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무기계약직 전환 피하려 '꼼수' 계약 후 해고는 부당"

입력 2017-10-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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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계약직 전환 심사 기준을 피하기 위해 근로시간을 줄여 꼼수 계약을 체결한 뒤 직원을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1부(재판장 김용철 부장판사)는 경기도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3월부터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보육 전담사로 일했다. 주 5일 14시간 근무로, 계약 기간은 1년이었다. 월, 수~금은 3시간, 화요일은 2시간 동안 일했다. 지난해 2월 계약 만료를 앞둔 A씨는 같은 학교 보육 전담사에 지원했다. 그러나 A씨는 면접에서 탈락했고 근로계약은 그대로 끝났다.

A씨는 부당해고라는 이유로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시가 재계약을 위한 정당한 심사 없이 계약 기간 만료를 이유로 근로관계를 끝냈다"라며 이를 부당해고로 판단했다. 경기도는 중노위를 상대로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일주일 동안 A씨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에 해당해 무기계약직 전환이나 재계약 심사대상이 아니라는 게 이유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A씨가 무기 계약직 전환 심사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경기도가 무기계약직 전환을 피하려 A씨와 사실상 '꼼수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학교 채용공고에는 근무시간을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후 1시부터 3시 55분까지 주 5일 14시간으로 기재했다"라면서 "이와 달리 근로계약서에는 화요일을 제외한 나머지 요일 근무시간을 3시간, 화요일만 2시간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 시는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경기도 파주교육지원청 매뉴얼 등은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는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정한다.

재판부는 "시는 재계약 심사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A씨를 신규 채용 대상자로 보고 채용 면접 평가만 거쳐서 근로계약을 종료시켰다"라며 "이는 재계약을 전제로 한 무기계약직 전환에 대한 A씨의 정당한 기대권을 침해한 것으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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