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산분리를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정치인들

입력 2017-10-1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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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준 기업금융부 기자

국회에서 16일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는 실상 케이뱅크에 대한 국감이었다. 증인으로 불려 나온 심성훈 케이뱅크 대표는 몇 번이고 의원 앞에 서서 동일인 의혹, 은산분리 완화 등에 대한 입장을 설명해야 했다.

여당 의원들이 케이뱅크를 공격하는 논리의 바탕에는 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해서는 안 된다는 ‘은산분리’가 자리하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은산분리가 완화된 뒤, KT가 케이뱅크의 다른 주주인 우리은행, NH투자증권으로부터 지분을 사들여 최대 주주로 등극하기로 계약을 맺은 것을 두고 “현 은산분리의 대원칙을 허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박찬대 의원도 “KT가 우리은행·NH투자증권 등을 통해 이사회와 경영권을 장악하는 것은 은산분리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한도를 최대 10%(의결권 지분은 4%)까지 제한하는 규제이다. 여당 의원들은 은산분리가 ‘기업의 은행 사금고화’를 막기 위해 필요한 규제라고 주장한다.

인터넷은행에 대입해 보면 카카오와 KT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를 제 돈 주무르듯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것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사금고화 논리는 철 지난 운동권 주장이자 현실에선 거의 불가능한 일을 상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회에 은산분리 완화를 위한 법안들이 다수 상정된 건 그만큼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대주주로서 확고한 경영 기반을 가지고 있어야 혁신적인 금융이 실현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많은 지적을 받고 있음에도, 케이뱅크과 카카오뱅크의 메기효과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물론 현재 케이뱅크의 특혜 의혹은 수긍하는 대목이 있긴 하다. 대주주인 우리은행에 이례적으로 직전 분기가 아닌 3년 평균 재무건전성 비율을 적용한 것은 아무래도 미심쩍다. 다만 특혜 의혹을 규명하는 일도 필요하지만, 그것이 은산분리 완화의 발목을 잡는 덫이 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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