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기 엔라이즈 대표 "익명 커뮤니티 '모씨'도 고민 나누며 ‘미투’ 함께 했죠”

입력 2018-03-2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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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기 엔라이즈 대표. (사진제공=엔라이즈)
“모씨는 사람들이 쉽사리 꺼낼 수 없는 고민을 얘기하고 공감과 위로를 얻는 공간입니다. 최근에는 ‘미투’ 해시태그가 달린 관련 글이 약 6000여 개 올라오며 미투 운동의 한 흐름을 만들기도 했고, 미투 운동 이전에도 ‘성폭력’이나 ‘성폭행’ 태그로 상처를 고백하고 서로를 다독이는 커뮤니티를 형성해 왔습니다.”

김봉기<사진> 엔라이즈 대표는 20일 “실명 기반 SNS에서 사람들은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실제로 살아가는 모습은 그렇지 않다”면서 “어려운 얘기도 꺼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익명 커뮤니티 ‘모씨’를 만들게 됐다”고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2014년 말 개설된 모씨는 현재 월 평균 50만 명에 이르는 이용자들이 찾는다. 누군지 모르는 사람을 지칭할 때 쓰는 ‘모씨’에서 이름을 따온 이 애플리케이션 안에서 이용자들은 자신의 생각을 담은 카드 메시지를 공유하고 다른 이들로부터 위로와 조언을 얻는다.

철저한 익명성을 지향하기 때문에 가입 과정에서 나이와 성별을 제외하고는 휴대폰 번호나 이메일, IP 주소 등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어떤 정보도 수집하지 않는다. 모씨에서 최근 수많은 ‘미투’ 해시태그가 달린 카드글이 쏟아졌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용자들이 익명성 안에서 안전하게 더 솔직한 자신을 드러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모씨의 이용층은 18~24세의 젊은 세대가 전체 유저의 70%, 여성이 전체의 65%다. 이들은 가벼운 짝사랑이나 연애 이야기부터 가정이나 학교, 직장에서의 폭력 경험 등에 이르기까지 무거운 주제로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주제를 해시태그로 분류하고 ‘카드’ 형태로 담아내는 UI(유저 인터페이스) 역시 주 이용자층에 맞게 감성을 더한다. 모씨에서 작성된 ‘카드’가 실명 게시판인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으로 퍼져 바이럴을 만들기도 한다.

김 대표는 “익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어떻게 익명의 장점을 살릴 것인지를 많이 고민한다”고 설명했다. 익명성과 신뢰성을 함께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실제로 하루에 작성된 카드의 약 2%에서는 익명성을 악용해 불건전한 만남을 하거나 사이버 불링(온라인 괴롭힘)이 이뤄지기도 한다.

이를 위해 사용자, 카드, 금칙어 등 3가지 단계로 필터링 시스템을 가동하지만 이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모씨는 완전한 익명을 넘어 ‘선택적 익명’의 영역으로 확장을 모색하는 중이다. 김 대표는 “익명으로 만난 사람들이 친분을 쌓으면서 조금 더 서로 다가갈 수 있도록 카드 커뮤니케이션을 넘어 음성이나 영상 통화가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확장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모씨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위피’라는 또 다른 커뮤니케이션 데이팅 앱의 프로토타입 제작을 완료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위피에서는 실명 기반 서비스를 테스트 중”이라면서 “앞으로도 사람들을 연결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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