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는 살아나는데 임금은 왜 제자리일까

입력 2017-11-07 07:51수정 2017-11-0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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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증가·긱 이코노미 등이 원인

선진국에서 경제 회복 속도를 임금 상승률이 따라잡지 못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들어 지금까지 미국의 임금 상승률은 2.6%였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설정한 3.5%를 밑돈 수치다. 연준이 설정한 임금 상승률을 달성하지 못한 것은 약 9년 만이다.

문제는 이같은 현상이 미국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CNN머니는 일본, 영국, 독일, 호주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전 세계적으로 실업률은 미국발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낮아졌으나 임금 상승률은 그에 비해 낮다”고 지적했다.

CNN머니에 따르면 지난달 영국 실업률은 42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그러나 평균 임금은 8월까지 6개월 연속 하락했다. 영국노동조합회의(TUC)의 프란시스 오 그래디 사무총장은 “6개월 연속으로 인플레이션율이 임금 상승률보다 높다”며 “근로자들의 실제 임금은 10년 전보다 못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피델리티인터내셔널의 마이크 커리 애널리스트는 “영국 경제가 회복되는 상황에서 임금 상승이 부재하다는 것은 전체 퍼즐에서 조각 한 개가 빠진 것과 같은 이치다”라고 전했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일본의 9월 유효구인배율은 1.52를 기록했다. 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가 1.52개라는 의미다.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다. 그럼에도 임금 상승률은 제자리다. 최근 중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아베 신조 총리는 기업들을 향해 ‘임금 3% 인상’을 요구했다.

CNN머니는 임금 상승 속도가 경제 회복 속도보다 뒤처지는 첫 번째 이유로 ‘불확실성의 증가’를 꼽았다. 금융위기 때 기업이 임금 인상을 하지 않듯이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기업은 임금을 올리지 않는 속성이 있다. 미국 기업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세제 개혁안이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보고 싶어한다. 영국에서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가져온 불확실성이 팽배하다. 프랑스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노동개혁이 어떻게 실행될지 지켜보고 있다. 기업들로서는 어느 것 하나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CNN머니는 노동조합의 결속력이 떨어진 것도 임금 상승 속도를 더디게 만든 이유 중 하나로 지목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에서 노조 가입률은 23%에 그쳤다. 이는 1990년대 40%에서 대폭 줄어든 것이다. 같은 기간 독일은 31%에서 18%로 떨어졌다. IMF는 노조 가입률이 떨어지면 소득 상위 10%와 저소득층 근로자 간의 갈등이 심화할 수 있고, 또 저소득 근로자가 임금 협상 테이블에서 협상력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CNN머니는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단기 계약직을 고용하는 ‘긱 이코노미’가 확대된 점도 임금 상승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버, 리프트 등 긱 이코노미 모델을 차용한 업체들이 크게 늘었고, 그 영향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독일에서는 약 700만 명의 인구가 한 달에 450유로를 버는 불안정한 일자리를 갖고 있다. 미국에서는 약 500만 명 이상이 비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직후보다는 적은 규모이지만 금융위기 직전보다는 큰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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