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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규제에도 서울 아파트가격 안 떨어지는 이유는?
입력 2017-12-25 06:00
재건축ㆍ대규모 개발사업 억제없이는 집값 잡기 어려워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참 희한하다. 여러 상황을 감안할 때 주택 구매수요가 크게 줄 것 같은데 왜 실상은 그렇지 않을까.

정부가 수요억제와 공급확대 정책을 잇따라 발표했는데도 불구하고 구매력은 좀체 떨어지지 않는다.

서울 아파트시장 얘기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지금까지 총 6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 놓았으나 서울 아파트가격은 여전히 강세다. 일시적인 조정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값이 오르고 거래 또한 늘어나는 형국이다. 부동산 대책 약발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다는 소리다.

그동안 나온 규제책 가운데 가장 강도가 센 것은 8.2대책이다. 강남권 투기과열지구 지정에다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요건 강화, 다주택자 양도세 압박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어 구매력 위축은 불가피한 처지다.

그래서인지 계속 불어나던 아파트 매매량이 9월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고 10월 매매량은 8월(1만4702건) 대비 25.7% 수준인 3802건으로 줄었다. 매매량이 두달 사이 4분의 1토막이 나버렸다. 이 때만해도 서울 주택시장의 앞날이 암울했다. 2008년 국제 금융위기 때 벌어졌던 양상이 재현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내년 4월부터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장기보유에 따른 특별공제 혜택이 없어지는가 하면 2주택자는 기존 양도세율에다 10%, 3주택자 이상은 20%의 가산세율까지 부담하게 돼 있어 주택거래시장은 급랭할 게 뻔하다. 지금은 1가구 2주택 이상이라도 10년 이상 보유했을 경우 최고 30%의 장기보유 특별공제 혜택이 주어져 세금 내고도 남는 게 많지만 내년 새로운 세법이 적용되면 이런 재미는 상상도 할 수 없게 된다. 다주택 입장에서는 집을 팔든지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하든지 양단간에 결판을 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하자니 집을 마음대로 팔 수 없을뿐더러 임대료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 걸리고 그냥 갖고 있자니 양도세 폭탄이 두려워 매도 카드를 꺼내는 다주택자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구매력 감퇴와 매물 증가로 수요기반이 튼튼한 서울 주택시장도 쇠진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해석이 대세였다.

그런데 웬걸. 위축될 것으로 진단됐던 아파트 매매량은 지난달부터 오히려 증가세로 돌아섰고 이달 들어서는 증가폭이 높아졌다. 아파트를 사는 사람이 자꾸 불어나고 있다는 소리다.

서울시의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1월 아파트 매매량은 6494건으로 10월(3802건)보다 70.8% 증가했고 이달에는 21일 현재 6339건으로 거의 전월 수준에 이른다. 앞으로 남은 시간을 감안하면 매매량은 전월보다 훨씬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일 평균 매매량으로 환산하면 11월의 경우 216건이지만 이달은 302건으로 크게 늘었다. 아파트 매매량은 10월을 고비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어쩌면 초강도 억제책으로 불리는 8.2대책도 이미 약효가 다했다는 해석이다.

매매량 증가에 힙입어 가격 오름폭 또한 커졌다. 8.2 대책의 냉기류가 강했던 9월의 경우 -0.01%를 기록해 미미한 수치지만 올해 들어 처음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10월에는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 0.26%의 상승폭을 나타냈고 11월에는 0.43%으로 진폭이 커졌다. 가격 변동 현상보다 매매량 변화가 1달 뒤 나타나는 것은 실제 거래일보다 신고일이 1~2달 차이가 나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매매량이나 가격변동 상황을 점검해봤을 때 서울 아파트시장에는 다시 봄기운이 드는 것은 확실하다. 물론 아파트 외 다세대·다가구주택과 같은 유형의 거래량은 계속 감소하는 상황이다. 유독 아파트시장만 홀로 독야청청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까. 주택수요 억제책인 8.2대책의 영향력은 여전히 건재하고 향후 5년간 공공주택 100만 가구 공급계획을 담은 12.13대책 발표에다 금리인상까지 단행됐는데도 아파트 시장 열기가 가라앉지 않으니 필시 무슨 곡절이 있는 듯하다.

원인을 들자면 먼저 규제 방안이 적용되기까지 아직 시간이 좀 남아 있어 파급력에 비해 체감 온도가 낮아서 그런 것 아닌가 싶다. 당장 피해보는 게 없으니 앞으로 닥칠 수요 억제책의 부정적 위력이 제대로 간파되지 않아서 생긴 일이라는 얘기다.

아니면 높아진 세금을 다 내도 주택의 수익성이 다른 상품보다 높다고 판단하는 수요가 많아진 점도 한 요인으로 거론할 수 있다.

일선 중개업소에서는 자기들 영업을 위해 서울 아파트시장은 죽지 않는다고 할 테니 정보 수집에 한계가 있는 투자자로는 이들 말을 무시할 수 없다. 시장 분위기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다는 중개업자들이 아파트 값은 안 떨어진다고 하는데 집을 팔려고 하는 다주택자가 얼마나 되겠느냐는 얘기다.

매물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아 거꾸로 매물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기류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시장 분위기가 지속되면서 구매수요는 자꾸 불어나고 그래서 가격은 더 오르는 현상이 생긴다.

또 다른 시각은 아파트 값을 부추기는 각종 개발사업이다. 돈이 풀리는 개발사업이 진행되면 주택가격이 안 오르는 게 비정상이다. 생각해봐라. 주변에 지하철이나 고속도로가 개설된다고 하는데 집값이 안 오르겠느냐 말이다.

서울 삼성동 영동대로 지하도시 개발에다 잠실 종합운동장 마이스 단지 조성, 용산 공원개발, 곳곳에 연결되는 광역철도망(GTX)과 지하철 건설, 공공주택용 택지조성, 민간 복합단지개발, 재건축사업 등 서울에서 예정돼 있는 큼직한 개발 프로젝트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대형 개발사업들이 추진되는데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 리가 없다. 그래서 집을 팔기는커녕 오히려 사들이는 수요가 많은지 모른다.

이런 판에 정부 대책이 먹혀들리 만무하다. 그동안 공급을 과다하게 쏟아낸 외곽지대만 박살이 날지 모른다.

약화시키려고 하는 서울 주택시장은 온갖 개발 호재로 철옹성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재건축 활성화와 대형 개발사업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서울 아파트가격 상승기류가 걷히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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