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블랙리스트' 김기춘 항소심 재판 직권으로 심리

입력 2017-09-2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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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DB)

법원이 문화예술계 지원배제명단인 '블랙리스트'를 기획·실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 항소심 재판을 직권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법에서 정한 제출 기간을 지나 항소이유서를 낸 것을 위법이지만, 재판부가 직접 심리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조영철 부장판사)는 26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 측이 항소이유서를 제출기한을 지나 낸 것은 적법하지 않다고 본다"라면서도 "직권조사 사유 범위 내에서는 본안사건 심리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 측은 7월 27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다음 날 항소장을 냈다. 문제는 항소이유서였다. '최순실 특검법'은 당사자나 변호인이 소송 기록 접수를 통지받은 날로부터 7일 안에 항소이유서를 내도록 한다. 그런데 김 전 실장 측은 법이 정한 지난달 29일 자정을 넘겨 30일 새벽 3시께 항소이유서를 냈다.

형사소송법은 항소이유서를 제때 내지 않을 경우 재판부가 항소를 기각하도록 한다. 다만 '직권조사 사유'가 있거나 항소장에 항소이유를 적었을 때는 예외다. 그러나 김 전 실장 측은 항소장에도 이유를 적지 않았다.

재판부는 형소법에 따라 사건을 직권으로 심리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박영수 특별검사팀도 항소한 만큼 변론을 열어서 본안을 심리하겠다"며 "다만 심리내용과 방향은 특검 측은 항소 이유 관련, 김 전 실장 측은 직권조사 사유 중심으로 하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유에 대해서 항소이유서에 없는 내용이라도 직권으로 심판할 수 있다.

특검은 이날 "김 전 실장 측이 항소이유서를 제출기한을 지나 내 위법하다"라며 "직권조사 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전 실장 측은 "형식적으로 제출기한인 7일을 지키지 못한 것은 명명백백하다"라면서도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반박했다. 항소이유와 무관하게 법원이 직권으로 사건을 심리할 수 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다음 달 17일 오전 10시에 첫 공판을 열기로 했다. 특검은 이날 항소이유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한다. 김 전 실장 측은 직권조사 사유에 대한 주장을 펴기로 했다.

김 전 실장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는 준비기일임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헝클어진 머리에

환자복 차림을 한 채였다. 김 전 실장은 "유리하거나 도움되는 부분은 얼마든지 말하라"는 재판장 말에 "말하겠습니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눈을 감고 재판 내용을 듣던 김 전 실장은 중간중간 방청객을 훑어보기도 했다.

김 전 실장 등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박근혜(65) 전 대통령 지시로 '블랙리스트' 작성을 기획해 정부 비판적인 인사나 단체에 정부 보조금을 주지 못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또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에 미온적 태도를 보인 문화체육관광부 실장들에게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강요한 혐의 등도 있다. 앞서 1심은 김 전 실장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보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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