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순 칼럼] 갈팡질팡 ‘김상곤 교육정책’ 언제까지

입력 2018-01-23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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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지난해 6월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지명됐을 때부터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청문회에서는 논문 표절이 주된 반대 이유였다. 본인은 학계 관행 등을 이유로 강력히 부인해왔지만, 이 문제는 완결된 게 아니다.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의 석사논문 표절 여부 조사가 남아 있다. 교육부의 감독을 받는 서울대가 현직 교육부총리를 공정하게 조사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도 하지만, 어쨌든 결론이 나면 모두가 승복해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는 논문 표절보다 그의 교육이념이나 행정행위가 교육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의구심과 걱정이었다. 이것은 계량적으로 판별하거나 검증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므로 다만 우려할 뿐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었다.

 그런데 역시 그는 취임 이후 교육 전반을 갈아엎어 새판을 짜겠다는 듯 의욕 과잉을 보여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 우리 교육은 문제점투성이이니 개혁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교육에서도 당연히 적폐는 청산돼야 한다. 그렇다면 정책의 효과와 부작용을 면밀히 사전에 검토해 누구나 납득할 교육행정을 해야 할 텐데 ‘김상곤표 교육정책’은 헛발질과 보류, 변경으로 1년도 안 돼 이미 신뢰를 잃었다.

 김 부총리는 취임 직후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마련키로 했다가 사회적 합의 불충분을 이유로 1년 유예를 결정했다. 그 뒤 5개월 만인 이달 중순엔 유치원·어린이집의 ‘방과후 영어 수업 금지’ 시행 결정을 1년 유예했다. 이번에도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면서 1년간의 여론 수렴을 거쳐 내년 초까지 ‘유치원 방과후 과정 운영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초등학교 1, 2학년 교육과정에서도 빠져 있는 영어 수업을 유치원·어린이집에서 하는 것은 정책 일관성이 떨어진다”며 방과후 영어 금지 방침을 밝힌 지 불과 20일 만이다.

 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도 혼란을 키운 정책이다. 고교 서열화를 해소하려는 취지는 알겠지만 폐지한 뒤 어떻게 되는 건지, 부작용을 어떻게 해소할 건지 등이 명확치 않은 채 찬·반 양측 모두 반발하자 이들 학교와 일반고의 입시를 동시에 치러 학생 우선선발권을 없애는 수준으로 봉합한 상태다.

 2014년부터 찬반 논란을 거쳐 마련한 ‘초등 한자 표기 정책’도 올 들어 슬그머니 폐기했다. 교육부는 한자교육 반대가 심하자 “한 단원에 한자 0~3건만 제시하고 평가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당초의 방안을 약화시켰다. 그러더니 이번엔 “학습 부담과 사교육 유발을 우려한 결정”이라고 아예 백지화한 이유를 변명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2007년 시범 도입된 무자격 교장 공모제는 취지와 달리 특정 노조 교사의 교장 공모제로 변질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도 지난해 12월 전면 확대를 결정해 교직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키우고 있다. 교장은 다양한 교직 경력과 행정 경험이 중시돼야 하는데 자격증 없이 15년의 교사 경력만 있으면 교장이 될 수 있게 한 무자격 교장 제도는 직선교육감의 보은 인사 도구로 전락했다는 반론이 거세다.

 ‘김상곤 교육부’는 문제점이 많은 정책을 불쑥 내밀었다가 반발이 심하면 물러서거나 슬그머니 백지화하는 헛발질을 계속하고 있다. 일부러 세상을 시끄럽게 하려는 건 아니겠지만 온통 까뒤집고 들쑤시고 파헤침으로써 가만있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빚고 있다. 사명감과 소명의식에서 교육의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지향하는지 몰라도 일을 추진하는 방법과 태도가 잘못돼 있다.

 여권 내부에서도 ‘김상곤 피로증’이 번진다는데, 언제까지 이런 ‘보류-백지화 시리즈’ 교육행정을 계속할 것인가.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반감과 비판이 갈수록 커지는 걸 본인만 모르고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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