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정의 인사이트] 다국적 IT공룡들의 일그러진 영업행태

입력 2018-01-0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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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2부 차장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도 우리 정부에 세금을 제대로 낸다고 주장합니다. 직원들이 내는 근로소득세, 부가세도 세금이라면서….”

글로벌 IT 기업들의 일그러진 영업 행태를 비꼰 우스갯소리다. 소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일컬어지는 국내 인터넷 기업에 대한 역차별 논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IT업계의 최대 화두가 될 전망이다. 국내 인터넷, 스타트업 기업들이 오롯이 법률적인 의무와 각종 규제 부담을 감당하고 있는 동안 세금 등 비용과 한국 정부의 제재 칼날에서 자유로운 해외 공룡 IT 기업들은 국내에서 토종 기업들을 누르고 세를 불리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네이버는 국내에서 2746억 원의 법인세를 냈다. 반면 페이스북, 구글, 애플 등 해외 IT 기업들은 우리나라에서 돈을 얼마나 벌어갔는지조차 모른다. 구글의 경우 구글플레이를 통한 앱 판매로 1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결제금액은 싱가포르 법인에서 계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1500억 원의 광고 수익을 내는 것으로 알려진 페이스북도 미국을 제외한 지역의 광고 매출을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로 몰아주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조세 회피 방식이다.

미국 정부의 망(網)중립성 원칙 폐기와 맞물려 국내 인터넷망 ‘무임승차’ 문제도 가시화됐다. 2016년 네이버는 743억 원에 달하는 망 사용료를 국내 통신사에 지불했지만, 구글과 페이스북은 이용자 증가에 따른 트래픽 폭증에도 인터넷망 사용 대가는 거의 내지 않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이미 관행화된 국내 인터넷 기업에 대한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에서도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된 네이버·카카오 등 토종기업들은 억울하다고 아우성이지만, 해외사업자인 글로벌 기업에 우리 정부가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은 마땅치 않다. 또 국내 법인이 아니다 보니 세금을 제대로 추징할 수 있는 근거도 없다.

구글이 이용자의 위치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방송통신위원회는 “위치 정보를 저장하지 않고 곧바로 폐기했다”며 버티는 구글을 어찌할 도리가 없다. 소환조사는 단 한 번뿐, 상황 파악 그 이상의 조사는 현재 지지부진하다.

망 사용 대가를 피하기 위해 국내 망 접속을 끊었다가 방통위 조사를 받게 된 페이스북도 KT의 요청으로 접속경로를 변경했다며 ‘책임 떠넘기기’로 버티는 중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용자들의 속도 차별 기준이 분명치 않다 보니 결론을 쉽게 내리지 못하고 후속조치가 늦어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에 일각에서는 국내 사업자가 글로벌 IT 공룡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규제를 없애는 방향으로 역차별 해소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상황이 이러한 만큼 방통위의 제재를 앞두고 케빈 마틴 페이스북 통신 정책 담당 부사장이 이번 달 방한한다는 소식은 그나마 반갑기 그지없다. 페이스북이 올해부터 30여 개 국가별 광고 매출을 해당 세무당국에 직접 신고하고 광고 매출에 대한 법인세를 개별적으로 납부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내 통신사와 갈등 중인 망 비용 개선안이나 세금 납부 등에 대한 입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세금추징 압박을 피하고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려는 의도라지만, 구글과 애플 등 다른 다국적 IT 공룡들의 과세 정책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충분하다. 부디 국내 인터넷 기업들과의 역차별 해소의 전기를 마련하는 물꼬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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