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기업의 계약농가 갑질에 ‘징벌적 손해배상’ 철퇴

입력 2017-09-1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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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축산계열화사업 불공정 관행 근절대책 추진

▲닭과 병아리

조류인플루엔자(AI) 만성화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축산계열화사업자의 방역책임 전가와 불공정한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정부가 작두를 들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으로 사업자의 지위남용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금지사항은 확대하는 방식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축산계열화사업 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육계와 오리는 각각 32일, 45일 수준의 짧은 사육주기 특성상 대부분 계열화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육계 94.6%, 오리 93.7% 수준이다.

계열화사업을 통한 규모화 및 현대화가 이뤄져 사육마릿수와 생산액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사육규모는 2000년 대비 닭 95.2%, 오리 57.9%, 계란 39.1% 각각 급증했다. 닭고기와 계란 등 가금산업은 2015년 전체 축산업 생산액 19조1000억 원 중 24.1%(4조6000억 원)의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국내 계열화사업은 대부분 하림과 마니커 등 축산기업이 가축과 사료, 약품 등 생산재를 무상으로 공급한 후, 당해 가축 출하 시 농가에 위탁수수료를 지급하는 수직계열화 구조다. 이에 사업자와 계약농가 간 이른바 ‘갑을 관계’가 형성되면서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업자가 농가에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질 낮은 생산재를 공급하거나 입식을 지연하는 등의 경우다. 특히 AI를 비롯한 방역 책임에는 소홀하면서 살처분 보상금은 챙기고, 이에 따른 비용은 농가에 전가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축산계열화법 개정을 통해 계열화사업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규정하고, 부당행위에 따른 농가 피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한다. 계열화사업자가 계열화법에 정한 규정을 위반하는 부당행위로 농가가 손해를 입게 되면 해당 손해액의 3배 범위 내에서 배상책임을 묻기로 했다. AI 살처분 보상금은 계약농가에 지급할 수 있도록 개선해, 계약농가의 사육경비 수급권을 보호할 방침이다.

법 위반 시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과태료는 3000만 원 이하에서 5000만 원 이하로 상향한다. 또 1년 이하 영업정지 또는 5억 원 이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축산계열화사업자가 지켜야 할 준수사항은 8개에서 18개로 확대한다. 최근 5년 이내 3회 이상 준수사항 위반 시 축산계열화사업등록을 취소할 방침이다. 농가 사육경비 지급기한은 영업일 기준 25일에서 20일로 단축한다. 농가로부터 시‧도지사가 분쟁조정 신청을 받은 경우에는, 충분한 현장조사와 중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분쟁 조정기간을 10일에서 20일로 연장한다.

이와 함께 축산계열화법 개정을 통해 계열화사업자별로 계약농가협의회의 설치, 협의체와의 협의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계열화사업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는 경우에는 농식품부 직권으로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도록 근거규정을 마련할 예정이다.

아울러 닭‧오리 고기는 대부분 계열화사업을 통해 생산이 이뤄짐에 따라 법 개정을 통해 ‘의무 가격공시제’를 도입한다. 닭‧오리 계열화사업자에게 거래가격을 신고하도록 의무를 부여함으로써 현재 자율적으로 시행되는 닭고기 가격공시를 의무제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판매가격 공개의 방법, 절차, 주기, 공개대상 정보 및 공개 형식 등을 규정할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관계기관 및 국회 협의 등을 거쳐 축산계열화법 개정 등 후속조치를 조속히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달부터 업계 자율로 실시되고 있는 닭고기 가격공시는 닭고기 생산의 75%를 차지하는 9개 육계 계열화사업자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졌다”며 “이번에 법이 개정되면 모든 닭‧오리 고기 생산 계열화사업자가 의무적으로 판매가격을 공시하게 됨으로써 유통구조 투명화와, 시장기능에 따른 공정한 가격형성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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