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시장 낙관론 언제까지…‘주식회사 일본’도 불안하다

입력 2017-11-24 09:06수정 2017-11-2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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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죽지세 속 과열 경계하는 목소리 커

글로벌 반도체 시장 호황에 힘입어 일본에서도 반도체주가 승승장구하고 있다. 동시에 과열을 경계하는 시각도 팽배하다고 지난 22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일본 반도체주는 파죽지세로 뛰고 있다. 닛케이225지수가 최근 기록적인 강세를 찍고 나서 거의 제자리걸음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일본 반도체 업체들은 일제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의 원재료인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하는 SUMCO는 23일 연초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SUMCO는 이날 전일 대비 0.49% 상승해 3080엔(약 3만 원)를 기록했는데 이는 올해 초와 비교해 2배 이상 뛴 가격이다.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도쿄일렉트론은 이날 0.31% 상승한 2만2845엔을, 디스코는 전일 대비 1.62% 오른 2만8190엔을 기록했다.

반도체 관련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올해 들어 약 48%가량 상승했다. 지난 21일에는 2000년 3월 닷컴 버블이 꺼지기 직전에 기록한 고점을 넘어섰다. 닛케이225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주춤하는 상황에서 반도체주에 매도세가 나올 만도 하지만 상승 기조는 꺾이지 않는다. 닛케이225지수는 이번 달 초 21년래 최고치를 기록한 뒤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반도체주 강세는 사물인터넷(IoT) 등 세계적인 반도체 수요 확대와 맞물려 나타난 결과다. 반도체 사용이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넘어 점차 확대되는 모양새다. IoT를 포함해 자율주행차량, 세탁기 등에도 반도체가 쓰이면서 반도체주가 랠리를 보이고 있다. 일본에서 반도체주가 연일 최고치를 다시 쓰자 ‘경기민감주’로 여겨졌던 반도체주를 경기 변동과 무관하게 일정한 가격 수준을 유지하는 ‘경기방어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2020년까지 IoT 기술을 필두로 자동차, 의료 기기 등 다양한 시장에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식품주, 금융주, 의약품주와 같은 경기방어주와 함께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과열에 따른 불안감 역시 공존한다. 역사적으로 IT 혁명이 있을 때마다 반도체 시황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2000년대 닷컴버블이다. 인터넷 관련 분야가 성장하면서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에 걸쳐 증시가 호황을 구가했다. 오라클, IBM 등이 글로벌 증시를 주도했다. 그 결과 SOX는 2000년 3월 정점을 찍었다. 그런데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면서 이 지수는 2002년에는 8% 이상 급락했다. 라쿠텐증권의 구보타 사네유키 애널리스트는 “당시처럼 공급이 늘어나면 시황은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관건의 중국의 반도체 투자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만큼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시장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반도체 업체에 10년간 1조 위안 규모의 투자를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중국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면 공급 물량이 늘어나 관련 시장은 주저앉을 위험이 커진다. 얼라이언스 번스타인의 호리 아쓰시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투자 동향이 가장 큰 위험 요인”이라며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기대감이 꺼지면 투자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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