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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물]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 “일자리안정자금 내년 이후도 이어져야 최저임금 인상 연착륙”
입력 2018-01-26 10:44   수정 2018-01-26 13:56

▲23일 서울 동작구 중소기업연구원에서 만난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은 “최저임금 인상은 단기적으로는 고통스럽지만 경제구조 전환을 위해 장기적으로 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일본에서 청년들이 아르바이트만 해도 생활할 수 있는 것은 일본이 전체적으로 고임금을 감당해낼 수 있는 경제적인 토대가 튼튼한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시간당 1만 원을 감당할 수 있는 경제 구조로 올라서야 합니다.”

23일 서울 동작구 중소기업연구원 사옥에서 이투데이와 만난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53)은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성인이 되는 것처럼, 우리 경제도 계속 GDP(국내총생산) 2만 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다”며 “최저임금 인상은 단기적으로는 고통스럽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구조 전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원장은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를 최일선에서 감내하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에 대해 정부가 다양한 사회적인 안전망을 마련해 지원함으로써 최저임금 인상 이후 ‘소프트랜딩(연착륙)’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재정 투입 바탕 내년 지원액 합의해야

 - 최저임금이 인상되고 정부에서도 일자리안정자금을 비롯해 보완책이 발표됐지만, 업계의 불만이 봉합되지 않고 있다. 일자리안정자금의 한시성에 대한 지적과 함께 수급 기준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가 보완책 마련에 들어갔는데

 “1인당 국민 소득 3만 달러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대·중소기업 간 소득 격차가 너무 벌어졌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여야(與野)를 막론하고 그걸 메우기 위해 소득 격차를 좁혀야 한다고 공약했다. 최저임금 1만 원은 한국 사회가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거쳐야 할 과정이다. 방향이 맞다는 전제하에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서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도 최저임금 인상 공약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정책 연속성이나 예측 가능성, 활용성 등을 감안할 때 단년도(單年度)에 끝나서는 안 된다. 일자리안정자금을 수급하는 소상공인 입장에서도 4대 보험 가입 등 수급 기준을 조정하고 복잡한 행정 절차를 거쳐서 제도 안으로 편입되는 것인데, 안정자금 지원을 1년만 받을 수 있다고 하면 인센티브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여야 협상 과정에서 세금으로 급여를 보전해 준다는 점 때문에 비판을 받다가 1년 시범 시행으로 절충이 됐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부담은 내년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일자리안정자금을 연장하는 것은 최저임금의 소프트랜딩과 직결되는 문제다.”

 -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안정자금이 내년에도 시행되면 그 자체로 비판 여론이 높아질 수 있다

 “올해 일자리안정자금을 시범적으로 시행해 보면 예산이 가늠될 것이다. 재정 투입 규모는 생각보다 그리 늘어나지 않을 수 있다. 올해 예산을 바탕으로 내년 지원에 대해 여야 간 합의를 이뤄야 한다. 최저임금 문제에 대해선 시간이 없다. 4월부터는 다시 내년도 최저임금 협상이 시작되고 6월 지방선거가 있다. 7월에는 2019년 최저임금이 결정된다. 이런 일정을 감안하면 연착륙을 위한 보완책도 이른 시일 내 마련돼야 한다.”

 

 ◇정부가 설비 투자·전업 대책 등 지원해 비용 분담해야

 - 차등 적용이나 산입 범위 개선 등 현행 최저임금 제도 자체를 수정하자는 업계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데

 “산입 범위에 관해선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정기 상여금에 관해서는 의견이 모아진 편이다. 차등 적용은 업종별·지역별·연령별 차등 적용 의견이 있는데,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기업 규모에 따른 차등 적용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규모가 작은 기업, 소상공인일수록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아지듯 기업 규모가 지불 능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중기업, 소기업 등 규모별로 2022년까지 단계별 도입을 하는 안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가장 규모가 작지만 가장 피해가 클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에게는 시간차를 두고 적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 앞으로 근로시간 단축까지 시행되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근로시간 단축의 취지는 일·가정 양립을 실현하거나 장시간 근로를 개선해 나가자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현장 이야기를 들어 보면 사용자 입장에선 인건비 범위 안에서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인건비도 줄어들게 된다. 생산성과 임금이 똑같은 상황에서 1인당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신규 고용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지만, 근로자 입장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생계비 자체가 줄어드는 결과를 맞게 된다. 이런 문제점에 대한 추가 대책이 나와야 한다. 근로시간 단축의 취지를 지키려면 근로시간이 줄어들어도 임금은 같은 수준으로 유지돼야 한다. 이는 노사 간 합의를 바탕으로 한 생산성 혁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줄어든 근무시간 안에 이전과 같은 생산성을 유지하려면 노사 합의를 통한 노동 생산성 혁신과 설비 투자를 통한 공정 혁신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이 부분에서 사업주가 감당하는 설비 투자 부분을 지원하는 방법으로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 최저임금도 마찬가지다. 올라간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해 폐업하는 소상공인이나 영세 자영업자가 나올 수 있다. 정부가 이들을 위한 전업 대책이나 직업훈련 대책 등을 지원해 줘야 한다.”

