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정답률을 포기한 이유

입력 2017-12-0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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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재판에서 모든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면 정답률이 90%를 넘는다. 그런데 기록을 꼼꼼히 보고 유·무죄를 판단하면 정답률은 70% 이하로 줄어든다."

한 부장판사의 말이다. 그런데도 판사들이 유·무죄 판단을 고민하는 이유는 뭘까.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범인 열 명을 풀어주더라도 억울한 옥살이를 할 피해자 한 명을 막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이른바 헌법에서 보장한 '무죄 추정 원칙'이다. 이는 수사단계에서 피의자 구속을 최소화하는 '불구속 수사' 원칙을 뜻하기도 한다.

최근 주요 피의자들의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고 심지어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나면서 검찰 반발이 거세다. 검찰은 '적폐 수사' 등이 본격화된 최근 3개월 동안 입장만 9번을 냈다. "법원의

결정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말을 이어갔다. 지난달 27일 A4용지 1장짜리 입장문을 통해 적폐 수사의 정당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상당수 검사도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법원은 구속 사유만 판단하면 되는데 사실상 수사 지휘에 나선다는 것이다. 법원의 영장전담판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말도 나왔다. 실제로 검찰 입장에서

주요 피의자 신병을 확보하지 못하면 수사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게 사실이다. 자백이나 중요한 진술을 얻어내기 쉽지 않다.

하지만 검찰도 이제 구속영장에 매달리는 수사 방법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애초 영장 청구 과정에서 법원의 판단을 받도록 한 것은 불필요한 구속 수사를 막아 피의자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법조인들은 '판사는 판결로 말하고, 검사는 공소장으로 말한다'는 말을 즐겨한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중요한 진술과 자료를 확보하는 것은 결국 검사의 몫이다. 특히 검찰 말대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등이 "중대하고 가벌성 높은 범행"을 저질렀다면 말이다. 여론의 힘을 얻으려는 잇단 입장발표보다 꼼꼼한 공소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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