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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택지 투기 없어질까
입력 2017-09-21 06:00
국토부 단독택지및 점포겸용택지 청약 기준 개정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진작 손을 썼어야 했다. 돈 놓고 돈 먹는 투전판도 이 정도는 아니다.

LH공사 단독주택용지 분양 현장 얘기다.

일단 당첨만 되면 그 자리에서 억대의 웃돈을 챙길 수 있으니 이런 로또가 어디 있겠는가.

비싼 보상금 주고 개발한 땅을 투기꾼 먹이 감으로 던져 준 꼴이다. 싼 분양가로 인한 시세 차익이 투기꾼 차지가 되고 말았다는 소리다.

단독주택지는 당초에 분양가를 시세보다 많이 낮게 책정하는데다 추첨을 통해 당첨자를 선정하는 구조여서 이쪽 시장에 대한 정보를 좀 안다 싶은 사람은 죄다 LH 단독택지 청약 창구로 몰려들었다.

일반 아파트는 관련 기준에 합당해야 청약이 가능하지만 단독택지는 이런 제한이 없다. 얼마의 신청금만 내면 다 청약자격이 주어진다.

이런 판에 누가 청약 대열에 나서지 않겠느냐 말이다. 밑져야 본전이고 당첨되면 큰돈이 생기는데 이를 마다할 사람이 있겠느냐는 거다.

그래서 청약경쟁은 엄청 치열하다.

올해 들어 상반기 분양분만 쳐도 평균 199대 1이고 최근 분양한 원주기업도시 단독택지의 경우 최고 1만9000대의 1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보였다.

1층에 상가를 넣을 수 있는 점포겸용주택지는 더 심하다. 임대 수익성이 높아 다들 점포택지를 분양받으려고 기를 쓴다.

자기 집을 지으려고 택지를 분양받는 게 아니다. 중간에 되팔아 전매차익을 챙기려는 것이다. 좋은 의미로 생각하면 투자지만 행실을 따지면 투기 행위다.

당첨 후 전매 비율을 보면 투기 행각임을 금방 알게 된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최인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당첨된 뒤 6개월 내 전매 비율은 99%에 달하는 것으로 나온다. 2015년에는 73%다.

원칙적으로 소유권 이전 전에는 전매가 금지돼 있는데도 그렇다.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LH는 택지가 잘 팔려 좋았을지 모르지만 옆으로 새는 돈을 활용했더라면 무주택 서민용 주택을 더 많이 공급했을 게 분명하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수년 간 이런 투기판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LH공사가 이를 묵인한 배경이 뭘까.

당시 주택용지에 대한 인기가 높아 미분양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시절인 점을 감안하면 LH가 투기를 조장했다는 의혹을 살만도 하다. 과거에 정보 취득이 유리한 공사 직원이 땅 투기를 벌여 문제가 되기도 했다.

단독택지 분양시장이 너무 과열로 치닫자 정부는 청약 기준을 강화하기도 했다.

기존에는 누구나 청약이 가능했던 것을 주택지가 속해 있는 시·군·구 및 연접지 등에 거주하는 세대주에게 1인당 1필지에 한해 1 순위 자격을 주는 방식으로 바꿨다.

기준을 강화했는데도 청약 경쟁은 여전히 치열했다. 최근 분양한 원주기업도시 단독택지 경쟁률은 평균 2916대1을 나타냈다.

시장 분위기가 전면적인 손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차에 국토교통부는 단독주택용지 전매제한 강화와 공급방식 변경을 담은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과 택지개발업무 처리지침 일부 조항을 개정해 입법 예고에 들어갔다.

개정 내용은 이렇다.

점포겸용택지 공급방식이 추첨에서 경쟁 입찰로 바뀐다. 가격을 많이 제시하는 사람에게 당첨권이 돌아간다.

이렇게 되면 시세차익이 확 줄어 투기 수요는 많이 빠질 게 확실하다. 비싸게 분양받으면 남는 게 별로 없어 쉽게 덤비지 못한다는 소리다.

이와 함께 단독주택용지를 분양받은 사람은 잔금 납부 전이나 공급 계약일로부터 2년이 지나기 전에는 공급가격 이하로도 전매가 금지된다. 지금까지는 자금난 등으로 전매가 불가피한 경우 분양가 이하로 파는 것을 허용해왔다. 이런 규정으로 인해 전매가 보편화되고 다운계약서까지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물론 개정안에도 이사·해외이주·채무 불이행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는 공급가 이하로 전매를 허용하기로 해 투기 불씨는 남아있다. 특례규정을 악용하는 수법이 얼마든지 생길 것이라는 말이다.

사정이 불가피한 경우라도 해당 택지를 LH가 환수하지 않는 한 투기 행각은 사라지지 않는다.

투기꾼들은 일단 분양을 받아 놓은 뒤 별로 먹을 게 없다 싶으면 되파는 식으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뜻이다.

특히 점포겸용 택지의 경우 낙찰가격이 높아지면 주변 택지가격도 덩달아 뛸 가능성이 크다.

같은 택지지구 내에 있는 일반 단독택지는 더욱 그럴 여지가 다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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