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부동산 변곡점은 착시...주택정책, 돈 문제아닌 주거복지로 접근해야”

입력 2018-03-16 10:00수정 2018-03-17 02:11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인터뷰

위로 향하는 직선만 보이던 부동산 시장에 꺾은선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변곡점을 말하기도 한다. 이상호(54) 건설산업연구원장은 이를 “착시”로 규정했다. 규제 효과로 단기적 안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잘못된 정책이기 때문에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가 말한 불안정은 급반등이 아니다. 하방압력이 강화되면서 시장 불안이 장기화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남문제에 관해서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조기완공과 ‘소셜믹스(계층혼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부동산 시장은 이미 안정화 단계를 지나 불안이 커지는 시점에 막 접어들었습니다. 정부 규제의 효과도 진즉에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문제는 지금의 안정이 착시라는 점입니다. 정부 규제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겠죠. 하지만 길게 보면 부작용을 피할 수 없습니다. 사상최대 규모의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데 각종 규제로 소비자는 집을 살 기회와 수단을 봉쇄당했으니 시장이 비틀리고 꼬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이대로 가면 부동산은 하방압력이 만연화한 불안정한 시장이 될 수 있습니다.”

그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좁은 시야와 단편적 접근에서 비롯된 단세포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소득수준과 도시 인프라, 지역별 균형발전, 세대간 자산격차 등 다양한 요소들이 얽혀 작동하는 시장을 ‘돈 문제’로 단순화 해버렸다는 것이다.

“정부의 주택 정책은 가격 측면에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아파트, 특히 강남 아파트 값을 잡는 것이 지상과제인 것처럼 이야기 합니다. 주택을 돈으로만 보는 거죠. 이건 업자들이나 갖는 시각입니다. 주택정책의 성패를 가격으로 판단하는 것이 옳은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가격으로만 접근해서는 주택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중학생도 아는 3대 경제 주체를 꺼냈다. 기업과 가계, 정부의 역할을 기억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기업은 공급하고 소비자는 수요합니다. 그게 시장 아닙니까? 부동산도 마찬가지죠. 그럼 정부는 부동산 시장에서 무슨 역할을 맡아야 할까요? 시장의 큰 틀을 짜고 이끌어 나가야죠. 그런데 지금의 정책은 큰 틀이 아니라 강남에 매몰돼 있고, 이끄는 것이 아니라 투기세력 꽁무니 쫓느라 바쁩니다. 스스로의 역할을 잊은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비판을 듣다보니 대안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집값 외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고려해야할 사안들은 무엇이 있는지 물었다. 이 원장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정부라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할 것은 주거복지 아닐까요?”라고 되물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주택수급지도’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어느 지역에 집이 모자라는지, 그 곳에는 어떤 계층이 살고 있는지, 그들은 무슨 형태의 주택을 원하는지 등을 제대로 파악해서 지도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중장기플랜을 세워나가야죠. 그런데 정부가 주거복지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발표한 ‘주거복지로드맵’의 핵심은 공공임대주택 확대입니다. 숫자와 가격에 편중된 전형적인 공급자 마인드죠. 과연 주택 수요자들이 원하는 것이 공공임대주택일까요? 국민소득 3만불 시대입니다. 소비자들의 수준을 생각해야죠. 게다가 공급지역도 경기도 외곽 일색입니다. 대중교통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 들어가 살라고 하는 정책이 주거복지인지 의문입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과 ‘뉴스테이’ 정책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시장에 지속적인 공급확대 시그널을 보낸 덕에 5년간 주택가격이 하향안정세를 보였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 등 외부환경의 영향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진정된 이후에도 주택시장의 안정세가 계속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당시 정부는 보금자리주택 정책을 발표하면서 필요하다면 그린벨트라도 해제해서 언제든 집을 더 짓겠다는 확실한 방향성을 제시했어요. 그리고 뉴스테이가 먹혀든 이유도 시장이 원하는 형태의 집을 공급하겠다는 소비자 친화적 정책이었기 때문입니다. 뉴스테이는 저소득층이나 청년들이 아니라 중산층을 위한 집이었거든요. 원하는 상품이 필요한 만큼 언제든 공급된다는 인식이 퍼지니 시장가격이 안정되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죠. 반면 현 정부의 공공임대는 입지와 상품의 질도 문제 이지만 너무 먼 일이라는 점이 가장 큰 맹점입니다. 지금 당장 착공해도 완공까지 2~3년, 5년 임대, 분양전환 등을 감안하면 10년은 걸리는데, 현실에 와닿지 않는 이야기일 뿐이죠”

