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약달러 고의로 묵인”…ECB, 트럼프 환율전쟁 부채질에 우려

입력 2018-02-23 09:20수정 2018-02-2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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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위원들, 1월 통화정책회의서 미국 약달러 정책에 위기 공감대

유럽중앙은행(ECB)이 미국발 통화 전쟁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환율에 개입해 달러 약세를 유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CB는 이날 공개한 1월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에서 유로화에 대한 달러 약세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 회의는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의 약달러 지지 발언 당시인 24~25일에 열렸다. ECB는 미 행정부가 고의적으로 달러 약세를 묵인해 환율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판단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회의에서 므누신 장관의 발언에 우려를 나타냈다. 드라기 총재는 “미국이 고의적으로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해서는 안된다는 국제통화제도의 규정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4일 므누신 장관은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서 달러 약세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그는 “무역과 기회 면에서 약달러가 좋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미국이 강달러 정책을 버려 유로존의 수출과 ECB의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신호로 여겨졌다.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에 유리한 달러 약세를 선호한다고 노골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드라기 총재의 두려움은 회의에 참석한 주요 의사결정자들과 공유됐다. 의사록에는 “환율 변동과 넓게는 국제 관계에 대한 발언이 우려된다”면서 “경쟁적 평가 절하를 명백히 배제한다는 환율에 대한 합의 준수의 중요성이 강조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외환시장에서는 므누신 장관의 발언으로 달러 가치가 급락했다. 지난달 24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달러지수는 89.21을 기록했다. 달러지수가 90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4년 말 이후 처음이었다. 지난달 25일 유로·달러 환율은 1.25달러로 치솟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므누신 장관은 “강달러를 원한다”며 달러 약세를 유도한다는 비판을 무마했지만 약달러 기조는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한국시간 23일 오전 8시 40분 현재 유로·달러 환율은 1.23달러로 전일 대비 0.02% 올랐으며 달러·엔 환율은 106.74엔으로 0.01% 내렸다. 주요 10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블룸버그달러스팟지수는 전일 대비 0.29% 하락한 89.736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한편 ECB 위원들은 경기 침체 시 양적 완화를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사라질 만큼 경기 상황이 호전됐다면서 금융정책 변화를 촉구했다. ECB는 매달 300억 유로의 채권을 사들이고 있으며 적어도 9월까지 이를 지속할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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