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출 규제로 주택시장 급속히 침체될 판
입력 2017-10-25 06:00   수정 2017-10-29 19:51
수요 억제로 거래 절벽 우려---상가 시장도 큰 타격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드디어 정부가 돈 줄 압박을 통해 수요 감축에 나섰다.

수요를 억제하는 데는 대출 통제가 가장 효율적이다. 돈 줄을 옥죄면 그만큼 구매력이 떨어진다. 지금까지는 주택을 구입할 때 대개 집값의 50%이상을 은행 대출로 충당했다. 그러나 이번에 대출 한도를 확 줄이는 대책을 발표했다. 대출 억제를 통해 부문별한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는 게 정부 복안이다.

대출을 줄이면 집 살 때 자기 돈이 그만큼 더 필요하다. 그러니까 여유자금이 충분하지 않으면 집을 구입하기 어려워 자연적으로 수요 감축 효과가 생긴다.

8.2대책에 들어있는 청약규제나 세금강화 등도 수요 억제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만 대출 억제만큼 약발이 세지 않다.

주택가격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노무현 정부도 결국은 돈줄 통제를 통해 집값을 잡았다. 당시에는 1가구에 한해 대출이 허용되고 그것도 다른 주택의 대출 분은 1년 내 상환하는 조건이었다. 원천적으로 1가구만 대출이 가능하고 주택 한 채를 더 사고 싶으면 순전히 자기 돈으로 해결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수요가 크게 줄어들면서 천정부지로 치솟던 주택가격은 안정을 찾기 시작했던 것이다.

가계부채 대책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10.24 부동산 대책은 오로지 대출 억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주택뿐만 아니라 상가·오피스텔과 같은 수익형 부동산도 적용 대상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의 골격은 현재의 대출 한도 산정기준인 DTI(수익 대비 대출 원림금 상환비율)를 더욱 강화하고 이것으로도 안되면 DSR(소득 대비 전체 금융 부채의 원리금 상환액 비율)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얘기다.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새로운 DTI 기준은 신규 대출 한도를 정할 때 기존 대출분 상환 여력도 감안하겠다는 내용이다. 기존 대출금까지 감안하면 신규 대출금액이 확 줄어들어 그 돈으로는 부동산을 매입하기 어려워진다. 여기다가 마이너스 통장 등 금융권의 총 부채를 다 계산하는 DSR을 적용할 경우 대출액은 더욱 적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은행돈 빌려 부동산을 구입할 생각을 말라는 거나 다를 게 없다.

주택경기가 나쁠 때 집값의 80~90%까지 대출이 가능했던 점과 비교하면 엄청난 규제다.

이런 판에 주택을 살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결국 신규 분양분은 물론 기존 주택거래도 크게 감소해 거래절벽 사태를 불러 올지 모른다. 8.2 대책이후 위축국면에 빠져있는 거래시장은 더욱 악화되지 않겠나 싶다.

서울시 월간 아파트 매매량을 보면 이달은 23일 기준 1977건으로 의 평균치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9월 실적도 전월 대비 44% 감소한 것으로 나온다.

이번 대책으로 주택시장은 더욱 얼어붙어 거래 부진에 따른 부작용이 곳곳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이 안 팔려 분양받은 새 아파트로 입주를 못하는 사례에서부터 집을 팔아야 하는 급한 사정이 생겨도 거래가 안돼 더 큰 손실을 입게 되는 일들 말이다.

주택도 그렇지만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은 더 큰 문제다. 주택이야 무주택자를 비롯한 어느 정도의 기본 수요가 존재하지만 상가는 돈 줄이 막히면 끝장이다. 상가 구매 수요가 거의 살아져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 같다. 상가를 다 지어놓고도 분양이 제대로 안 된 곳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듯싶다. 대출이 안 되면 누가 상가를 구입하겠는가.

기존 상가주인도 피해가 불가피해진다. 아직 DSR 적정 비율과 같은 세부 기준이 정해지지 않아 정확한 판단은 어렵지만 일단 원리금 상환 조건이 붙으면 기존 대출 분의 기한이 끝난 뒤 문제가 불거진다. 대개 상가 대출 기간은 3년 이내 단기이고 기한이 끝나면 계속 연장하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연장 때 DSR 기준이 적용될 경우 일부 원금을 상환해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는 소리다.

DSR 비율이 200~300 수준 정도 되면 별 문제가 안 되지만 가계부채 문제가 커지면 적용 비율이 낮아져 원금 상환 압박을 받는 사례가 많아진다.

생돈을 구해서라도 일부 원금을 갚아야 대출연장을 받을 수 있으니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입장이라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이런 규제에도 영향을 타지 않는 황금지대도 존재한다. 어쩌면 주택경기가 자꾸 안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수록 인기가 좋은 핵심권의 몸값은 더 비싸질지 모른다. 여윳돈이 있는 경우 인기지역을 찾게 될 것이라는 소리다. 오히려 외곽지대가 더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핵심권은 여전히 수요가 풍성해 가격하락의 여지는 적다. 그러나 인구감소에다 시장 침체까지 겹치면 외곽지대의 전망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입주 물량이 넘쳐날 경우 시장 상황은 급격히 악화돼 서민들의 생활만 어려워질 것이라는 얘기다.

미리 조금씩 경기 조절을 했더라면 이런 극단의 조치를 내리지 않아도 됐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