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근로시간 단축’… ‘휴일근로 중복할증’에 발목

입력 2017-12-0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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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간사 ‘현행대로 150%’ 잠정 합의에 일부 “200% 줘야” 반발… 이견 못좁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근로시간 단축(주당 최대 근로시간 68시간→52시간)을 위한 법 개정이 올해 안에는 사실상 어렵게 됐다. 지난달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합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여야 교섭단체 3당 간사가, 주 52시간제를 2021년 7월까지 기업 규모별로 3단계로 나눠 도입하고, 휴일근로수당은 8시간 초과 시 100%, 8시간 이내는 50% 할증한다는 데 잠정 합의했지만, 최종 합의 막판에 어그러졌다.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정부 행정해석을 바로잡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혀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을 밀어붙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와 노동계는 근로시간이 줄면 일과 생활의 균형이 생기고 여가가 늘면서 삶의 질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대체 인력을 추가로 고용해야 하고, 휴일근무수당을 가산해서 지급해야 해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 행정해석 폐기 땐 기업부담 12조= 문 대통령에 이어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도 주당 68시간 근로를 인정한 고용부의 행정해석 지침에 "문재인 정부에서 사과드린다"며 행성해석 폐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을 주 40시간으로 정하고 연장근로를 12시간으로 해 총 52시간이다. 하지만 1주일이 주 5일인지, 주 7일인지는 정확히 규정하지 않고 있다. 고용부는 그동안 1주일을 휴일을 제외한 5일로 해석했다.

이에 따라 현재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주 40시간+평일 연장근로 12시간+휴일근로 16시간으로 총 68시간까지 가능하다는 행정해석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법·제도적 혼란에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연간근로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706시간)보다 350시간이나 많다는 사실 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행정해석을 폐기하면 즉시 5인 이상 사업장까지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줄어들고, 사용자가 이를 어기면 2년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또 휴일수당이 현행 1.5배에서 2배로 늘어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15년 9월 발표한 ‘근로시간 단축의 비용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추가 부담은 12조30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300인 미만 사업장이 부담할 비용은 이 중 70%에 해당하는 8조6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산업별로는 초과근로가 가장 많은 제조업에서 총 비용의 60%에 해당하는 7조 4000억 원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게다가 영세사업장 비중이 높은 도소매·음식·숙박업종 등에서도 총 비용의 22%를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 핵심쟁점 '휴일수당' 150% vs. 200%= 여야 간사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300인 이상 사업장은 내년 7월 △50~299인은 2020년 1월 △5~49인은 2021년 7월 시행 등 기업 규모별로 근로시간 단축 적용의 유예기간을 차등 설정했다. 근로시간이 바로 줄어들면 산업계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중소 영세 사업자 노동자만 장시간 과로 상태로 만드는 '양극화'를 유발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반대했다.

휴일수당의 문제는 정부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수당도 휴일근로 할증률 50%만 적용해 150%를 지급한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휴일근로는 연장근로(50%)이면서 휴일근로(50%)이기 때문에 수당을 100% 할증해 200%를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여야 간사들은 휴일근무수당의 할증률을 현행 50%로 유지하는 내용의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하지만 민주당 일부 의원과 정의당, 노동계가 휴일근무수당 100% 할증을 주장하면서 소위 차원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동계는 휴일 수당 2배가 관철되지 않으면 강경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대법원은 휴일근무수당을 통상임금의 2배로 계산할지 1.5배로 계산할지를 놓고 14건의 소송을 심리 중이다. 대법원은 다음달 18일 이와 관련한 공개변론을 연다. 대법원 선고는 변론 종결 뒤 2~3개월 이내에 나올 전망이다.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위법하다고 판결되면 정부는 행정해석을 바로 폐기해야 하고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면 근로시간 단축은 다시 국회로 넘어가게 된다.

경총 관계자는 “우리 사회가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근로자 삶의 질 제고, 고용 확대, 기업생산성 향상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할 시점”이라며 "후속조치 없이 근로시간 단축에만 그칠 경우 기업경쟁력에 중대한 손실이 오는 만큼 근로시간의 효율적 관리 방안을 마련해 근로시간 단축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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