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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투자시장 먹구름
입력 2017-12-27 06:00
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투자 수익률 하락 불가피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수익성 투자 상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상가의 인기가 크게 떨어질 것 같다.

한꺼번에 대량의 상가건물이 공급된 신규 개발지역은 상가투자 수익률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내년부터 상가 임대료 인상 제한폭이 현재 9%에서 5%로 낮아지고 대출기준도 까다로워지기 때문이다. 지금은 임대기간이 끝나면 임대료를 9%까지 올릴 수 있지만 앞으로는 5%로 제한된다는 얘기다.

정부는 지난 21일 이런 내용을 포함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내년부터 시행키로 했다. 소상공인 보호와 임대료 급등으로 밀려나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상가 임대차보호 대상도 대폭 확대했다. 법 적용 기준이 되는 환산 보증금(보증금과 월세 환산액(월세×100)을 합한 금액)을 지역별 50%로 높였다. 이에 따라 서울의 임대차보호 대상은 현재 환산 보증금 4억원 이하 상가 세입자에서 6억1000만원 이하 세입자로 확대된다.

이렇게 되면 웬만한 상가는 다 임대차보호법 적용을 받아 상가 주인이 마음대로 임대료를 올릴 수 없다. 임대료 상한선이 낮아지면 그만큼 임대료 수익이 하락해 투자 수익률 또한 떨어질게 분명하다. 상가가 넘쳐나 초기 임대료가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지는 신규 개발지역 등은 계약 완료 후 임대료 인상 시 낮은 초기 임대료에다 인상률을 곱하는 식으로 인상 금액을 산정하기 때문에 수익성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는 분양가가 비싼 상가의 경우 이득은 고사하고 오히려 손해를 볼지도 모른다는 소리다. 여기다가 5년으로 돼 있는 임차인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기간을 더 연장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어 상가 주인이 입지는 자꾸 좁아지는 분위기다.

이뿐만 아니다. 내년 3월부터 부동산 임대업자에 대한 대출기준이 강화된다. 지금은 상가 가격의 60~7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으나 앞으로는 이자 상환비율(RTI:이자비용 대비 임대소득 비율)을 적용해 대출액을 산정함으로써 은행 돈 빌리기도 까다로워진다. 임대료가 적으면 대출액도 줄어들어 그만큼 투자자의 자금부담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투자금은 증가하고 임대료가 떨어지면 채산성 맞추기가 쉽지 않다. 임대료를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신규 개발지역의 상가 투자자는 된서리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시세에 맞춰 임대료를 책정하면 될 것 아니냐고 할 게다.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준공된 상가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임차인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렵다. 임대료를 낮춰서라도 먼저 세입자를 끌어들이는 게 이득이다. 그렇지 않으면 대출금 이자에다 관리비 등을 본인이 다 부담해야 한다. 그래서 관련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임대료를 낮춰서라도 빨리 임차인을 채워놓는 게 상책이다.

그동안은 이런 식으로 상가가 활성화될 때까지 기다렸지만 새로운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초기 싼 임대료가 두고두고 발목을 잡는다. 상가 주인 입장에서 볼 때 종전 임대료를 기준으로 인상액을 산정하는 것도 불리한데 인상률 상한선마저 낮아지면 상가 투자로 이득을 보기가 힘들어진다는 뜻이다.

물론 임대료 상한 규정을 피하기 위한 편법이 동원될 여지도 많다. 지인을 임차인으로 세워놓고 전대(轉貸)를 주는 수법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전대자는 상가임대차보호법 적용을 받지 않아 마음대로 임대료를 높일 수 있다. 주택임대사업자들은 현재 이런 편법을 통해 임대료 상한제를 피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 초기 바닥 권리금을 대폭 높여 다음 세입자에게 이를 전가할지 모른다. 어차피 초기 임대료를 시세대로 못 받는 구조라면 지인을 내세워 장사를 하도록 하고 주변 상가시장이 활기를 띄면 권리금을 잔뜩 붙여 임대를 놓는 수법 말이다.

소상공인 보호도 중요하지만 상가 주인에 대한 배려도 이번 법 개정에 반영됐어야 옳았다. 더욱이 개정 법은 장사가 잘되는 일부 목 좋은 상가를 기준으로 삼았다는 비판이 강하다. 정부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임차인 처지는 한결 좋아지지만 반대로 큰 타격을 입게 될 상가 주인 또한 적지 않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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