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찬 칼럼] 아파트 후분양제가 소비자에게 더 유리한가?

입력 2017-09-2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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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강남 등 일부 지역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이 상승하자 정부가 분양보증을 통해 분양가 규제를 하고 있다. 일부 인기 지역 재건축조합은 가격 규제를 피하기 위해 후분양제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와 같이 선분양을 하면 아파트 가격 규제를 받는데 다 짓고 분양하면 시세대로 받을 수 있어 재건축 조합원 입장에서는 더 비싼 가격에 아파트를 팔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의 아파트 선분양제도에 대해 많은 비판이 제기됐다. 즉 아파트를 짓기도 전에 분양하고 입주자가 계약금, 중도금 등을 납부하는 것은 건설회사에 지나치게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또한 건물 완공 이전에 계약하므로 완공 후 계약내용과 다를 경우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일부 전문가들은 후분양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선분양제도는 소비자에게 불리하고 후분양제도는 유리한 것인가? 현재의 선분양제도는 건설회사 입장에서 유리한 점이 많다. 건설회사는 토지 구입자금 정도만 투입하고 그 이후 공사비는 계약금, 중도금 등으로 소비자가 부담해 건설비에 대한 금융비용이 안 드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이미 분양하였으므로(일부 미분양이 있다 하여도) 완공 후 판매되지 않을 경우의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선분양제도는 소비자에게도 큰 혜택이 있다. 새 아파트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소비자는 선분양하는 아파트 가격이 완공되는 2~3년 후 주변 아파트 가격보다 더 저렴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는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경우 선분양 아파트 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해 소비자가 이익을 보았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이 아파트 후분양제가 전면적으로 시행되면 어떻게 될까?

소비자는 아파트 구입자금을 미리 내지 않아도 되고 완공된 아파트를 보고 구입하므로 하자 보수 등의 문제도 없다. 또한 기다리지 않고 바로 입주할 수 있다.

그러나 단점 또한 많다. 건설회사는 막대한 토지구입비와 건설비를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대부분을 융자로 조달해야 하므로 이자비용이 많이 들고, 그로 인해 건설회사의 부채비율은 높아져 기업의 신용도에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또한 건설회사는 아파트 완공 후 분양이 제대로 안 될 경우 엄청난 리스크를 부담하게 된다. 아파트 단지 규모에 따라 건설비용이 수천억 원에서 1조 원을 상회하는데, 미분양이 크게 발생하면 건설회사는 도산(倒産) 지경에 이를 것이다. 단지가 클수록 리스크가 커지므로 요즈음 인기 있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설은 크게 위축될 것이다. 결국 아파트 건설의 분양 리스크가 현재의 선분양제도보다 커지게 되면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것이다.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고 다양한 편의시설이 가능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설이 어려워지는 것은 소비자 이익에 도움이 안 된다. 더 중요한 것은 건설회사가 이자비용을 부담하였으므로 분양가가 비싸진다. 아울러 건설회사가 조달한 자금으로 완공된 아파트를 분양하므로 시세대로 분양할 것이다. 특별히 저렴하게 분양할 이유가 없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현재의 기존 아파트를 시세로 사는 것과 같다. 후분양제를 하면서 아파트를 싼 가격에 구입하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후분양은 이미 실시 중이다. 이미 실시 중인 후분양제도를 새로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결론적으로 아파트 선분양제도는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대되는 것이므로 좋은 제도이다. 기존 아파트보다 선분양 아파트가 저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선분양 아파트를 사고, 선분양에 불만인 소비자는 후분양인 기존 아파트를 사면 되는 것이다.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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