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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균의 B하인드] G2 리스크와 한국경제의 미래
입력 2017-10-12 11:15
정치경제부 차장

미국과 중국을 일컫는 G2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다. 그것도 지정학적 리스크인 북핵 위협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서 말이다.

중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경제 보복으로 1년 넘게 당하고도 한중 통화스와프는 재연장 시한을 넘겼다. 통화스와프란 협정을 맺은 양국이 미리 정한 환율에 따라 통화를 맞교환하는 외환거래이다. 외환위기와 같은 비상 상황에서 안전판 역할을 하는 장치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당시 외환보유액이 바닥이 나 속수무책으로 당한 아픈 기억이 있다.

이달 10일 만료가 된 한중 통화스와프 규모는 3600억 위안(약 560억 달러). 이는 우리 정부가 체결한 전체 통화스와프 1224억 달러의 46%를 차지할 정도로 상당한 비중이다. 현시점을 기준으로 우리 정부가 체결한 통화스와프 규모는 절반 가까이 날아간 셈이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가 세계 9위권인 3848억 달러(8월 말 기준) 규모이지만, 대외 정세를 고려하면 안심하기엔 충분하지 않다.

물론 우리 정부가 그간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한중 통화스와프 만료 이전부터 꾸준히 물밑 접촉을 통해 중국 정부와 실무 협의를 가졌고,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 등 중국 지도부의 결단을 남겨 두고 있다. 실낱같은 희망을 살렸지만, 한중 통화스와프 재연장 불씨가 되살아 날지는 미지수이다.

우리의 최대 우방이라는 미국으로부터는 제대로 ‘한 방’ 맞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호전적인 말폭탄으로 한반도의 긴장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직후에서다.

북한 도발 위협 수위가 어느 때보다 높아 양국 공조가 절실한 시점에서 미국은 한국을 밀어붙였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4일(현지시간) 산업통상자원부와 미국 워싱턴DC에서 제2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열고 협정 폐기를 운운하며, 한미 FTA 개정 합의를 얻어냈다. 다음 날인 5일에는 미국 대통령 직속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자국 세탁기 산업이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밀려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정했다. 미국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땐 연간 1조 원 규모의 미국 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

미국 재무부가 이달 15일까지 의회에 제출하는 환율보고서도 거슬리는 대목이다. 올해 4월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우리 정부는 다각도로 미국과 접촉을 시도하며 환율조작국 지정 차단에 주력했다. 이번에는 한미 FTA 재협상 결과물을 취했다는 점에서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렇지만 트럼프 정부 성향상 언제든지 통상압박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부담 요인이다.

무엇보다 북핵이라는 휘발성 물질과 G2 리스크가 붙을 땐 한국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G2 리스크를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이다. 문재인 정부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G2 리스크를 전화 위복의 계기로 삼는다면 한국 경제는 더 강한 체질로 단단해질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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