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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산업] 막강한 자금 앞세워 수년간 투자… 알 깨기 시작한 공룡들
입력 2017-10-16 11:00   수정 2017-10-16 13:40
삼성, ‘바이오로직스’‘바이오에피스’각각 위탁생산시밀러 개발 주력SK, 중추신경계 신약개발 ‘바이오팜’원료 ‘바이오텍’백신 ‘케미칼’ 중심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전경

굵직한 산업에 뿌리를 둔 대기업들이 ‘제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래의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대기업은 ‘바이오·제약’을 핵심 신사업으로 꼽고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바이오·제약 산업은 특성상 대규모 투자와 오랜 연구개발(R&D) 기간이 필요하다.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야심차게 제약산업 진출을 선언하며 ‘제약산업의 공룡’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여타 신생 기업과 다르지 않게 내로라할 성과를 보이지는 못했다.

그러나 대기업은 막강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R&D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것은 물론 인수합병(M&A)까지 진행하며 서서히 제약산업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전자회사’로 잘 알려진 삼성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7년 ‘5대 신수종사업’ 중 하나로 ‘바이오제약’을 선정했다. 삼성은 사업 태스크포스를 운영하며 고민한 결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통해 위탁생산(CMO)과 바이오시밀러 개발로 나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양사 모두 높은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진 않지만, 확실한 성장 모멘텀을 마련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내년 4분기 중 글로벌 1위 바이오의약품 CMO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부터 3개 공장이 90% 이상 가동된다면 연간 1조8000억 원의 매출이 가능한 것은 물론, 경쟁사 대비 높은 수율과 글로벌 거래처 확보로 중장기적으로 20% 이상의 안정적인 영업이익률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와 ‘플릭사비’ 등 경쟁력 있는 6개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강양구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블록버스터 특허 만료와 바이오의약품 수요 증가로 CMO 사업부는 2019년 중 1조 원 매출을 달성하며 가파르게 성장할 전망”이라며 “핵심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보유 중인 6개 파이프라인의 해외 판매 증가와 판매 허가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SK는 ‘5대 핵심 성장사업’ 중 하나로 바이오·제약을 선정하고 중추신경계 혁신신약을 개발하는 SK바이오팜, 원료의약품 생산업체인 SK바이오텍,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하는 SK케미칼을 중심으로 관련 사업을 펼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신약, 의약중간체, 항생물질 연구개발 등 의학 및 약학 연구개발 업체다. 최근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수면장애 치료 신약 ‘SKL-NO5’에 대한 신약허가(NDA) 신청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특히 최태원 SK 회장의 장녀 윤정 씨가 SK바이오팜에 입사하며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으면서 SK그룹 내에서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

SK바이오텍은 공격적인 M&A를 진행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6월에는 미국계 다국적 제약회사 BMS(브리스틀마이어스 스퀴브)의 아일랜드 생산 공장을 인수했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원료의약품은 항암제, 당뇨치료제, 심혈관제 등 고령화로 수요가 급증하는 품목으로 연간 생산능력은 8만1000ℓ에 달한다. 이번 M&A를 통해 SK바이오텍은 글로벌 CMO 업계의 대표 시장인 유럽에 생산기지를 보유하게 되며 글로벌 제약사와의 원료의약품 공급 계약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SK케미칼은 혈우병 치료제 ‘앱스틸라’,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을 겨냥한 NBP608 등을 앞세워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LG그룹은 대기업 중 가장 먼저 바이오·제약 사업에 뛰어들었다. LG는 LG화학을 통해 1981년 유전공학연구소를 설립해 의약품 R&D를 시작한 이후 2002년 LG생명과학을 분리, 또 다시 합병하는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LG화학은 2025년까지 생명과학사업에 단계적으로 연간 최대 50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예고하면서 제약사업 육성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LG화학 생명과학사업부는 최초의 국내 개발 당뇨신약 ‘제미글로’, 히알루론산(HA)필러 ‘이브아르’ 등 블록버스터급 제품을 출시하는 등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에는 5년에 걸쳐 개발한 ‘제미로우(Zemiro)’가 당뇨병 및 이상지질혈증 치료 복합제 중 처음으로 국내 시판 허가를 받기도 했다.

코오롱 역시 코오롱생명과학과 티슈진 등을 통해 제약사업을 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동종 세포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를 내달부터 국내 처방을 시작할 예정이며, 내년 초부터 미국 임상3상을 시작할 방침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일본 미쓰비시다나베제약과 5000억 원 규모의 기술 수출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처럼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 함에도 대기업들이 바이오·제약 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산업 성장성에 있다. 2015년 세계 의약품 시장은 1조661억 달러(약 1206조 원) 규모로, 최근 7년간 연평균 5.2%씩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 2021년까지 이 시장은 1700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제약사업에 뛰어든 후 대규모 투자는 물론 기존 사업에서의 노하우를 접목하면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며 “지난 수년간 우려에도 불구하고 투자했던 결실이 최근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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