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본 상속·가업승계] 불효자로부터 재산을 되찾는 방법

입력 2018-02-06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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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자식의 부양을 기대하면서 미리 재산을 주는 경우가 있다. 자신이 관리하다가 죽은 다음에 자식에게 주는 것이 좋을 수도 있지만, 부모가 나이가 들어 재산을 관리하기 힘든 때나 미리 증여하는 게 세금 절감에 도움이 되는 때도 있다. 부모님을 잘 모시겠으니 자신에게 재산을 달라고 하는 자식의 말을 믿고 재산을 미리 주는 상황도 있다.

자식들의 말을 믿고 재산을 미리 줬는데 약속과 달리 제대로 부양을 하지 않을 경우, 미리 준 재산을 되찾아 올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우선 자식에게 재산을 준 것은 부양할 것을 조건으로 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방법이 있다. 필자도 불효자로부터 재산을 찾아오기 위해 실제 이러한 주장을 하면서 소송을 한 경험이 있다. 이런 방법으로 재산을 찾아올 수 있을지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런 주장을 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부양을 조건으로 재산을 준 것이라는 점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부모가 재산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면, 대부분의 자식은 부양을 조건으로 재산을 받은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부모가 재산을 주면서 계약서 같은 서류에 ‘부양으로 조건으로 주는 것’이라고 명확히 기재해두면 문제가 없겠지만, 부모 자식 사이에 이런 계약서를 작성해 두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부양하기로 한 조건을 지키지 않았으니 재산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이기기 쉽지 않다.

재산을 되찾아 오는 소송은 민법 규정을 근거로 이뤄진다. 우리나라 민법은 재산을 증여하겠다고 구두로만 약속하고 문서로 작성하지 않은 경우, 증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부모 자식 사이와 같이 재산을 증여받은 사람이 재산을 준 사람을 부양할 의무가 있는 경우,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증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외에 우리 민법은 증여 계약을 한 후에 증여를 한 사람의 재산 상태가 크게 변경됐고, 증여 계약 이행시 증여자의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 증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규정들을 보면 민법에 정해진 방법을 통해 어렵지 않게 불효자로부터 재산을 찾아올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방법들이 실제로는 큰 효용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가장 큰 이유는 우리 민법 규정상 이미 재산을 넘겨준 경우에는 증여 계약을 해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부모가 자식에게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증여하기로 약속만 한 상태에서는 민법 규정들에 의해 증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지만, 이미 등기까지 자식 명의로 해준 경우에는 민법에 의해 증여 계약을 해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유로 증여 계약을 해제하고자 할 경우, 우리 민법은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날부터 6개월 내에만 해제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민법의 이런 한계 때문에 얼마 전 소위 “불효자 방지법”이 실제 발의된 적이 있다. 아직 통과되지는 않았지만, 이 법은 자식이 부양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때, 증여 계약의 해제를 더 쉽게 하고, 이미 넘겨준 재산도 찾아올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재산을 받은 자식이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신탁과 같은 방법을 이용하거나, 부양을 조건으로 증여하는 것임을 명확히 밝혀두는 것이 현재 상황에서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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