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투입한다해도…“한국지엠 경쟁력 회복 의문”

입력 2018-02-19 09:39수정 2018-02-19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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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투입한다해도…“GM 경쟁력 회복 의문”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GM)지부 조합원 1500여 명이 14일 오전 전북 군산시 한국지엠 군산공장에서 군산공장 폐쇄 철회를 촉구하는 가운데 공장 거리는 텅 비어 쓸쓸하다. 뉴시스

한국 정부와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간 지원 협상이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협상 전에 한국지엠이 스스로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한국지엠이 만드는 자동차에 대한 신뢰도가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악화된다면 한국 정부의 지원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로 작용할 수 있다.

1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산업은행의 유상증자 참여와 함께 외국인투자지역(이하 외투지역) 지정을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3조 원 안팎의 증자 참여 △대출 재개 △세금 감면 등이 핵심이다. 특히 외투기업 세제지원을 받기 위해 우리 정부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공장을 가동할 여력조차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신규투자를 대상으로 하는 세제혜택을 달라는 것이어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한국GM의 제안을 받아들여 3조 원에 달하는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면 한국GM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5000억 원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 외투기업 혜택을 줄여 나간다는 정부 입장과도 상충된다.

전문가들은 한국GM 추가 지원이 무의미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금 한국GM은 ‘암 4기’ 정도로, 이미 손 쓰기엔 너무 늦었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지원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암 4기 환자의 생존 기간을 6개월∼1년 정도 연명시켜주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지금 정부가 지원한다면 한국GM이 당장 연명은 하겠지만 결국 다음 정권에서 같은 문제가 또 발생할 것”이라며 “폭탄 돌리기나 마찬가지고, GM의 경영 스타일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실적을 근거로 봤을 때 한국GM에서 비중이 큰 수출이 많이 줄어드는 것은 해외시장 경쟁력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얘기”라면서 “글로벌 GM 전체로 봐서도 GM은 미국 본토 등에서만 괜찮지, 나머지 시장에서는 모두 고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래서 각 시장에서 철수나 축소 등 구조조정을 추진해온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국GM에 따르면 GM 본사는 최근 노조에 북미 수출용 크로스오버유틸리티(CUV) 차량 배정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어떤 신차를 배정할지는 결정하지 않았다. 신차 생산이 가능한 시점에 이르러도 GM이 한국시장 철수를 이유로 다시 자금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진정성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다만 ‘자율주행차 개발권’이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GM이 한국 공장을 자율주행차나 전기차 생산기지로 바꿀 경우 중·장기 성장이 보장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이대로라면 정부 지원안이 나오기도 전에 소비자의 외면으로 한국GM 영업망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군산공장 폐쇄 소식이 알려지기 전에 계약한 고객의 이탈이 심각하다. 특히 군산공장에서 만들던 크루즈나 올란도를 계약한 고객들의 계약파기가 속출하고 있어 일부 딜러들의 실적이 지난해 1~2월에 비해 70%나 빠졌다. 때문에 한국GM 딜러들이 현대·기아차로 넘어가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상황이 이렇자, 국내에서 판매 중인 쉐보레·캐딜락 브랜드의 생존 가능성에도 의문부호가 달린다. 김영식 GM코리아 사장은 “두 브랜드는 성격이 다르고, 미국 본사에서도 럭셔리카 해외 투자 의지가 강해 한국 시장에서 지속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한국GM 사태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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