미국 가정에 상처를 입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로 인한 피해자로 꼽히는 기업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조치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낸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발과 의류 대부분이 해외에서 제조된 후 미국으로 수입돼 판매된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발과 의류의 97% 이상은 해외 공장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역수입된다. 특히 중국의 비중은 어느 국가보다 크다. FDRA에 따르면 미국은 매년 약 17억 켤레의 신발을 수입하는데 이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발의 70%가 넘는 양이다.

해외에서 생산해 들여온 제품은 원산지에 따라 관세가 부과되고 그 비용은 미국 기업이 제품을 판매하는 최종 가격에 반영된다. 프리스트 회장은 특히 신발류에 대한 세금은 이미 다른 산업의 제품보다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120달러짜리 운동화 가격에서 20달러는 세금이라는 것이다.

한편 미국 신발 브랜드들은 중국에서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중국 상표법은 처음 상표명을 등록하는 사람에게 권리를 부여하기 때문에 미국 브랜드가 여러 문제를 겪을 수 있다. 미국 농구 스타 마이클 조던은 자신의 이름을 먼저 등록한 중국 기업으로부터 상표권을 되찾기 위해 수년간 법정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프리스트 회장도 몇 주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지식재산권 보호의 중요성에 대해 조언했다.

그런데도 이들 기업이 미 정부의 관세나 수입 제한에 반대하는 이유는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느라 소비자에게 추가 비용 부담을 넘기는 것보다 경쟁력 있는 제품 가격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프리스트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우리 제품의 가격 민감도를 감안하면 추가적인 비용 인상은 가격 경쟁력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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