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는 틀렸다”…다시 뜨는 반도체주

입력 2018-03-14 08:35수정 2018-03-1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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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사이클은 곧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 속도가 시장 예상보다 빨라 주가 하락 위험이 커지고, D램 생산력 확대로 공급 부족은 내년 1분기를 지나면서 사라질 것이다.”

지난해 11월 27일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어둡게 전망했던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의 보고서 내용이다. 당시 모건스탠리는 삼성전자의 투자 의견과 목표 주가를 하향했다.

유명 외국계 투자은행의 의견은 파급 효과가 컸다. 280만 원대를 훌쩍 넘겼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하락을 시작하며 올해 2월에는 220만 원까지 밀려났다. 9만 원을 바라보던 SK하이닉스 주가도 같은 기간 7만 원대를 위협받을 만큼 떨어졌다. 원화 강세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 실적마저 시장 전망을 밑돌자 주가의 불확실성이 계속됐다. 모건스탠리의 전망이 맞는 듯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모건스탠리의 예상은 맞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다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3.86% 오른 258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3월 들어서만 9.77% 상승이다. SK하이닉스의 상승세는 더욱 가파르다. 같은 날 SK하이닉스는 전일 대비 6.01% 급등한 9만 원에 거래를 마치며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달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률은 17.19%에 달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등한 이유로 △미국 증시의 기술주 급등 △예상보다 탄탄한 메모리 가격 △향후 반도체 실적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각 변화 등을 꼽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3대 D램 업체로 꼽히는 미국의 마이크론은 12일(미국시간) 8.76% 급등하며, 이달 들어서만 24.67%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이에 마이크론보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낮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매수세가 몰렸다는 설명이다.

이들 기업의 상승세는 반도체 업황을 우려하던 대한 투자자들의 시각이 변했다는 것을 나타내기도 한다. 노무라의 미국 리서치사회사 노무라인스티넷은 마이크론 목표주가를 55달러에서 100달러로 대폭 상향했다. 노무라는 “반도체 회사들이 올해 2, 3분기 연속으로 가격을 올려 향후 6개월간 반도체 칩 가격이 10%가량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올해 1분기를 고점으로 반도체 가격이 꺾일 것이라던 모건스탠리의 전망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다.

반도체 ‘빅 사이클(대호황)’이 정점을 찍었다는 모건스탠리의 전망이 처음부터 무리한 추정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건스탠리의 예상은 과거 경험으로 볼 때 반도체 호황으로 생산업체가 설비 투자를 늘리면 시장의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고, 다시 가격이 내려갈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반도체 시장의 사이클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 지난해 말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가파르게 하락했음에도 국내외 증권사 상당수는 올해 반도체 업종의 실적 전망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상향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반도체 빅 사이클이 예전보다 ‘더 크고, 길게’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는 공급 증가가 수요 증가에 후행하는 구조여서 수급이 쉽게 깨지기 어렵다”면서 “4차 산업혁명 관련 정보기술(IT) 패러다임 변화와 맞물려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와 공급이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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