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STX조선 불가능한 지원 조건 요구 왜?

입력 2018-03-0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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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산업은행이 STX조선해양에 대한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조건으로 사실상 불가능한 미션을 요구했다. 1400억 원 규모의 신규 RG 발급을 위한 명분을 쌓고 한국GM과 금호타이어에서도 다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풀이된다.

9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산은이 STX조선해양에 요구한 인력 감축 규모는 생산직(노조 가입자) 기준으로 75%에 달한다. 지난달 기준 생산직 695명에서 170명 아래로 줄이라는 것이다. 산은은 전날 장윤근 STX조선해양 대표이사를 불러 이 같은 내용을 통보했다.

자구계획 실행에 대한 노사확약서 제출 시한은 다음 달 9일이다. 노사확약서가 제출되지 않으면 RG 발급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까지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달 내 노사확약서 제출은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현재 계약 중인 선박 4척에 대한 RG 규모는 약 1400억 원 수준이다. 이 중 2척의 RG 발급 기한은 이미 1월 말 만료됐고 다른 2척 역시 다음 달 2일이 RG 발급 마지노선이다.

그럼에도 산은이 이러한 조건을 못 박은 것은 전날 법정관리 돌입이 결정된 성동조선해양 사례와 크게 비교되지 않도록 명분을 쌓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국GM과 금호타이어 사례에서 놓친 구조조정 원칙을 재확인하고 주도권을 잡기 위한 사전작업으로도 분석된다.

산은은 지난해 말 도래한 금호타이어의 채권 만기를 벌써 3개월째 매월 유예해주고 있다. 법정관리 돌입을 무기로 내걸기도 했지만 ‘상관없다’는 노조에 끌려다니는 상황이다. 한국GM 사례에서도 아직 중요 자료를 받지 못해 실사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밭이 큰 이들 기업에 대한 강력한 조치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STX조선이 기한 내 자구계획 합의에 실패해도 다른 협의점을 충족하는 수준에서 RG 발급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STX조선을 법정관리로 내몰 경우 어차피 산은만 또다시 큰 손해를 감당해야 한다는 점도 고려할 부분이다. STX조선은 지난해 법정관리 과정에서 산은을 제외한 대부분의 금융·상거래 채권들을 정리한 상태로,현재 남아 있는 부채의 대부분은 산은 몫이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인력 감축 말고도 원가 구조가 개선됐다고 보일 만한 조치가 이뤄진다면 RG 발급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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