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본 상속·가업승계] 상속세 폐지 논쟁, 어떻게 봐야 할까

입력 2018-01-0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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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만든 감세 법안이 미국 의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상속세가 크게 줄어들는데 애초에 상속세를 없애자는 주장도 나왔지만, 공제 기준을 대폭 높이는 선에서 정리됐다.

우리 나라에서도 올해부터 상속세 관련 법이 변경된다. 미국과는 달리 상속세가 강화되는 방향이다. 우리 나라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상속세를 신고 기한 내에 신고하면 산출세액의 7%를 공제해 주도록 돼 있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이 공제 비율이 5%로, 내년부터는 3%로 더 줄어든다.

또한 ‘가업상속 공제’ 요건이 강화된다. 가업상속 공제란 중소기업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10년 이상 영위한 중소기업을 18세 이상의 상속인 1명에게 상속하는 경우 일정한 금액을 상속재산에서 공제해 상속세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이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이러한 가업상속 공제를 받을 수 있는 요건이 더 까다로워진다.

세계적인 추세가 상속세 부담을 낮추는 방향인 반면 우리나라 상속세율이 다른 나라들보다 높은 편인 것은 사실이다. 1972년 캐나다를 시작으로 호주(1979), 이스라엘(1981), 뉴질랜드(1992)가 상속세를 폐지했다. 2000년대에는 포르투갈ㆍ슬로바키아(2004), 멕시코ㆍ스웨덴(2005), 오스트리아(2008), 체코ㆍ노르웨이(2014)가 상속세를 없앴다.

OECD 35개 회원국 중 13개국이 상속세를 없앴거나 부과하지 않고 있다. 싱가포르, 홍콩, 중국, 러시아도 상속세가 없다. 이들 국가가 상속세를 폐지한 것은 전체 세수에서 상속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1% 정도에 불과한 상황에서 국부 유출 등 부정적 영향을 주는 상속세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고 상속세율은 50%인데 최대 주주의 경우 30%가 할증돼 65%가 된다. 최고 세율이 55%인 일본 정도를 제외하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OECD 평균은 26% 정도이다.

상속세를 폐지하자는 사람들은 소득과 재산에 대해 이미 소득세 등을 냈는데 다시 상속세를 걷는 것은 이중(二重)과세라고 주장한다. 또한 전체 세수에서 상속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1% 정도에 불과하므로 실효성도 없다고 말한다. 작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9년간 상속을 받은 사람들 중 상속세를 납부한 사람은 2% 정도에 불과하다. 각종 공제 제도가 있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실제 상속세가 별 의미 없는 세금이 돼버렸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서울대 행정대학원의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 80% 가까이는 우리 사회가 공평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 불평등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부모 세대의 상속과 증여를 꼽고 있다. 상속세가 이러한 불평등을 해소하는 수단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또한 상속세는 세수의 크기와 상관없이 출발의 평등, 빈부격차해소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조지 소로스 같은 미국의 부자들이 자신들로부터 더 세금을 걷으라며, 세금 감면에 반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상속세를 폐지하자는 쪽과 상속세를 유지 내지, 더 강화해야 한다는 쪽 모두 나름대로 설득력 있는 근거를 가지고 있다. 이 문제는 조세 정의 관련 철학이 충돌하는 이슈이다. 앞으로도 논의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데,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께서도 한 번 생각해 보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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