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면수의 이슈만화경] 종교인 과세, 더는 미루지 말자

입력 2017-09-2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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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부 차장

이탈리아 피렌체에 위치한 브랑카치(Brancacci) 예배당에는 마사초가 그린 ‘세금을 바치는 예수’ 그림이 있다.

이 그림은 마태복음 17장 24~27절의 내용을 주제로 한 것이다. 성경에 따르면 그리스도가 가버나움을 방문했을 때 로마인 관리가 당시 성인 남성이라면 누구에게나 부과되었던 성전세(聖殿稅)를 요구했다. 이에 제자들은 거세게 반발했지만, 그리스도는 베드로에게 강가에서 물고기를 잡으면 입 속에 돈이 있을 테니 그 돈을 가져오라고 하여 성전세를 지불했다고 한다.

최근 종교인 과세 논란이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고 있다. 종교인 과세는 2015년 12월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법제화된 후 2018년 1월 1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런데 지난달 초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 등 25명은 “준비가 미비하다”며 종교인 과세를 다시 2년 늦추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후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비난 여론이 일자, “준비가 완료된다면 내년부터 과세를 시행해도 무방하다”며 기존 입장을 선회했다.

종교인 과세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68년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종교인 과세를 공론화(公論化)한 이후 무려 반세기 동안 사회적인 논쟁거리가 됐고, 종교인 과세는 번번이 무산됐다. 이는 종교단체들이 “성직자의 특수성을 무시한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한 탓도 있지만, 정치권이 표심을 의식한 나머지 종교계의 눈치를 보며 몸을 사린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한국과 달리 외국은 종교인 과세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을까.

우선, 독일은 국가가 신자들에게 소득세(종교세)를 8~9% 추가적으로 더 걷은 후 각 종교단체 신도 수에 비례에 돈을 지급하고 있다. 미국은 종교인이 일정 수입을 갖고 있다면 원칙적으로 세금을 걷고 있다. 다만 성직자는 교회로부터 주택 임대료를 보조받는 경우 소득세를 내지 않고, 목회자가 면제 신청을 하면 사회보장세도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밖에도 캐나다와 일본의 경우 종교인 과세 제도는 없지만, 성직자도 일반 소득자와 똑같이 보고 있다. 따라서 정부 보조금 수령을 위해서는 성직자도 소득세 신고를 해야 한다.

이제 더는 종교인 과세를 미뤄서는 안 된다. 종교인도 사람이고,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는 것은 당연한 논리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목회 활동은 종교 활동이기 때문에 과세 대상으로 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종교 자유에 대한 침해”라고 내세우는 것은 자기 편향적인 주장으로밖에 볼 수 없다.

최근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성인 505명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종교인 과세를 내년부터 시행하는 것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78.1%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세금은 소득이 있는 곳에서 나오는 것이고, 그 세금은 지위고하(地位高下)를 막론하고, 공평하게 과세되는 것이다. 아울러 우리가 낸 세금은 국가 경제를 발전시키고, 국민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드는 데 사용된다. 그런데도 종교인 과세, 반세기를 넘어 또다시 유예하는 게 바람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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