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에너지 산업의 미래, 빅데이터에 달려있다

입력 2018-01-10 10:34수정 2018-01-10 10:37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강남훈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

최근 A기업은 1978년부터 40년간 사용해온 노후 보일러를 고효율 가스보일러로 교체했다. 비용 부담 때문에 그동안 미뤄왔던 설비 교체가 가능했던 데에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A기업의 상황을 미리 파악한 금융기관의 맞춤형 정보 제공과 장기 저리의 정책자금 지원이 있었던 덕분이다.

이 방식을 통해 지난해 45개 기업이 약 114억 원의 정책자금을 고효율 에너지 설비 설치, 노후 보일러 교체 등에 활용했다.

이제는 노후 보일러 보유 현황, 에너지 사용량 신고 내역 등 기업 정보 분석으로 설치(교체) 자금이 필요한 업종 및 지역을 미리 선별하고 해당 기업에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연간 이용객 6000만 명을 넘어선 B국제공항은 냉난방 시스템 운영 방식을 개선해 여객터미널의 냉난방 효율을 높이고 연간 약 1억5000만 원의 에너지 비용 절감 방안을 마련했다. 건물 에너지 정보를 활용해 개선점을 도출해낸 것이다.

이처럼 진단·컨설팅, 연구기관 등 기술지원단이 해당 건물의 에너지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 운영 방안과 에너지 절감 방법을 찾아내는 ‘건물 스마트 에너지 분석 캠페인’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52개 에너지 다소비 사업장의 에너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05건의 개선 사항을 발굴했다. 개선 사항을 모두 반영할 경우 건물별로 연간 약 58TOE의 에너지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도 에너지 빅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건물 에너지 성능진단 플랫폼’이 그 예다.

건물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해 지역별 기상 정보와 건축물 정보, 냉난방, 조명 등 에너지 사용 패턴을 실시간으로 분석·진단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한다.

지난해 330여 개의 공공 건물을 대상으로 실증을 추진했다. 향후 이 플랫폼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확대된다면 연간 30만4000톤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와 492메가와트(MW)의 태양광발전소 건설 효과가 예상된다.

아울러, 1800여 명의 에너지 절약 전문기업(ESCO), 진단 시장 고용창출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에너지 사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신뢰할 만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의 ‘그린 버튼’과 같이 소비자가 직접 쉽고 간편하게 에너지 사용 정보를 확인하고 이웃과 비교해볼 수 있도록 정보를 개방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는 이를 바탕으로 개발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자신의 전력 소비 패턴을 분석할 수 있고, 낭비되는 전기를 줄일 수 있다.

에너지 기업, 공공기관 등 관계 기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에너지원별, 부문별로 흩어져 있는 정보를 하나로 통합한 국가 차원의 ‘에너지 빅데이터 공유 플랫폼’이 구축돼야 하는 이유다.

세계에너지협의회(WEC)가 발표한 ‘세계 에너지 삼중고 지수 2017(World Energy Trilemma Index 2017)’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 생산·저장·유통·소비 등 전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의 영향력이 커지며 에너지산업의 디지털화가 중요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Cloud), 빅데이터(Big Data), 모바일(Mobile)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에너지 분야와 접목해 에너지 시스템을 혁신하고 있다.

에너지 시스템 혁신의 핵심인 ‘에너지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신산업 발굴에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할 때다. 정보 개방은 민간이 혁신적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