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기획_도전하는 여성(26)] “외국인이 직접 한국문화 소개, 받아들이는 외국인도 큰 공감”
입력 2017-10-26 10:24
컬쳐어스 김보배 대표와 김성은 이사, 3년 전 사회적 기업서 만나 문화 콘텐츠 창업 의기투합

▲김보배(오른쪽) 컬쳐어스 대표와 김성은 이사가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의 한 카페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약 1년 전 문화기업 컬쳐어스를 설립, 28세의 젊은 나이에 여성청년기업 대표가 됐다. 외국인들이 한국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도전은 경험에서 비롯된다. 과거 어떤 경험이나 일상 속에서 얻은 깨우침은 변화를 꿈꾸게 하고 도전정신을 자극한다. 또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잘할 수 있는 일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게 해 현재의 자신을 성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경험의 가치는 중요하다. 한국을 사랑하는 외국인들이 우리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자국으로 돌아가는 답답함과 안타까운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문화 제대로 알리기’에 나서기로 한 20대 여성 청년기업가 김보배 컬쳐어스(Culture us) 대표와 김성은 이사의 이야기다.

한 사회적 기업에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이 ‘한국 문화’와 ‘외국인’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문화기업을 표방하며 청년창업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특이한 점은 대다수의 청년 여성들이 네일·피부 미용 등 서비스업이나 카페·음식점 등 외식업에 뛰어드는 것과 달리 한국 문화가 지닌 고유한 정서와 아름다움을 세계인들과 공유하고 공감하며 ‘문화’가 지닌 무형의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해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청년기업가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 계기와 회사를 설립하기까지의 과정은 어떠한지, 20대 청년여성으로서 회사를 이끌어 나가는 데 어려움은 없는지, 한국 문화가 지닌 가치를 외국인들과 어떻게 공유하고 공감을 이끌어낼지 등이 궁금했다.

서울 서대문구 한 커피숍에서 만난 두 사람의 첫인상은 밝고 에너지가 넘쳤다. 거기다 유쾌함까지 더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인터뷰가 진행됐다. 때론 강력한 어조로 한국 문화를 제대로 즐기고 알리지 못하는 우리 사회 현실을 언급하며 우리 것의 전통적·문화적 가치 확산의 의지를 드러냈다.

◇“한국 문화를 글로벌 문화로”… 20대 여성 청년기업 CEO로 성장 = 김 대표는 3년간 다니던 회사를 과감히 그만두고 약 1년 전 문화기업 컬쳐어스를 설립, 28세의 젊은 나이에 여성청년기업 대표가 됐다. 그간 외국인 대상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했던 경험이 자신의 회사를 꾸리는 데 큰 밑거름이 됐다.

“아직 회사 규모가 작아 구성원 모두 멀티플레이어예요. 서로 협력하고 보완하면서 회사를 이끌어 나가고 있어요. 외국인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 때 다양한 시각을 담는 것이 중요한데, 외국인 남편을 둔 조직원이나 외국인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하면서 프로그램 기획 단계부터 세밀하게 준비해요.”

김 대표는 외국인들이 다양한 체험과 교육, 네트워킹을 통해 한국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돕고, 그 과정에서 얻는 문화적 경험을 외국인들이 직접 소개하는 것을 사업의 주요 콘셉트로 삼았다. 외국인의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알린다는 발상의 전환을 꾀한 것이다.

“그간 국내에서 열린 다양한 이벤트나 행사의 객이었던 외국인이 주체가 돼 한국 문화를 다른 외국인에게 소개하도록 하는 것이죠. 이게 컬쳐어스의 핵심 역할이에요. 한국 문화가 마냥 좋다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그것을 충분히 알고 느낄 수 있게 도와 스스로 PR 활동의 주체가 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컬쳐어스는 지난해 9월 한국관광공사 주최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G-500 페스티벌’에서 100명 규모의 외국인 서포터스를 모집·운영했다. 외국인 서포터스들은 자국의 전통의상을 입고 행사장에 오는 외국인에게 평창올림픽에 대해 소개하게 했고,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홍보 효과를 톡톡히 했다. 최근에는 서울시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경영 모델을 발굴하고자 개최한 ‘전통시장 천재를 찾습니다’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는 기쁨을 누렸다.

