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일도이부삼빽(一逃二否三back)

입력 2017-10-1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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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공화국 전두환 정권 초기에 자행된 대표적 인권침해 사례인 ‘삼청교육대’가 우리 사회에 공포로 자리하고 있을 때 세상에는 ‘일도이부삼빽(一逃二否三back)’이라는 말이 유행하였다. 逃는 ‘달아날 도’라고 훈독하는 글자로 도망친다는 의미이고, 否는 ‘아닐 부’라고 훈독하며 ‘부정하다’, ‘부인하다’라는 의미이다. back은 ‘back ground’의 줄임말로 ‘배경’, 즉 ‘뒤에서 돌봐주는 권력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

죄를 지어 잡혀갈 일이 발생했을 때는 도망 치는 것이 최상책이고, 만약 잡히면 범죄사실을 철저히 부인해야 하며, 그도 저도 안 되면 ‘빽’, 즉 권력을 가진 사람을 이용하여 빠져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참 암울했던 시절의 유행어이다.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을 발령한 직후, 당시 국가의 모든 권력을 장악했던 ‘국보위’, 즉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는 사회를 정화한다는 미명 아래 1980년 8월 1일부터 1981년 1월 25일까지 총 6만755명을 영장 없이 불법으로 체포한 다음, 이 가운데 3만9742명을 교육 대상자로 분류하여 군부대 내에서 혹독한 교육을 실시했다.

물론, 이 중에는 벌을 받아야 할 불량배도 있었으나 상당수는 영문도 모르고 끌려와 억울한 교육을 받았다. 설령 벌 받을 짓을 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절차를 무시한 혹독한 체벌로 인권을 철저히 유린한 것은 잘못이다. 교육 도중에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였고,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람도 여럿이나 아직까지 진상조사도, 피해보상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삼청교육대’라는 이름의 공포분위기 속에서 우리 사회에는 ‘일도이부삼빽’이 유행하였던 것이다.

최근 정부의 적폐청산이 두려운 일부 몰염치한 정치인들이 혹 이 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적폐는 낱낱이 밝혀 청산해야 하고 삼청교육대에 대한 진상조사와 피해보상도 정당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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