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 기업들 ‘한숨’… 대비는 하고 있지만

입력 2018-03-1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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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들은 올해 7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될 ‘주 52시간 근무제’를 앞두고 주 52시간 근무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시작 전부터 여러 우려가 터져 나온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각 부서장들에게 ‘주52시간 근무를 지키라’는 지침을 내리고, 비(非)업무시간에 대한 체크 기능을 강화한 근태관리시스템을 도입했다. LG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LG전자는 2월부터 HE(홈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 일부 조직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 제도를 시범 운영 중이다. 사업부별 근무 특성과 상황을 반영해 전 계열사로 순차 도입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도 지난달부터 주 최대 52시간 근무제 시범 운영하고 있다. 유통업계인 신세계그룹은 1월부터 법정 근로시간(40시간)보다 5시간 적은 주 35시간 근무제를 전격 도입했다.

이들 기업들은 반도체 호황과 가전 제품 판매 증가 등에 힘입어 최고의 실적을 기록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다. 그런데 호황의 뒷면에 ‘초과 근무’가 있다. 예를들어 신형 스마트폰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R&D)부서는 초과 근무를 해왔다. 반도체 주문이 밀리지 않도록 생산라인은 주말에도 특근을 했다. 이런 노력이 최대 실적을 이끈 것이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한 연구원은 “결국 자료를 집으로 들고가서 잔여 업무를 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업무 특성상 특정 시즌에 일이 몰리면 야근을 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에 주 52시간을 일괄 적용할 경우 자칫 타이밍을 놓쳐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에어컨 등 계절 가전제품 생산 현장은 최소 6개월 이상 집중적으로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성수기 등 특정기간 일이 몰리는 제조 현장은 일률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이게 되면 생산 차질 등 부작용이 불가피하다.

해외마케팅·영업·대외 담당 부서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들 부서는 특성상 업무시간을 명확하게 확정하기 힘들다. 건설업체들도 장마철이나 겨울에는 공사를 진행하기 어려워 다른 시기에 업무를 몰아서 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진다.

기업들은 시범 운영을 통해 부작용을 파악한 후 보완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이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 기업은 직원들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양한 근무형태를 실험 중이다.

일부 외국계 기업들은 하루씩 오전, 오후, 야간을 근무한 뒤 이틀을 쉬는 5조 3교대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야근이 잦은 정보기술(IT)과 게임업계도 탄력 근무시간제를 일부 도입했다. 재계는 현재 2주 또는 3개월 단위로 운영되는 탄력근로제를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계절별로 일이 몰리는 사업은 6개월, 1년 단위로 늘리고 허용 기준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광호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산업별로 근로시간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영향도 상이할 수 있다”며 “산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근로시간 단축의 본래 취지와 다른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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