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첫날에 열린 세월호 ‘판도라의 상자’

입력 2017-10-1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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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보고시간 조작 문건 공개…“위기관리 기본지침도 변경”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12일 오후 춘추관에서 '박근혜 정부에서 세월호 사고 당시 상황 보고일지 등이 사후 조작됐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정부 첫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청와대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 당시 상황보고 일지를 조작한 정황이 담긴 파일을 공개한 것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 등 여야 4당은 철저한 재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박근혜 정부 때 집권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은 “정치적 공작의 냄새가 짙다”며 현 정부를 비판했다.

청와대는 12일 “세월호 사고 이후 청와대가 국가 위기관리 컨트롤타워를 국가안보실에서 안전행정부(현 행정안전부)로 불법으로 바꾸는 등 국가 위기관리 기본 지침을 변경한 자료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관련 문건 5종류를 공개하며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임 실장이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세월호 사고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최초 보고한 시점은 오전 9시 30분으로 기록돼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오전 10시에 사고 내용을 최초로 보고받고 10시 15분에 사고 수습 관련 첫 지시를 했다’고 줄곧 발표해왔다. 임 실장은 “대통령에게 (실제) 보고한 시점을 30분 늦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민주당은 “충격적이고 경악스럽다”며 재수사를 촉구했다. 김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통령 보고시점을 30분이나 늦춰 조작한 사실은 300여 명의 생명을 살릴 당시 1분 1초의 골든타임을 생각할 때 분노가 치민다”면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헌법재판소 판결과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에 이르기까지 박근혜 정부는 국민과 세월호 유가족을 기망해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기춘 전 비서실장,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등 청와대 관계자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당시 법무부 장관),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의 책임도 무겁다”며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책임자를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만약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절대 용서받을 수 없다”며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국가의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이 없었음에 참담하다”고 개탄했다. 바른정당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수사기관의 엄격한 수사를 통해 사실 관계가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밝혀지길 바란다”면서 “다만 당시 청와대의 해명과 좀 더 중립적인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조금이라도 책임을 회피하려 한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며 “이러한 조작행위는 국가 위기 대응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천인공노할 행위”라고 꼬집었다.

반면 한국당은 “시기적으로 정치공작의 냄새가 짙게 풍긴다”고 청와대를 비판했다. 한국당 정용기 원내대변인은 “사실 관계를 확인해야 한다”면서도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 연장 결정을 앞두고 여론전을 펼치는 것으로 보이고, 청와대가 전방위로 국정감사 물타기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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