화두인 강남 집값 문제에 관해 질문을 던졌다. “강남 불패가 이어질 것”이라거나 “그들만의 리그이니 내버려 두라”는 식의 진부한 답을 염두에 둔 예상은 빗나갔다. 그는 우선 “강남은 섬이 아니다. 다 무너지는데 혼자 무사할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경기하락과 가계부채 문제, 금리 인상, 지방 부동산 침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보면 부동산 시장 전체가 흔들리는 시점이 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규제위주의 정책은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하겠죠. 당장 강남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시장 자체가 어려워지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방의 붕괴조짐이 북상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지금 지방 부동산 시장은 언론에 보도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파장이 있을 겁니다.”

강남 집중화 현상을 해결할 대안도 제시했다. 이 원장은 공사가 한창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완공을 서두르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직주근접’이라는 새로운 수요경향이 교통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GTX는 강남과 경기도 주요 신도시를 잇는 광역급행철도로, 완공되면 서울∼동탄 간 이동시간이 20분으로 단축되는 등 서울 접근성 문제 해결을 기대할 수 있는 프로젝트다.

그는 “동탄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 현상을 주목해야 합니다. 30분 정도에 서울 중심부 진입이 가능하다면 인구분산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방증이죠. 물론 교육 인프라와 시세차익 등 고려해야할 다른 쟁점들이 많지만, 출퇴근하기 위해 하루 3~4시간이 소비되는 피곤한 일상만 사라져도 외곽으로 나가겠다는 수요들이 분명히 등장할 겁니다. 현재 2025년 완공 예정인데, 조금 더 속도를 내서 개통 시기를 앞당기면 강남 집중 현상에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봅니다”

이 사장은 이대로 가면 주택시장에 고령층만 남게 될 우려 높다며 젊은 층이 진입할 수 있도록 청약제도를 손봐야한다고 역설했다. 현재의 중장년층은 구매력이 있는 반면 청년들은 집을 살 여력도, 제도적 뒷받침도 없다는 이야기다.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과거에는 일부 공급과잉이 있어도 해결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어려운 일입니다. 젊은층의 소득수준이 집값 상승을 쫓아가지 못하기 때문이죠. 이대로 두면 부동산 시장은 베이비부머 세대인 50~60대들이 계속 주도하게 될 겁니다. 이들은 예상과 달리 집을 팔지 않죠. 20~30대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이들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청약가점제를 재정비하는 것이 첫 걸음이라고 봅니다. 지금의 제도는 무주택기간이 길고 나이도 많아야하고, 자녀도 여럿이어야 유리합니다. 제도가 젊은층을 주택시장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셈이죠. 현재의 방식을 버리고 신규 주택 수요자의 소득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그들이 원하는 주택은 무엇인지 등 다각도로 살펴서 청약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이 사장은 “주택정책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마련해야 한다”고 반복해 말했다. 그리고 주택시장의 계층간, 세대간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소셜믹스’가 뿌리내리도록 정부가 시민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거유형을 다양화해야 합니다. 고급 아파트 단지 안에 임대주택을 짓는 기계적 혼합이 아니라,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모여 살 수 있도록 소셜믹스를 계획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도시에 부자만 있다고 잘되는 것이 아닙니다. 모여살되 서로의 존재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도록 오랫동안 고민하고 장기적으로 풀어나가야죠.”

<이상호 원장은...>

1964년 경남 김해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들어와 건설정책연구실장과 연구위원 등을 지낸 뒤 2006년 GS건설 전략담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GS건설 경영연구소 소장이던 2012년, 한미글로벌 사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3년여간 최고경영자(CEO)로 활동하며 경영능력을 발휘했다. 2016년 제7대 원장으로 건설산업연구원에 다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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