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삼성SDI, 삼성물산 400만 주 6개월 내 처분해야"

입력 2017-12-21 12:00수정 2017-12-2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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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전원회의, 순환출자 가이드라인 해석 기준 변경하기로 결정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하도급거래 공정화 종합대책 마련을 위한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공정위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 적용했던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또한, 공정위는 가이드라인을 예규로 제정해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삼성SDI가 팔지 않았던 400만 주를 처분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삼성그룹 내 지주회사격인 삼성물산 주식을 추가로 처분할 경우 전체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일 전원회의를 개최하고 2015년 12월 24일 발표한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 법 집행 가이드라인'(기존 가이드라인)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은 공정위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으로 삼성그룹의 기존 순환출자 고리(3개)가 강화되자 제정한 것이다.

◇공정위, 순환출자 가이드라인 변경 왜?=2014년 7월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대기업 집단 소속회사의 신규 순환출자(기존 순환출자 인정)가 전면 금지됐지만 계열사간 합병으로 순환출자 고리가 새롭게 형성되거나 기존 고리가 강화되는 경우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이에 삼성은 공정위에 유권해석을 요청했고 공정위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전체주식(900만주) 중 500만 주를 매각하라”고 결정했다.

양사간 합병으로 ‘통합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의 마지막 고리가 이전보다 강화됐다고 보고 합병에 따른 추가 출자분(500만 주)만큼 매각(해소)하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특검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 등의 외압으로 삼성이 처분해야 할 주식수가 900만 주에서 500만 주로 축소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논란이 된 순환출자는 (구)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구)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고리였다. 합병으로 삼성SDI가 보유한 (구)삼성물산 7.2%는 (신)삼성물산 4.7%로 바뀌었다.

그런데 삼성은 두 회사를 합병하면서 명칭은 삼성물산을 이어받았지만 제일모직을 존속법인으로 삼았다. 합병으로 인해 순환출자 고리에 새로운 회사가 들어온 셈이나 공정위는 순환출자가 새로 ‘형성’된 것으로 보지 않고, ‘강화’된 것으로 판단했다.

순환출자 가이드라인 자체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기에 가이드라인이 변경되면 삼성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공정위는 기존 가이드라인 변경 결정에 앞서 8명(외부 7, 내부 1)에 달하는 법률 전문가에 의뢰해 심도 있는 자문결과를 제공받았고, 두 차례에 걸친 전원회의를 통해 기존 가이드라인과 관련된 각종 쟁점을 포괄적으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합병 결과 나타난 고리는 새롭게 형성된 고리로 봐야”=전원회의에서는 △기존 가이드라인에 포함된 3가지 유권해석 기준 △가이드라인의 적절한 법적 형식 △기업집단 삼성에 대한 후속 조치 가능 여부와 조치 방식 등을 논의했다.

첫번째 쟁점은 순환출자 고리 내 계열회사 간 합병에 따라 발생하는 순환출자(3가지 유형)에 대해 어디까지 적용제외를 인정할 것인지다.

기존 가이드라인은 3가지 유형 모두 적용제외에 해당한다고 발표했으며, 이번 전원회의에서도 동일하게 판단했다.

두번째 쟁점은 순환출자 고리 내 소멸법인과 고리 밖 존속법인이 합병하는 경우 순환출자 ‘강화’인지 ‘형성’인지 여부다.

순환출자 고리 내 존속법인과 고리 밖 소멸법인이 합병하는 경우 순환출자 ‘강화’에 해당한다고 보는데 이견은 없었다.

앞서 공정위의 기존 가이드라인은 ‘고리 내 존속법인+고리 밖 소멸법인’과 ‘고리 내 소멸법인+고리 밖 존속법인’ 사례에서 각각 발생하는 순환출자 고리의 경제적 실질이 동일하다는 점을 근거로 모두 순환출자 ‘강화’에 해당한다고 봤다. 하지만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이를 변경해 ‘고리 내 소멸법인+고리 밖 존속법인’의 경우에는 순환출자 ‘형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기존 순환출자 고리 내에 있지 않았던 존속법인은 법문상의 계열출자대상회사로 해석될 수 없으며 소멸법인과의 합병을 통해 비로소 순환출자 고리 내로 편입되는 것이므로 합병 결과 나타난 고리는 새롭게 형성된 순환출자 고리로 봐야 한다"고 했다.

세번째 쟁점은 기존에 있던 복수의 순환출자 고리가 합병 후 동일해지는 경우 개별 고리별로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지, 개별 고리별 판단결과 중 사업자에게 가장 유리한 결과를 적용해야 하는지다.

이에 대해 기존 가이드라인은 순환출자회사집단이 각 순환출자 고리별로 존재하므로 개별 고리별로 순환출자 형성, 강화, 적용제외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했고, 이번 전원회의에서도 동일했다.

만일 유리한 기준을 적용해줄 경우, 동일한 합병에 대해 순환출자 고리 수가 더 많은 집단이 유리해지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된다는 이유에서다.

◇삼성SDI 400만 주 처분해야…내부지분율 2.11% 축소=공정위는 개정된 가이드라인을 예규로 제정, 법적 형식을 갖추기로 결정했다. 또한, 예규(안)이 최종 확정되는 시점에 변경된 유권해석 결과를 삼성에 통지하고 이를 준수할 수 있도록 6개월의 유예기간을 부여할 예정이다.

(구)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인한 신규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삼성SDI가 처분한 삼성물산 주식 500만 주 외에 400만 주(지분율 2.11%)를 추가로 매각해야 한다.

해소금액은 20일 종가 기준으로 5276억 원이며 해소 후 순환출자 고리 수는 기존 7개에서 3개가 해소돼 4개의 고리가 남게 된다.

다만, 삼성 측이 제도의 소급 적용을 문제삼을 경우 행정소송을 번질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는 삼성에 대한 소급 적용 문제에 대해 “이번 전원회의에서 판단한 해석 기준은 (구)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에 대해서도 적용된다”며 “순환출자 규제와 관련한 법률은 삼성 합병 당시와 현재가 동일하므로 그 해석기준의 변경은 소급효와는 관계가 없다”고 일축했다.

기존의 순환출자 규제 관련 법률 해석이 잘못된 것이었다면, 해석을 바로 잡아 정당한 처분을 다시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유예기간 경과 후에도 삼성이 주식을 처분하지 않은 경우, 시행명령 등 후속 조치를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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