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S] 당뇨약 처방패턴으로 본 병원규모와 처방유지율 상관관계

입력 2017-11-08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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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의료기관 종별 DPP-4 억제제 처방유지율 분석..처방유지율 의원급 '최다'ㆍ상급종병 '최소'

제약기업 활동의 가장 큰 목표는 자사 의약품의 많은 처방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새로운 제품의 처방을 유도하거나 기존에 판매 중인 약물의 처방이 지속되도록 총력을 기울인다. 아무리 많은 신규 처방을 따내더라도 경쟁사에 기존 거래처를 뺏기면 헛심을 쓰는 것과 다름 없다. 병원이나 약물의 특징에 따라 영업·마케팅 전략은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다면 과연 병원 규모와 처방유지율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특정 당뇨치료제의 처방자료를 분석한 결과 병원 규모가 클수록 처방 약물이 자주 변경된다는 흥미로운 현상이 발견됐다.

8일 빅데이터 분석 전문기업 코아제타의 DPP-4 억제 계열 당뇨치료제 처방데이터 분석 결과 의원급 의료기관의 처방 충성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 규모에 따른 처방유지율을 조사한 결과다. 지난해 1분기 DPP-4 억제제를 처방받은 환자가 2, 3, 4분기에 다른 약물로 얼마나 많이 이탈했는지 여부를 확인했다.

DPP-4 억제제를 대상으로 처방유지율을 조사한 배경은 제약사들의 영업 경쟁이 가장 치열하고, 대형병원이나 의원급 의료기관 모두에서 광범위하게 처방된다는 이유에서다.

DPP-4 억제제의 경우 오리지널 의약품 9종(시타글립틴, 리나글립틴, 제미글립틴, 빌다글립틴, 알로글립틴, 삭사그립틴, 테넬리글립틴, 아나글립틴, 에보글립틴)만 팔리고 있다는 점도 적절한 표본으로 판단됐다. 아직 제네릭 제품이 등장하지 않아 오리지널의 약품에서 제네릭으로 처방이 변경되는 변수를 배제하고 성분별로 처방이 이탈한 비율을 확인할 수 있다.

세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1분기 상급종합병원에서 DPP-4 억제제를 처방받은 환자 16만7283명 중 2분기 13만8686명, 3분기 13만8619명, 4분기 13만1320명의 처방이 그대로 유지된 것으로 조사됐다. 1분기 대비 처방유지율로 환산하면 2분기 82.9%, 3분기 82.9%, 4분기 78.5%로 계산됐다.

▲2016년 1분기 DPP-4 억제제 처방 환자 의료기관 종별 처방유지율 추이(단위: %, 자료: 코아제타)

종합병원은 처방유지율이 2분기 89.1%, 3분기 87.3%, 4분기 84.4%로 나타났고 병원은 2분기 89.9%, 3분기 86.9%, 4분기 82.5%로 조사됐다.

의원은 2분기 94.7%, 3분기 91.9%, 4분기 89.6%로 매 분기마다 처방유지율이 다른 의료기관보다 모두 높았다. 지난해 1분기 의원급에서 DPP-4 억제제를 처방받은 환자 84만7682명 중 4분기까지 처방 약물을 변경한 환자는 8만8391명으로 10.4%에 불과했다.

지난해 1분기 상급종합병원에서 DPP-4 억제제를 처방받은 환자는 4분기까지 10명 중 2명 이상이 처방 약물을 바꾸지만 같은 기간 의원급에서는 환자 10명 중 1명 가량만 처방이 변경됐다는 얘기다. 병원 규모가 작을수록 의약품의 처방이 바뀌지 않는 경향이 짙다는 해석이 나온다.

의료기관은 병상 수 등에 따라 의원,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으로 구분된다. 원칙적으로 병원은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300병상 이상을 갖춰야 한다. 상급종합병원은 종합병원 중 일정 기준의 인력·시설·장비와 전문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병원급 이상과 의원급만 비교해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등을 포함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지난해 DPP-4 억제제 처방유지율은 2분기 87.5%, 3분기 86.0%, 4분기 82.4%로 의원급에 비해 5.9~7.2%포인트 낮았다.

▲병원급 이상·의원급 2016년 1분기 DPP-4 억제제 처방 환자 분기별 처방유지율(단위: %, 자료: 코아제타)

약물의 시장 특성이나 제약사의 영업력에 따라 결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어 의원급의 높은 처방유지율을 다른 처방 시장에도 일반화하긴 무리가 있다. 다만 "대형병원의 처방 입성은 어렵지만 한번 처방되면 지속성이 있다"라는 일부 제약업계 영업 종사자들의 인식이 늘 옳지는 않다는 사실이 수치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참고할만한 지표로 평가된다.

대형병원은 약제심의위원회(DC, Drug Committee)를 통과해야만 처방 목록에 등재된다. 모든 약물을 처방 목록에 이름을 올리지는 않기 때문에 제약사들은 DC 통과를 위해 오랫 동안 공을 들여야 한다. 하지만 DPP-4 억제제 자료에서 나타난 것처럼 DC를 통과했더라도 경쟁 약물이 많을 경우 처방이 시작되더라도 다른 제품으로 처방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극단적으로 A 상급종합병원에 9개의 DPP-4 억제제가 모두 처방 목록에 등재됐을 경우 의료진이 처방할 때마다 약물이 바뀔 수도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의원급 의료기관은 같은 계열 약물이 많더라도 전체 처방 건수 한계가 있고 약국에서 구비한 약을 처방해야 하기 때문에 특정 제품 1,2개의 처방을 지속하는 경향이 크다"면서 "아무리 경쟁 제품이 많더라도 의원에서 한번 처방되기 시작한다면 일정 기간 동안 높은 처방유지율을 기대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병원에 방문하는 환자의 중증도가 처방유지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는다.

이홍기 코아제타 대표는 “약물의 특성과 같은 다양한 변수에 따라 처방유지율은 일정한 패턴을 나타내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도 “DPP-4 억제제 처방유지율 자료로 비춰보면 동네의원은 환자들이 질환 유지 목적으로 방문하기 때문에 처방 약물을 바꾸지 않고, 대형병원은 중증 환자가 많아 약물 처방을 자주 변경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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