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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의 독서산책] 루드비히 폰 미제스 ‘경제적 자유와 간섭주의’
입력 2018-03-12 10:48
자유주의 경제학, 고전에서 길찾기

불황이 왜 이렇게 오래가는 것일까? 경기부양책을 사용하면 경제가 회생할 수 있을까? 앞으로 우리 경제는 더 나아질 수 있을까? 이런 의문들에 대해 답을 찾는 사람이라면 우리 사회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를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루드비히 폰 미제스의 ‘경제적 자유와 간섭주의’는 한 국가가 오랫동안 번영의 길로 달려갈 수 있는 철학과 방법 그리고 사회와 개인의 선택을 다룬 책이다. 오래전에 출간된 미제스의 저서들은 오늘날 자유주의경제학의 고전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어려운 시대일수록 고전에서 답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실 우리 사회는 개인의 선택과 책임을 강조하는 자유주의 전통이 일천하다. 역사적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자유시장 경제가 만난 것은 우연한 사건으로 말미암았다고 볼 수 있다. 시민들은 학교 교육을 통해 체제의 정체성이나 철학 그리고 작동원리에 대해 배울 기회가 별로 없다. 근래에 우리 사회는 정부가 깊이 간여하는 방식으로 많은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의 직·간접적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관이나 단체도 크게 줄어들었다.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점점 사회의 역동성이 내려앉는 듯한 이유를 반드시 돈이나 자원의 문제만으로 바라볼 수는 없다. 우리는 미제스의 지혜에 주목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문제 해결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미제스는 사람의 행동을 좌우하는 것은 ‘관념’이라고 말한다. 오늘은 과거 관념의 산물이다. 또한 오늘의 관념은 내일을 형성할 것이다. 정부가 어떠한 사회적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해결할 수 있다는 관념을 시민들이 공유하고 있다면, 관념이 거대 정부를 낳고 거대 정부는 낮은 경제적 성과를 낳게 된다. 시민이나 정책 담당자들이 올바른 관념을 갖지 못한 사회는 장기 침체나 경제적 쇠락을 피할 수 없다.

이 책은 △경제적 자유 △정부의 간섭주의 정책 △비평가로서의 미제스 △경제학과 사상 모두 4개 장으로 구성됐다. 1·2장을 읽는 것만으로 우리 사회의 장기 침체에 대한 원인과 해법을 찾아내는 일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미제스는 개인의 복지와 소비자 대중의 생활조건을 향상시키는 최선의 경제조직은 가능한 한 경제적 자유를 더 많이 경제 주체들에게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개인의 자유는 ‘자신의 계획하에 삶을 영위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또한 그는 그렇게 하는 것이야말로 정의로운 것이며 도덕적인 것, 즉 “개인의 자유가 없는 곳에서 도덕성을 논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미제스는 어떤 사회가 번영하길 원한다면 자본 축적을 촉진하는 부분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도 말한다. 왜냐하면 자본 축적이야말로 경제발전을 위한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는 시장과 시장의 경쟁에 대해서도 이런 정당성을 부여한다. “시장은 폭력이 필요 없다. 시장의 원리를 따르지 않는 자는 스스로를 처벌하게 되기 때문이다.”

동양보다 서양에서 자본 축적이 계속해서 증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로마법에 뿌리를 둔 사유재산 덕분이다. 자신의 재산을 존중하는 것은 타고난 본성이지만 타인의 재산을 존중하는 것은 배워야 하고 생활 속에서 관습으로 뿌리내려야 가능하다. 그는 좌우 구분에 대해서도 나름의 정의를 제시한다. “유일하게 의미 있는 구별은 시장경제와 그의 당연한 귀결로 제한된 정부를 믿는 사람과 그러지 않고 전체주의적 사회를 역설하는 사람의 구별인 것이다.”

장기 침체의 궤도를 따라가는 우리 사회를 보면서 미래의 성과는 관념의 결과물이라는 미제스의 말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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