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통제 비웃는 주택업체 전략

입력 2018-02-04 15:10수정 2018-02-0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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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 연기ㆍ민간임대주택사업 전환 등으로 돌파구 열어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민간 아파트 분양가 통제에 나서자 주택업체들의 고단위 대응 수법들이 속속 등장하는 모습이다. 분양가를 내리든가 아니면 분양 시점을 일단 미뤄놓고 눈치를 살피기도 한다.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어떤 업체는 일반 분양사업 분을 아예 민간 임대사업으로 돌려 정부를 무색하게 만든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 놓아도 빠져나갈 방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느낌이다.

대표적인 곳이 위례신도시 호반건설산업 사업장이다. 바로 앞에 골프장이 자리 잡고 있는 ‘위례 호반가든 하임’단지는 위치가 좋아 많은 청약 통장 가입자들이 분양 일을 기다려왔다. 위례신도시 다른 지역은 대부분 입주가 완료된 상태인데도 북 위례지역은 군부대 이전이 늦어 올해부터 줄줄이 분양 일정이 잡혀있다. 호반건설산업도 지난해 하반기 일반 분양용 토지에다 임대주택건설계획을 세워 하남시에 인ㆍ허가 신청을 했다. 당시도 8.2부동산 대책 등으로 주택업체들의 고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민간 임대사업은 공공임대와 달리 마음대로 보증금과 임대료를 정할 수 있다. 보증금으로도 얼마든지 사업성을 맞출 수 있는 형태다. 당장 분양 이득은 좀 줄지 모르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된 뒤 일반 분양 때에는 더 큰 수익을 얻는 구조다. 공공 임대주택이 아니라서 분양 전환가격을 거의 시세만큼 받아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분양 이득을 주택업체가 다 갖고 가면 일반 청약자들의 몫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좀 싸게 분양을 할 경우 수많은 사람이 이득을 보지만 관련 업체가 욕심을 부리면 부의 분배가 잘 안 돼 경제효과도 떨어진다. LH공사 등 공공기관이 일반 분양을 생각하고 싼 값에 부지를 공급했지만 이에 따른 이득을 주택업체가 독차지하는 형태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호반건설산업은 5일 위례 호반 가든하임 청약자 모집에 들어간다. 전용면적 101~149㎡규모 699가구 물량이다. 민간 임대 분양은 청약통장이 없어도 청약을 할 수 있고 거주지역 제한도 없다. 전국에서 아무나 다 청약이 가능하다.

문제는 보증금과 임대료다. 전용면적 101㎡형의 경우 일반 층 기준으로 입주 때까지 내야 하는 보증금은 6억2000만원이고 입주 후 월 25만원씩 별도의 임대료를 납부하는 조건이다. 월 임대료를 보증금으로 환산할 경우 거의 7억 원짜리 전세주택인 셈이다. 이를 공급면적으로 나눠보면 3.3㎡당 1700만원이 넘는다. 인근에 있는 위례 그린푸르지오 같은 평형 대의 전세가는 6억~6억2000만원이다. 3년 후에나 거주할 수 있는 아파트가 기존 시세보다 오히려 비싸다.

그래서 위례 호반가든 하임이 대 성공을 이룰지에 관심이 쏠린다. 시장 분이기로 볼 때 청약률은 높게 나올지 모르지만 막상 계약률은 생각만큼 높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유는 임대 보증금이 너무 비싸다는 거다. 일부 인기지역을 제외한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가 가라앉는 형국이라서 그렇다. 올해 말에는 9500가구가 넘는 송파 헬리오시티가 입주자를 맞게 된다. 대규모 물량의 아파트가 인근 가락동 쪽에서 출하되면 위례신도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한 가지는 중산층 임대주택으로 각광을 받았던 뉴스테이 사업도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기지역으로 꼽히는 ‘위례 이편한세상 테라스 뉴스테이’도 입주 포기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물론 앞으로 3년 후 전세가격은 지금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구입자보다 관망 수요가 많아지면 전세가격은 당연히 오른다. 집을 사지 않고 전세 등의 수요가 많아지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을 생각할 때 적어도 4년간 편히 살 수 있는 전셋집을 점찍어 놓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지금 입장에서는 비싼 돈 주고 3년 후에 들어갈 전세주택을 미리 확보해 놓는다는 게 선뜻 마음에 와 닫지 않는다. 분양 전환 가격이 시세보다 많이 싸다면 몰라도 비슷한 가격에는 우선 분양 자격은 이점이 되지 못한다.

그럴 바에야 집값이 떨어지는 시기에 대출을 받아 살 집을 구입하는 게 더 현명하다. 처음에는 자금 부담을 겪기도 하겠지만 고비를 넘기고 나면 집값이 올라 그만큼 자산이 불어난다. 전셋집은 세월이 아무리 지나도 이득이 안 된다는 말이다.

집 살 돈이 없어 전세살이를 한다 해도 꾸준히 주변 주택시장을 관찰하고 연구를 하다보면 방도를 찾을지 모른다.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튼 위례 호반 가든하임의 청약결과는 주택시장에 시사하는 의미가 적지 않을 듯하다.

계약률이 100%를 기록할 경우 민간 임대주택이 내 집 마련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해줄 수 있다.

아니면 이런 식으로 전세를 살다가 주택경기가 좋아질 듯싶으면 분양을 받겠다는 잠재 수요 또한 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번 호반 임대주택사업의 성공 여부는 북 위례 다른 사업장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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