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안병옥 환경부 차관 “임계치 다다르고 있는 지구… 지속가능 에너지 구조가 답”

입력 2017-09-2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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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 87%가 에너지 부문…석탄ㆍ원전에 의존하는 구조 4차 산업혁명 흐름에도 역행

▲안병옥 차관은 “많은 분들이 기후변화에 대해 알게 됐지만 아직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기후변화는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폭염으로 인한 누진제 등 에너지 사용과도 연결된, 우리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류가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감지한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45년 전인 1972년이다. 당시 미국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의 젊은 과학자들은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구온난화(地球溫暖化)에 대해 최초로 언급했다.

하지만 이후 20년간은 기후변화가 지구를 옥죄어 왔지만, 그 누구도 대응하려는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세계적으로 목소리를 낸 시점은 1992년 6월 브라질 리우회의에서 체결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부터이다. 이어 1997년 ‘교토의정서’가 나왔지만 기후변화가 전 세계적인 대응이란 합의점을 모색하기까지는 다시 18년의 세월이 흘렀다. 2015년 12월 12일 프랑스 파리에서 195개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데 합의한 파리협약 체결이 그것이다.

환경운동 1세대인 안병옥 환경부 차관은 기후변화 문제가 전 세계적인 공론화로 나오기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경고한, 국내의 대표적인 기후변화 전문가로 유명하다.

안 차관은 이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지금 이 시각에도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구는 지난 3년간 연속으로 최고기온 기록을 경신했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도 사상 최초로 400ppm을 넘어서는 등 점차 지구의 임계치(tipping point)에 다다르고 있다”며 “최근 미국을 연이어 강타한 초강력 허리케인이나 한반도에 게릴라성 폭우가 덮치고 올여름 전국 평균 최고기온이 1973년 관측 이래 역대 7위를 기록한 것도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특히 안 차관은 “기후변화는 자연재해 문제뿐 아니라 폭염으로 인한 누진제 등 에너지 사용과도 연결된다”며 “이(기후변화) 때문에 우리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경제·사회적인 문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는 탈석탄, 탈원전, 재생에너지 확대로 가야 한다는 게 안 차관의 판단이다.

안 차관은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의 87%는 에너지 부문이 차지한다”며 “에너지 정책은 기후변화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그는 “이번 정부는 에너지 정책의 전환과 함께 신기후체제에 대한 견실한 이행체계 구축을 국정과제로 삼았다”며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로드맵은 내년까지 보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기후변화는 에너지 문제와 연관되어 있는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 대책은 무엇인가

“우리는 그간 경제 성장을 위해 석탄과 원전만을 바라보고 달려왔다.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경로 의존성을 극복하고자 탈석탄, 탈원전, 재생에너지 확대 등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의 세대교체를 핵심 국정목표로 설정했다. 에너지 문제는 요즘 우리나라의 큰 현안인 미세먼지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노후 석탄화력의 가동을 중단하는 등 석탄 발전의 비중을 축소하는 것은 국내 미세먼지 저감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에너지원의 전환과 함께 에너지 효율 개선, 환경·사회적 비용에 대한 고려, 에너지 절약 운동 등을 통한 에너지 수요관리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전기차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전력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지 않나. 이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후변화와 4차 산업혁명의 공통점은 둘 다 현재 진행형이고, 우리의 삶과 세계 전체를 바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이슈라는 점이다. 하지만 전자는 인류 생존의 문제인 반면, 4차 산업혁명은 삶의 방식을 완전히 재편할 수 있는 기회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처럼 석탄과 원전에만 의존하면,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역행한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은 단순히 에너지의 소비가 아닌 에너지 프로슈머(생산자 겸 소비자)의 시대이며, 에너지 효율과 생산·물류의 혁신을 통해 자원과 에너지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시민 모두가 발전소이자, 재생에너지 확대의 주인공이라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 시민들이 재생에너지 사업에 보다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중앙정부·지자체·지역주민, 3자가 모두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해 수용성을 높이려 한다.”

- 앞으로 배출권거래제 운영 등 기후변화 대응 업무에 환경부가 다시 전면으로 나서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향후 기후변화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해 달라

“이번 정부는 에너지 정책의 전환과 함께 신기후체제에 대한 견실한 이행체계 구축을 국정과제로 삼았다. 먼저 배출권거래제 운영,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립, 온실가스 통계 관리 등에서 환경부의 역할을 강화하고, 각 부처는 분야별 감축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부 내 기후변화 대응체계를 조정 중이다. 특히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로드맵은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내년까지 보완할 예정이다. 배출권 할당계획은 유상할당을 도입하고 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수립하는 등 환경성을 강화할 것이다. 친환경차 보급 확대, 그린카드 등 저탄소 생활 확산, 폐자원에너지 활성화 등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도 착실하게 추진할 것이다.”

-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 선언 등 국제적으로 기후변화 대응 의지가 약화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만 너무 앞서가는 것은 아닌가

“파리협정은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들이 합의한 문서로서 돌이킬 수 없는 역사의 흐름이다. 비록 미국 정부는 협정 탈퇴의 입장을 선언했지만, 캘리포니아 주는 배출권거래제의 운영을 10년 연장하고, 테슬라와 디즈니사(社) CEO를 비롯한 약 1억2000만 명의 미국 시민이 파리 협정을 지지하는 선언을 발표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에 힘을 보태고 있다. 파리협정에 따른 신기후체제는 우리나라를 지속 가능한 저탄소 경제체제로 전환하고 새로운 산업과 기술을 육성할 수 있는 기회이다.”

- 기후변화·에너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세 또는 마음가짐에 대해 한마디 해달라

“아인슈타인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중대한 문제들은, 그 문제들이 만들어진 시기의 사고 수준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라는 말을 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기후변화·에너지·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는 기존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기후변화 대응은 미래에 대한 투자임을 인식해야 한다. 신기후체제에 대응하는 에너지 세대교체는 곧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우리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보장하는 길이다. 이제는 우리 모두 더 이상 회색빛 과거에 눈 돌리지 말고 녹색 미래를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反공해운동 통해 환경문제 눈떠…국내 대표적 기후변화 전문가

안병옥 차관은 생태학 분야 전문가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노력한 대표적인 환경 분야 시민운동가 출신이다.

1963년 전남 순천 출신인 안 차관은 서울대 재학 시절 반공해운동을 통해 처음 환경문제(環境問題)에 눈을 떴다. 이후 10년간 독일 뒤스부르크-에센대에서 공부하고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환경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넓혔다.

귀국 후에는 1980년대 초 반공해운동협의회와 공해추방운동연합 등에서 한국 내 환경운동을 이끌었다.

2007년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을 지냈다. 2008년 사무총장직을 내려놓은 후 해외 환경운동 동향 등을 연구하면서 환경문제의 중심에 기후변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기후변화는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닌 경제 문제, 나아가 인류 생존의 문제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2009년 기후변화행동연구소를 설립해 온실가스 등으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국내 대응 방안을 연구했다. 2014년부터는 환경운동연합 부설기관인 시민환경연구소의 소장을 맡았다. 환경 분야에 관한 오랜 연구 활동과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6월 환경부 차관에 취임했다.

△1963년 전남 순천 출생 △순천고, 서울대 해양학과 학·석사, 독일 뒤스부르크-에센대 응용생태학 박사 △독일 뒤스부르크-에센대 생태연구소 연구원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 △시민환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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