 - 특히 노동집약적인 중소기업들의 경쟁력 하락을 우려하는 시각이 높은데

 “흔히 대한민국을 ‘넛크래커(nut-cracker)’로 부르면서, 노동 집약적인 산업은 중국에 쫓기고 기술 집약적인 산업은 일본에 쫓긴다고 얘기한다. 우리 경제가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데 최저임금 인상이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건비 대비 생산성이 낮은 저부가가치 산업은 후발국에 넘겨 주자는 뜻이 아니다. ‘사양산업’은 없다. 하다 못해 신발 하나를 만들어도 고부가가치 신발이 있다. 섬유 산업도 똑같은 판단 착오를 거쳤다. 전통적인 섬유 산업이 패션이나 고부가가치 섬유로 진화해 왔듯, 각 업종은 공정 혁신이든 제품 혁신이든 스스로 진화하고 혁신하는 방법을 찾아 나서야 한다.”

 

 ◇‘사회적 임금’ 통해 大·中企 격차 축소

 - 정부는 대·중소기업 간, 노사 간, 노노(勞勞) 간 다양한 성과공유제를 도입하려고 한다. 노·사·정 간 연대나 합의가 잘 이뤄지지 않는 한국에서 정부가 이런 제도를 잘 안착시킬 수 있을까

 “중소기업 내 성과공유제 도입의 취지는 대기업에 비해 지불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임금을 많이 주기는 어렵지만, 스톡옵션과 미래가치를 줌으로써 그것으로 급여의 격차를 줄여 보려는 시도다. 사용자와 정부가 각각 감당해야 할 부분이 있다. 기업들은 좋은 인력이 와야 성장한다. 스스로 청년들이 오고 싶은 기업이 돼야 한다. 정부는 성과 공유를 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시해야 한다.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대기업에 가려는 이유는 임금과 고용안정성, 이 두 가지 문제 때문이다. 대·중기 간 지불 능력 격차가 크니까 임금 격차가 벌어지고, 임금 격차가 벌어지니까 중소기업에 인재가 가지 않고 성과가 안 나는 악순환의 고리다. 이런 격차를 줄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 현금 격차가 크다고 하더라도 성과공유제를 비롯해 내일채움공제, 병역특례, 중소기업 재직자 연수 등 다양한 제도를 통해 사회적 임금이 보완되면서 대·중소기업 간 격차를 줄일 수 있다. 이런 파격적인 제도나 조치 없이 어떻게 중소기업 중심 경제구조로 전환할 수 있겠는가.”

 

 ◇비제이씨 패소 ‘기울어진 운동장’ 증명

 -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가 밀접하다 보니 기술 탈취 문제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기술 탈취 문제와 관련된 현행 제도의 문제점들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최근 현대차와의 기술 탈취 문제에서 1심에서 패소한 비제이씨 사례는 우리나라 경제가 대기업 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이기 때문이라는 걸 단적으로 보여줬다. 대기업의 기술 탈취 입증 책임은 현행처럼 중소기업이 아니라 기술 탈취 혐의를 받고 있는 대기업이 스스로 해야 하는 게 맞다. 소송으로 가서 대기업이 시간 끌기를 하면 중소기업은 그 사이에 고사하게 된다. 이처럼 기술 탈취 문제에 대한 프로세스부터 개선돼야 한다. 입증 책임을 대기업에 부과하고 패스트 트랙 제도를 도입해 1년 안에 결론이 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 개선은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 말처럼 쉽지 않다. 단기적으로는 기술 임치제나 보호제 등 기술 탈취가 사전에 발생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사전 제도부터 갖춰 나가야 한다. 또 대기업이 ‘스카우트’ 명목으로 중소기업의 핵심 인력을 빼가는 대신 기술 거래가 제값을 받고 거래가 활성화되도록 인수·합병(M&A)의 활로를 열어 줘야 한다.”

 - 중소기업연구원이 최근 대대적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앞으로 국책 연구원으로 도약하기 위한 운영 방향을 어떻게 잡았나

 “중소기업연구원이 중소벤처기업부 승격과 함께 계속 커지고 있다. 인원이 14명 더 늘어났고 연구 본부도 2개로 증편됐다. 우선은 믿을 수 있는 정책 평가와 조정, 피드백이 가능하도록 중소기업과 관련된 새로운 통계를 마련하고 계량 분석과 동향 분석에 힘쓸 생각이다. 중기부와 통계청과의 협업을 통해 중소기업 정책을 연구원이 제대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

 지금까지 중소기업연구원이 중소기업청의 정책 집행과 관련된 역할을 서포트했다면 이제는 중소기업부의 정책 평가와 조정 기능까지 서포트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지정돼 연구의 질이나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 출연연구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국회에서 열심히 공감대를 모으고 있다. 올해 연말에 법안이 통과돼 2019년 중순부터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다.” 전효점 기자 gradually@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은 = 지난해 말 중소기업연구원에 취임한 김 원장은 서울대 경제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한국개발연구원, 한국금융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연구실 등 주요 경제연구기관을 두루 경험했다. 또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 정책보좌관과 정동영 국회의원 정책보좌관 등을 역임하며 중소기업 현장에 대한 이해도와 함께 풍부한 정책 경험까지 겸비한 인물로 평가된다.

 지난 대선 때는 이용섭 현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단장을 맡았던 문재인 캠프 비상경제대책단에서 중소기업 경제정책을 담당했다. 문재인 캠프 내에서도 실세 조직으로 알려진 비상경제대책단에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 등 13명과 함께 멤버로 활동했다.

▲23일 서울 동작구 중소기업연구원에서 만난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은 “최저임금 인상은 단기적으로는 고통스럽지만 경제구조 전환을 위해 장기적으로 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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