“너무 기뻤죠. 큰 성과이니까요. 이젠 공모전에 낸 아이디어를 잘 실현해야 해요. 전문가그룹에 컨설팅을 받으면서 실제 전통시장에 사업성이 있는지 평가받아 적용해 보는 것이죠. 20~30대의 전통시장 유입률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서울시내 한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주말에 시장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해 볼 계획이에요. 잘해 내고 싶어요.”

▲김보배(오른쪽) 컬쳐어스 대표와 김성은(왼쪽) 이사가 13일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의 한 카페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혼자가 아닌 둘이라 더 큰 시너지… 같은 꿈을 꾸고 목표를 향해 함께 뛰는 우린 걸그룹 같은 존재

김 대표가 컬쳐어스를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안하는 일을 주로 한다면 프로그램 실행을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프로젝트팀을 구성해 운영하는 것은 김성은 이사의 몫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남다르다. 김 이사는 김 대표를 3년 전 사회적 기업에서 만났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취업해 일하다 공기업으로 이직했으나 적성에 맞지 않아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겠다고 찾은 곳이었다. 인생의 가치관과 비슷한 취향 등 닮은 점이 많은 두 사람은 꿈과 목표를 공유하며 서로 성공과 성장을 응원했고, 김 대표가 사업 구상에 돌입할 시점부터 창업하기까지 김 이사는 늘 함께했다. 이제는 바늘과 실같이 떼려야 뗄 수 없는 막역한 관계가 됐다.

“믿음이 있어요. 신뢰 관계가 형성돼 있죠.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모든 것을 공유해요. 걸그룹 같은 존재라고 할까요.(웃음) 김 대표가 어떤 결정을 하고 추진할 때는 설명하지 않아도 마땅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약간의 업무 방식의 차이에서 트러블이 있었지만, 서로 존중하며 의견을 조율해 나가는 방법도 알게 됐죠. 적극적으로 서포트해 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게 나, 그리고 컬쳐어스가 성장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김 이사는 청년여성이 기업을 이끌어 가는 데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부에서 청년기업과 여성경제활동을 돕겠다고 다양한 지원에 나서지만, 음식이나 제조, 기술개발 분야에 집중돼 있어 무형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에 대해선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또,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도 싸워야 한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서 실행해 보려고 정부 지원사업을 알아봐도 우리 기업에 적합한 카테고리가 없어요. 무형의 가치를 생산해 궁극적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우리의 취지를 이해해 주는 곳을 찾기 어려워요. 또, 늘 업체 관계자를 만날 때마다 바짝 긴장해요. ‘과연 저 어린 여자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듯한 상대방의 시선과 의구심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죠. 편견에 맞서 업체와 신뢰를 다지기 위해선 일을 잘해낼 수밖에 없어요. 앞으로 수없이 겪을 성장통이라고 생각해요.”

▲지난해 9월 서울 구로구 고척돔에서 열린 ‘2018 평창 K-pop 페스티벌’에서 외국인 서포터스들이 평창올림픽을 홍보하고 있다. 사진제공=컬쳐어스

◇소통·이해·나눔 중요가치… 다양한 문화적 경험·지식 공유에 앞장 = 두 사람은 언어보다 문화를 통한 소통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믿는다. 김 대표는 대학교 시절 초등학교 원어민 영어수업 봉사활동 당시 ‘한국에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원어민 교사를 위해 스스로 투어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하면서, 김 이사는 유네스코 주최로 외국인들과 비무장지대(DMZ) 여행을 하고 단편영화를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문화적 나눔과 소통의 가치를 몸소 체험하고 깨달았다.

김 대표는 세계 각국의 외국인들이 컬쳐어스가 만든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의 좋은 문화를 접하고, 외국인이 스스로 한국을 알리는 자발적 홍보가로서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우리에겐 평범하고 사소한 문화 콘텐츠도 전 세계인들에게 경쟁력 있는 아이템이라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지난 1년간 약 4000여 명의 외국인들을 만났어요. 외국인들은 케이팝에만 관심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한강과 한옥, 사찰, 등산도 좋아하고, 템플스테이도 만족도가 높죠. 횡성한우축제. 춘천닭갈비축제 등 지역축제도 직접 찾아가 즐기고요. 우리는 무심코 지나치는 한국 문화가 그들에겐 매력적이고 새로운 것이죠. 또, 외국인들도 우리나라에선 소수이기에 차별받는 존재라는 사실도 깨닫게 됐어요. 이들이 한국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무엇인가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한국에 온 외국인들에게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안겨 주고 싶어요.”

김민정 기자 mj_ki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