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숭호의 키워드] ‘공글리시’ 폐지 논란 -경제력 없는 할아버지가 찾아낸 ‘고급 정보’

입력 2017-12-06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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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경제력이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과 함께 ‘아이들 진학(성공)의 3대 요소’라는 이 나라. 경제력이 취약한 할아버지이니까 아빠보다 더 무관심해야 옳을 것이로되, 일곱 살 딸 하나 둔 딸아이의 정보력 강화에 보탬이 될 거라는 생각에 교육(입시) 기사에 간혹 눈길을 돌린다. 누구는 요즘이야말로 ‘격대교육(隔代敎育, 조부가 손자를 가르치는 것)이 필요한 시대’라며 손자 보기를 기다린다는데, 가르칠 능력 없으니 정보라도 획득, 분석, 판단해 줘야지!

이번에는 영어유치원 다니는 외손녀 얼굴을 떠올리면서 ‘공글리시 왜 없애? 초등 1~2학년 엄마 뿔났다’라는 기사를 꼼꼼히 읽었다. ‘공글리시’는 공교육에서 방과 후 학습 시간에 가르치는 영어란다. 초등학교에서는 3학년부터 영어를 배운다. 1~2학년에 영어를 안 가르치기로 한 건 2014년 시행된 이른바 ‘선행학습금지법’ 때문. 국가나 시도 교육감이 정한 것 외에는 미리 가르쳐서는 안 된다는 게 이 법의 골자. 하지만 법 도입 당시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던 아이들을 위해 3년 동안은 1~2학년들이 방과 후에는 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했다.

그 3년이 내년 2월 말 끝난다. 1~2학년은 이제 학교에서는 영어를 배울 수 없다. 배우려면 학원 등 사교육을 통해야만 한다. 기사에 따르면 엄마들이 뿔난 건 공글리시는 주 5회 매일 한 시간씩 배워도 5만~8만 원인데, 학원은 주 2~3회 수업에 30만~50만 원이나 되기 때문이다. 영어를 더 가르치려면 엄마들의 부담이 여섯 배쯤 늘어난다.

이 정도는 경제력의 부족을 메울 만한 정보가 아니다. 제목만 봐도 문제가 뭔지 알 수 있으니까. 젊은 엄마들이 자주 드나든다는 ‘카페’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가나 댓글 검색까지 해야만 그나마 가치 있는 정보를 조금이라도 얻을 수 있다.

▲공글리시 폐지 반대시위. /뉴스원

“이번에 공글리시가 폐지되면 교육부가 일하는 척하느라 곧 사교육 선행학습도 단속한다고 할 것이다. 지금 영어유치원에서 1~2년 영어를 배운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면 영어 교육이 전면 중단된다. 학교에서도 안 가르치고 사교육도 안 되면 배운 것 전부 도로아미타불이 되지 않나?” “‘3학년 때 배운다’는 영어책 봤나? 처음 영어하는 열 살짜리 아이가 따라갈 수 있겠던가?” “아이가 올 1년 동안 저렴하고 알뜰하게 방과 후 영어를 배워서 이제 재미있다고 하는데 내년이면 없어진다니 아예 안 시킬 것을…, 정책하시는 분들 다른 별들에서 온 듯….” “자꾸 이러니까 우리 애들 영어가 말하고 듣는 의사소통 중심의 실용영어가 아니라 오직 점수만을 위한 수능영어가 되었지 않나?”

방과 후 영어 폐지에 걱정하는 엄마들의 이런 걱정과 불만에 대해 “방과 후 폐지에 가장 반발하는 엄마들은 사립초등학교에 보내는 엄마들일 거다. 일반 공립학교 학부모들은 (돈 없어서) 방과 후 영어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반박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사립초 부모들은 진작부터 학원에 보냈다. 사립학교는 배우겠다는 애들이 없어서 방과 후 영어 자체가 없다”는 댓글이 붙어 있었다. “영어 잘한다는 네덜란드에서도 초등 5학년이 되어야 영어를 가르친다. 그래도 히딩크처럼 영어에 막힘이 없다. 우리도 늦게 가르쳐도 되지 않나?”라는 제안에는 “실용영어 제대로 가르친다면 5학년에 시작해도 괜찮을 거다. 그게 아니니 문제”라고 영어학원장이 답을 달았다.

나의 결론: 사교육 단속 제대로 한다면 공글리시 폐지해도 좋다. 그게 안 되면 엄마들 등골만 빠진다. 내 딸도 내년에 애를 영어 학원에 보낼 생각이란다. 경쟁에서 처지는 게 싫어서인데, 학원비 만들어낼 생각하면 답답하다고도 했다. 곧 둘째 외손도 태어나는데, 나도 답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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