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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 건설현장에선 ‘딴 나라’ 이야기
입력 2017-11-15 10:46
자재·장비 등 현장유지 위한 간접비 보전받기 어렵고 초과 땐 100% 수당 지급 비용 부담

문재인 정부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일환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건설업계에서는 현장과의 괴리감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정부 및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법정 근로시간을 1주일에 최장 68시간(주40시간+연장근로12시간+휴일근로16시간)에서 52시간(연장근로시간에 휴일근로를 포함)으로 줄이는 방침을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이지만 노사 합의에 따라 연장근로 12시간과 토요일과 일요일 8시간씩 휴일근로가 가능하다. 그런데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해 주 52시간을 준수하도록 한다는 게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방향이다.

건설업계도 새 정부 정책기조에 최대한 맞춘다는 입장이지만, 현장 위주로 돌아가는 건설업계에서는 취지는 좋지만 현실과는 많이 다르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가장 큰 쟁점은 간접비의 인정 여부다. 간접비는 자재나 장비 보관 인력 등 중단된 공사 현장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통틀어 칭하는데, 근로시간 단축은 사실상 공기 연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로 인해 추가 발생하는 간접비는 현실적으로 보전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재부에서는 오랜 논의 끝에 올해부터 입찰하는 공사에 한해서는 총사업비를 조정하는 규정을 추가한 바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아직 관련 규정이 얼마나 실효성을 발휘할지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발주자의 귀책 사유에 따른 공기연장 간접비 문제만 해도 이미 수년 전부터 논란이 되고 소송도 벌이고 있지만, 제대로 된 지급(산정) 기준 마련이나 후속 조치는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때문에 건설사들은 근로시간이 단축될 경우 야기될 휴일근로로 인한 인건비 부담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공기에 맞추기 위해 연장 근무를 할 경우 인건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법적 근로시간을 초과할 경우 사업주는 휴일근로에 따른 가산임금 50%와 연장근로에 따른 가산임금 50%를 더한 통상임금의 100%를 휴일근로 수당으로 추가 지급해야 한다.

이 같은 우려는 현장에 근무하는 건설사 직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한 대형건설사 현장 관계자는 “현재대로라면 3일만 근무해도 이미 48시간을 넘어서는데 근로시간이 줄더라도 인원 투입을 더 해주지 않으면 자연스레 야간작업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일단 일해서 공기를 맞추고 나중에 대체휴무를 사용하라는 등 꼼수가 남발될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근로시간이 단축될 경우 공사기간 연장과 공사비 상승분을 공사 원가에 반영하도록 국가계약법을 바꾸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면서 “제도가 개선되면 현장에서도 어쩔 수 없이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미 레미콘믹서트럭 기사들의 경우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작업하는 8·5제가 확산되면서 다른 업종까지 확산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건설업계에서는 법정 근로시간을 줄이더라도 업종별 단계적 시행이나 유예기간 설정 등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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